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안철수 띄우기 / 김의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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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04.12. 오후 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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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의겸
선임기자


지난 6일 한국신문협회 주최로 신문의 날(4월7일) 축하연이 열렸다. 이 협회는 신문사 사장님들의 단체로 조선 중앙 동아 등 큰 신문사의 사장들이 돌아가며 회장을 맡고 있다.

정치인들도 참석했는데 국민의당 의원이 제일 많았다. 일분일초가 아까울 텐데도 안철수 의원이 대통령 후보로는 유일하게 참석했고, 박지원 조배숙 장병완 최경환 의원 등 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이에 반해 옛 여권에서는 자유한국당의 나경원, 바른정당의 주호영 의원만이 단출하게 나타났다. 두 의원은 소개도 제대로 받지 못한 반면 안철수 후보에게는 건배사가 맡겨져 ‘세상인심 참 무섭구나’ 싶었다. 안 후보는 ‘레이아웃 인포메이션’이라는 언론계 전문용어까지 구사하며 한껏 신문 예찬론을 펼쳤다. 안 후보가 언론에 공을 많이 들이는 게 실감났다. 박지원 대표도 요즘 주요 언론사의 사장, 편집국장을 부지런히 만나고 다닌다고 한다.

이걸 굳이 탓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요즘 보수언론과 안철수의 ‘밀월 관계’는 너무나 끈끈해 보인다. 근거를 다 댈 수는 없으니 ‘대선미디어감시연대’가 내놓은 평가서의 제목만 훑어보자. ‘TV조선의 느닷없는 안철수 띄우기’ ‘문재인만 이기자! 반문연대 야합 독려 나선 조선’ ‘문재인 외 나머지 ‘닮은 발가락’이라도 찾아 ‘연대’하라는 동아’ ‘중앙일보 페이스북, 노골적 편향성 드러내’ 등이다.

‘삐딱한’ 시민단체의 평가만은 아니다.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인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도 의구심을 나타낸다. 그는 채동욱 검찰총장 몰아내기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11일 한 라디오에 나와서 “최근 언론들이 문재인-안철수 양자 대결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대선구도를 언론들이 만들어 가는 것은 불공정하고 불합리할 뿐만 아니라 어떤 의도가 있지 않나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도 보수언론의 지지와 성원에 화답하고 있다. 사드 반대에서 찬성으로 180도 태도를 바꾸는 등 최근의 우회전은 다분히 보수언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통령 선거를 앞둔 정치세력끼리의 연대는 대개 후보와 정당이 중심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특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후보와 정당은 가만히 있는데 지지층의 대이동이 일어나면서 ‘반문재인 연합전선’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 수뇌부에 보수언론이 있다. 반문 전선의 총사령부인 셈이다.

보수언론의 작전이 성공한다면 ‘안철수 대통령’이 도움받은 걸 모른 척하기는 힘들 것이다. 의석수 40석의 작은 정당이기에 언론의 지원은 더 절실해진다. 보수언론으로서는 안철수를 견인해 포획하는 데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재벌을 편들고 세월호를 비아냥거리며 국정교과서를 옹호하던 언론들은 계속해서 지도·편달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막장으로 치닫는 종편을 손본다는 건 어림없을 테고, 공영방송 개혁도 물 건너가지 않을까 싶다. 문화방송 김장겸 사장은 알박기에 성공할 것이고, 해직기자 이용마의 병색은 더 깊어지는 게 아닐까.

내가 축하연에 간 것은 한국신문협회가 상을 준다기에 간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친 공로를 인정받았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기자들이 촛불 정국에서 모처럼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보수언론의 사장님들이 예전보다 더 큰 힘을 가지게 된다면 그동안 현장기자들이 흘렸던 땀방울은 어디로 귀착되는 것일까. 행사가 끝난 뒤 선후배들과 어울려 한잔하다 크게 취하고 말았다. 비틀거리며 집에 돌아가다 넘어져 무릎이 깨졌다. 신문협회가 준 상패도 한쪽 귀퉁이가 나가버렸다. 아뿔싸!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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