모두 고법으로 되돌려보내
삼성, 정유라에 준 말 3필 등
뇌물인정액 50억 늘어
"과거 잘못 되풀이 않겠다"
◆ 국정농단 파기환송 ◆
파기환송심은 대개 상고심 파기 이후 두 달 정도 뒤에 선고한다. 그러나 현재 대법원이 심리 중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상고심이 파기환송돼 국정농단 사건과 합쳐지면 최종 판단은 연내에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등의 국정농단 뇌물 사건 상고심을 모두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기업을 상대로 강요한 혐의에 대해서는 항소심과 달리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반면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던 뇌물 혐의가 대부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됐다. 그의 뇌물 인정 금액은 항소심에서 36억원이었지만 50억원이 더 늘어나 86억원이 됐다. 이에 따라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가 유지될지 주목된다.
이날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등 혐의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25년과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뇌물 수수 혐의를 받은 최씨에 대해서도 징역 20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혐의에 대해 "공직선거법에 따라 뇌물 혐의와 직권남용·강요 혐의를 분리 선고해야 하지만, 1·2심 재판부가 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공직자의 뇌물죄는 선거권 및 피선거권 제한과 관련되기 때문에 분리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삼성의 경영권 승계 작업은 존재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최소 비용으로 삼성 주주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권 강화라는 뚜렷한 목적을 갖고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승계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승계 작업에 도움을 받기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것이다.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면서 제3자 뇌물 혐의가 적용된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도 뇌물로 판단했다. 또 단순 뇌물 혐의가 적용된 정유라 씨가 탄 말 3마리에 대해서도 "2015년 11월 15일 살시도와 향후 구입 말에 대해 실질적 사용처분권한이 최씨에게 있다는 의사 합치가 있었다"며 뇌물로 인정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판결 직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삼성 측이 이 부회장의 재판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건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김규식 기자 / 채종원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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