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서촌/통인시장 꼭 가볼만한 맛집 : 이자카야 로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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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4. 9.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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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끼짬뽕이 맛있는 곳
인트로 : 서촌에 가다

서촌 한옥 스테이

인생의 오르막길, 숨이 가빠온다. 이마에 맺힌 땀이 볼의 굴곡에 따라 연신 흐르고, 들고 나는 숨이 기도에 쓸리는 소리가 점점 더 공사판 인부의 거친 손등 같다. 37살. 적지 않은 나이다. 누군가에게는 어떤 일을 하기에 무척이나 좋은 나이이기도 하지만 또 어떤 이에게는 무섭도록 막막한 인생의 광야이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으로 오늘을 좀 먹게 놔두느니 그저 현실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요즘 나를 버티게 하는 인생지론이다. 올해의 나는 작년의 나와 사뭇 다르다. 솔직하게 말하면, 제대로 환경의 변화에 맞춰 적응해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저 시계바늘처럼 주어진 삶의 쾌적만 돌며 스스로를 자위하며 살아가는 것일지도 ···

미세먼지로 존심이 구겨진 봄이 샤워 재개 후 그 민낯을 드러냈다. 바람의 동선에 따라 갈지자로 분분하게 떨어지는 하얀 꽃잎과 정수리 부위에 쏟아지는 봄볕의 수위 넘는 관심까지. 그도 그럴 것이 어제기온보다 오늘이 10도 이상 높았다고 한다. 

서촌 골목길에서 만난 진돗개

잔망스러운 개들이다. 낯선이의 인기척에도 넙쭉 엎드려 미동도 없이 잔다. 이를 신기하게 바라보던 동네 꼬마녀석들이 다가가 이래 저래 어르만저도 곧 죽을 것 마냥 바닥에 등을 대고 일어나지 않는다. 성경구절에 보면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다.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 너희 중에 누가 염려함으로 그 키를 한 자라도 더할 수 있겠느냐

아무리 봐도 오늘은 저 개팔자에 내가 진 거 같다. 

이자카야 로쿠지
생각하믄 므하겠노. 맘이나 답답허지. 밥이나 무꼬 디비 자야겠다.

포토제닉한 거리와 마주하다
서촌 골목길

서촌의 골목은 연남동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연남동 골목은 폭이 좁고 경사가 없는 반면 서촌은 걷다보면 등줄기에 땀이 고인다. 흰곰팡이 습격 사건으로 아끼던 식물들이 죄다 말라 비틀어지는 바람에 새 식구로 다육이를 입양했는데, 이렇게 작은 황토색 토기에 옹기종기 들어차 있으니까 솜털 보송한 아기를 보는 것 마냥 기분이 좋다.

대오서점

시골에는 아직도 이런 서점이 곧잘 보일텐데, 서촌에서는 이 오래된 대오서점이 갑 오브 명물이라 사진 한 컷 찍는데도 자릿세를 내야 한다. 영화 속에서나 봤던 그때 그 시절의 향수가 마치 나의 기억의 파편처럼 그렇게 뇌리속에 아지랑이 피듯 피어올랐다.

인왕산 수성동 계곡

박노수 화백의 가옥과 인왕산 수성동 계곡까지 둘러보고 나니 해가 뉘엿뉘엿 조금씩 지평선 넘어로 사라지고 있었다. 

이상의 집 바로 맞으편이 이자카야 로쿠지다. 테라스 때문에 간판이 잘 안 보여서 주의깊게 살피지 않으면 그냥 스쳐지나가기 십상인데, '한글 자음이 새겨진 도로'만 기억하면 누구나 로쿠지를 찾을 수 있다. 당신이 만약 이곳에 와 도로 위에서 이와 같은 한글 자음을 발견한다면 무조건 고개를 좌우로 돌려보기를 바란다. 그러면 분명 한쪽은 무료로 들어갈 수 있는 이상의 집일 것이고 다른 한쪽은 이자카야 로쿠지일 것이다.

이자카야 로쿠지
로코지에서 바라본 이상의 집

신선함은 기본
매력 만점 모듬회

통인시장 끝자락에 위치한 효자동 베이커리를 아시나요? 솔직히 말하면 낙성대 장블랑제리만큼 장사가 잘 되는 곳도 못 본 것 같다. 실제 효자동 베이커리의 콘브래드를 먹어봤지만 솔까말 그저 그런 맛이었다. 전주한옥마을 맛집에서 느꼈던 배신감과 동값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서울 3대 빵집 타이틀은 좀 격에 맞지 않아 보였다.

서울에서 몇몇 이자카야를 가봤지만 다시 또 가보고 싶다고 생각된 건 로쿠지가 처음이었다. 물론 로우데이터 부족에 따른 속단일 수 있지만 나가사끼짬뽕 국물만큼은 진짜 그릇 바닥까지 훤히 들어날만큼 흡입했다.

도미, 참치 타다끼, 참치 뱃살, 광어, 전복, 멍게, 연어 등 바닷가 회식구들이 총출동했다. 예식장 뷔페 아니면 서울에서 회 먹기가 그리 쉽지 않은데, 이렇게 질 좋은 회를 아내와 함께 다른 곳도 아닌 아내의 대학 시절 추억이 깃든 서촌에서 먹을 수 있다는 게 꿈만 같았다.


취향저격 국물맛
나가사끼 짬뽕

평소 나가사끼짬봉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이 메뉴는 정말 취향저격이었다. 이미 배가 부를대로 불러서 더는 못 먹을 지경이었는데도 그릇 바닥이 드러날 정도까지 국물을 마시다 못해 흡입했다. 살짝 밍밍한 건 아닌가 싶었는데 나중에 국물이 면에 베이고 쫄여지다보니 적당히 혀에 감기는 짠맛과 꽃게 육수맛이 잘 어울려져 자꾸 구미를 당겼다. 

회는 싱싱하면 그럴 수 있다. 어디든 좋은 산지에서 횟감만 잘 공수하면 그만일테니 말이다. 그런데 나가사끼 짬뽕은 다르지 않는가? 어떻게 국물을 우려내고 간을 맞췄는지가 핵심 아닌가? 그래서인지 먹어보진 않은 다른 메뉴에도 뭔가 남다른 노하우가 숨어있지 않을까 싶었다.

서촌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거리의 분위기, 삶에 대해 한 번 더 진중하게 생각하는 장소들, 거기에 인생의 참맛을 더해주는 식도락까지··· 오늘도 나는 또다른 감동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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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카야 로쿠지


오늘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먹방 인증샷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5가길 24
이자카야 로쿠지 위치 및 주소

로쿠지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5가길 24
상세보기

본 글은 로쿠지의 초대에 의해 제공받은 메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수다
수다 상품리뷰

마케터 & IT 서비스기획자 | 스타트업 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GA, PPT, Excel 등 업무자동화 스킬을 공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