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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이 운영해온 학교법인 웅동학원 관련 비리 의혹을 받는 조 장관 남동생 조모씨가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대기하고 있던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법조계 “조씨 영장 기각 결정 ‘이례적’… ‘권력 입김 작용했나’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이례적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이미 조씨에게 돈을 전달한 혐의로 2명이 구속된 데다 조씨가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응하지 않았는데도 구속을 피해갔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조씨의 혐의가 명확한 만큼 검찰이 조씨의 신병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8일 구인영장이 집행된 조씨는 법원에 심문포기서를 제출한 이후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며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기다렸으나 불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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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2일 대법원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내놨다. 이러한 여당의 행보와 서초동에서 열리는 촛불집회, ‘검찰이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시 책임져야 한다’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발언 등이 사법부에 압력을 넣는 수단이 됐다는 얘기다.
이충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 장관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날은 법원 스스로 법원에 오점을 찍은 날”이라며 과거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외부의 압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로 재직한 2004년 당시 여택수 청와대 부속실장 직무대리가 롯데쇼핑 사장에게 금품을 요구해 받은 사건과 관련한 영장청구 판결을 맡았고 당시 대법원 법원행정처 고위 법관이 “강하게 (영장) 기각을 요구하면서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말하겠느냐’고 했다”며 “청와대의 강한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과거사’를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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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 나오는 조국 동생 학교법인 웅동학원 관련 비리 의혹을 받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모씨가 9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의왕=연합뉴스 |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해 보면 조씨는 웅동학원에 지원한 교사 채용을 위해 돈을 지불할 만한 인물을 찾아 먼저 접근했다. 조씨가 먼저 미끼를 던졌다는 것이다. A씨와 B씨는 이른바 조씨의 ‘찍새(닦을 구두를 모아 구두닦이에게 가져다주는 일만 하는 사람)’ 역할을 하며 돈을 내고 교사 자리를 살만한 사람들을 물색해 금품을 받아 조씨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이미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특히 검찰은 조씨가 B씨에게 ‘자신과 관련된 혐의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이야기하라’고 지시했고 관련 서약서까지 받은 정황을 파악한 상태로 전해졌다. 검찰은 교사채용을 놓고 뒷돈이 오간 비리가 벌어졌을 당시 조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모친이 각각 이사와 이사장이었던 점으로 미뤄 채용비리 과정에 두 사람의 개입 여부 등을 들여다볼 예정이었다. 조씨가 받은 금품이 모친과 정 교수에게 흘러간 부분이 없는지도 수사로 밝혀내야 하는 부분이지만 조씨 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검찰의 이러한 수사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검찰 수사가 조 장관 모친 및 조 장관 부부로 직접 향하는 길목을 법원이 차단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명재권 부장판사는 누구
조 장관 동생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명 부장판사는 과거 국정농단·사법농단 관련 사건의 구속영장을 대부분 발부했다. 2018년 11월에는 세 차례 구속영장이 반려된 오현득 국기원장에 직원 부정 채용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적도 있다. 명 부장판사는 최근 조 장관 가족 수사와 관련해 잇따라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지난달 11일에는 조 장관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 이모 대표와 이 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은 가로등 점멸기 생산업체 최모 웰스씨앤티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명 부장판사는 기각 사유로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관련 증거가 수집돼 있다"며 "범행 관여 정도 및 종(從)된 역할 등을 참작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제시했다.
유지혜·정필재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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