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가 거짓해명했다”는 하태경 의원 주장은 사실일까요

입력
수정2019.04.18. 오전 12:11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팩트체크]

여가부 “지역 경찰관서·방통위와 협업 사실” 반박

“2016년부터 지역 경찰관서와 성매매 단속 등 협업”

“방통위와 채팅앱 관련 꾸준히 회의 개최해 와”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여성가족부를 향해 또다시 날을 세웠습니다. 그는 앞서 여가부가 배포한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에 대해서도 “여자 전두환”, “검열 독재”라며 비난한 바 있는데요. (▶관련 기사 : 성평등 제쳐놓은 ‘혐오 장사’, 부끄럽지 않나요?)

이번엔 여가부가 지난 1일 “열린 채팅방 안의 불법촬영물 유포를 집중 점검하겠다”는 발표와 2일 재차 밝힌 설명자료에 대해 “거짓 해명자료를 뿌렸다”며 비난하고 나선 겁니다. 하 의원은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여가부는 (불법촬영물 유포 점검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과 협력한 사실이 없는데도 거짓 해명자료를 배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두 기관이 여가부와 상의하거나 협의한 사실이 일절 없다”는 겁니다. (▶관련 기사 : 여가부, 열린 채팅방 내 불법촬영물 유포 점검)

정말 그럴까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특별시지방경찰청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여가부의 설명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해봤습니다.

―방통위와 경찰청은 여가부와 상의하거나 협의한 사실이 일절 없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특별시지방경찰청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3월부터 4월초까지 ‘공개된 단체 채팅방 불법촬영 유포 등 모니터링, 협업 점검 단속’이나 ‘불법촬영 유포 등 사이버 성범죄 모니터링 합동 단속’ 관련 여가부 인권보호점검팀의 협조 요청 및 협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서울 금천·수서·관악경찰서 생활질서계와 협의한 바 있다”고 답했습니다. 1∼2일 여가부가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한 뒤에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와 여성청소년과, 인천연수경찰서, 부천 원미경찰서, 인천 서부경찰서 등과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가부는 이에 대해 “(보도자료 배포 전) 3월 25일 경기 분당·의정부 경찰서, 3월 28일 서울 수서·금천 경찰서, 3월 29일 서울 관악·경기 고양 경찰서 등과 관련 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3월 25일부터 4월 11일까지 여가부가 협의한 지역관할 경찰서는 총 10곳입니다. 여가부는 또 “애초부터 (보도자료에) 지역관할 경찰서와 협업하여 실시한다고 표현했는데도 불구하고 (중앙 행정기관인) 경찰청이 답변한 내용만으로 여가부가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실제로 여가부는 채팅앱을 악용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성매매를 합동단속하기 위해 2016년부터 지역 경찰관서 등과 협업해 오고 있습니다. 합동점검 적발실적을 보면 2016년 51회(123명), 2017년 31회(68명), 2018년 36회(68명)입니다. 1일 배포된 보도자료를 보면 “(이번 점검은) 불법 성매매에 집중됐던 조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여가부는 아울러 “성매매 등 여성폭력방지 협업단속을 하는 경우 사전에 반드시 지역 경찰관서와 현장 역할분담, 주의사항 공유 등 세부협의를 거쳐 협업에 임하고 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하태경 의원이 “바꿔치기 됐다”고 주장한 여가부 자료 부분. 하태경 의원실


―2일 배포된 여가부 보도자료에서 “방송통신위원회와 협력하고 있다”는 부분이 “관계기관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바뀐 것은 방통위가 거짓 해명사실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여가부가 2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청소년 대상 성매매를 유인·조장하는 채팅앱에 대한 점검을 실시했고, 채팅앱 사업자의 책임의식을 높이기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방안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방송통신위원회’라고 표기된 부분은 ‘관계기관’으로 바뀝니다.

여가부는 이에 대해 “협업해 온 것은 사실”이라며 “방통위가 이와 관련된 협력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경찰청 등과 함께 협력했는데 방통위만 특정해서 설명 자료가 나간 것은 부담이 되니 관계기관들로 수정해달라고 요청해서 수정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여가부는 지난 1월 8일 ‘랜덤채팅앱 사업자의 신고 또는 등록의무 부과’ 등에 대해 제54차 성매매방지대책추진점검담 실무회의를 개최했으며, 해당 회의에는 방통위, 방심위, 경찰청, 여가부가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하 의원은 왜 ‘거짓 해명사실’이라고 했을까요? 방통위가 하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을 보면 “방통위-여가부는 ‘채팅앱 사업자의 책임의식을 높이기 위한 법적·제도적 개선방안 협력’ 관련 보도자료에 대하여 협의한 바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여가부는 “방통위는 ‘보도자료’에 대해 협의한 바 없다고 답변한 것일 뿐 법적·제도적 개선방안에 대해 협의한 바 없다고 답변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여가부가 지역 관할 경찰관서 등과 협업해 진행하는 이번 점검은 공개된 채팅방을 대상으로 4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약 60일간 중점적으로 실시됩니다. 지역 관할 경찰관서가 기존에 채팅앱 등을 통해 단속했던 성범죄의 범위를 확장하는 겁니다. 불법촬영물이 발견되면 여가부는 산하기관인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마련된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통해 방통위·방심위에 해당 영상 긴급 삭제를 요청합니다. 이 센터는 유포된 불법촬영물 삭제와 함께 피해자 보호를 위한 수사·법률·의료 서비스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여가부는 이번 집중점검을 “모든 오픈 채팅방을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불법 촬영물이 집중 공유되는 오픈 채팅방을 대상으로 하며 2차 피해 방지와 피해자 보호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처음 밝힌대로 공개 채팅방에 불법촬영물 등이 발견되면 “경고문구를 게시한다”는 부분은 철회했습니다. “(논의 끝에) 현실적으로 하기 어렵고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이유입니다.

불법촬영물 공유, 유포 등 디지털성범죄는 여성들이 불안감을 호소하며 적극 공론화에 나선 이슈입니다. 불법촬영을 규탄하며 열린 혜화역 집회에는 지난 한 해 동안 30만명의 여성들이 모여 거리를 메웠습니다. 최근에는 가수 승리와 정준영씨 등이 불법 촬영·유포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성범죄를 유희처럼 인식하는 행위가 만연해있음을 다시 한 번 드러내보였습니다. 불법촬영물을 공유, 유포하는 건 명백한 범죄행위입니다. 국민이 범죄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는 건 정부의 역할 아닐까요?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네이버 메인에서 한겨레 받아보기]
[▶한겨레 정기구독] [▶영상 그 이상 ‘영상+’]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