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석탄·쌀 교환했다"소문 돌지만 입닫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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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8.03. 오후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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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석탄의 국내 반입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정부의 대응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북한산 석탄임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고, 또 이후 조사 과정에서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작년 10월 두 척의 선박이 북한산 석탄을 싣고 국내에 들어오는 사실을 알고도 반입을 막지 않았다. 북한산 석탄의 반입은 지난 3월 발행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의 보고서에 적시됐지만 역시 정부 차원의 대응은 없었고, 지난 7월 일부 해외 매체에 이와 같은 사실이 보도되고 나서도 소극적인 설명만 했다.

이런 가운데 작년 11월 이후 또 다른 화물선 3척이 러시아에서 선적한 북한산 추정 석탄을 동해 포항항에 하역한 사실도 2일 추가로 확인됐다.

정부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현 정권이 북한의 석탄 반입을 알고도 방조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 “조사중”이란 말만 되풀이 하는 정부...靑이 ‘석탄 의혹’ 관리?

문제가 된 선박은 파나마 선적의 ‘스카이 엔젤’호와 시에라리온 선적의 ‘리치 글로리’호다.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에 따라 북한산 석탄의 수출입이 전면 금지된 상태에서 북한 선박을 감시하던 유엔 등은 작년 10월 이들 선박이 북한 원산·청진에서 실은 석탄 9156t을 러시아 홀름스크항에서 ‘환적’해 인천과 포항을 통해 들여온 사실을 실시간으로 포착했고, 우리 정부에 통보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은 소극적이었다.


야권 관계자는 “북한산 석탄 관련 조사 결과에 대해 국회에 제대로 된 정부의 보고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정부 부처의 대응도 소극적”이라며 “청와대 차원에서 북한산 석탄 문제를 ‘관리’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번 북한산 석탄 사건에 대한 은폐 의혹이 일자 “작년 10월부터 정보를 받았고, 그때부터 관세청이 중심이 돼 조사 중”이라고만 한 뒤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관세청의 조사가 이미 지난 7월말 끝났지만, 정부가 사법 처리를 미루고 있다는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청와대의 입장은 없었다. 북한산 석탄 문제에 대해 사실상 ‘무반응’ 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산 석탄을 실어날랐던 선박들은 지난 3월 ‘우범 선박’으로 지정됐지만, 그 이후로도 십여 차례 부산과 인천 등에 입항했고 별다른 제지는 없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청와대의 기류가 있으니 공무원들이 소극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나서서 국제 제재를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미국의 은밀한 보복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이미 발표한 ‘북한 제재 및 집행조치 주의보’를 이례적으로 한글로 번역해 대북제재 웹페이지에 공개하기도 했다.

그사이 북한산 석탄에 대한 의혹은 더욱 커졌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2일 북한산 석탄이 선적돼 계속 이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상업용 위성사진 전문업체 ‘플래닛 랩스’가 지난달 24일 북한 남포항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석탄 하역장 주변으로 대형 선박 2척이 확인됐다며, 선박의 적재 공간이 시커먼 점을 볼 때 석탄이 실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 선박은 지난달 29일 위성사진에서는 사라졌다. 석탄을 싣고 떠난 것이다.


◇국내 반입 석탄 향방은 오리무중

국내에 반입된 석탄의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심재철 의원실 관계자는 “발전소나 제철소 등으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되지만, 규명이 안 되고 있다”며 “남동발전이 사용했다는 설 등이 있었지만 석탄은 원산지를 구별하기 어려워 추적에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한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북한산 석탄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으로 안다”며 “정부에서 이런 식으로 대응한다면 당연히 싼 북한산 석탄을 이용하고 싶지 않겠나”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북한산 석탄과 한국산 쌀을 맞교환하면서 쌀값이 오른다는 얘기까지 나왔다.농식품부에 따르면 쌀 20kg 소비자 가격은 올해 1월 2일 4만3022원, 2월 28일 3만3739원, 4월 20일 4만7431원, 6월 29일 4만7787원, 지난달 30일 4만8585원으로 올랐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약 13% 상승한 셈이다.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한 제재망을 느슨하게 하면서 한국 선적 유조선이 공해상에서 북한의 석유 밀수에 가담하려 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실제로 일본 NHK에 따르면,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은 지난 5월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한국 선적 유조선과 북한 유조선이 나란히 정박 중인 장면을 확인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당시 한국 유조선이 북한의 공해상 석유 밀수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한국 정부에 사실 관계를 조사하도록 요청했었다.

[양승식 기자 s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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