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Notch]59 '기업 다 잡아 먹는다'··· 기업들 '아마존 이펙트'에 전전긍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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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기업들을 잡아 먹는 초대형 ‘블랙홀’이 되고 있다.

아마존이 진출한다는 루머만 나돌아도 해당 산업을 리드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추락하고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지는 현상을 뜻하는 ‘아마존 이펙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아마존이 온라인, 오프라인 가리지 않는 무차별 포식자, 산업의 규칙 자체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되면서 모든 산업과 기업들에 ‘아마존 경계령’이 내려졌다.

세계 최대의 유통기업 아마존의 폴란드 물류 센터. 아마존은 인공지능과 결합한 로봇 기술로 물류 혁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 파산한 ‘장난감 왕국’ 토이저러스, “아마존 때문에 망한 27번째 기업”



세계 최대의 장난감 기업 토이저러스가 지난 3월14일 미국과 영국에서 문을 닫기로 했다. 미국의 735개 매장, 영국의 100개 매장이 매각 또는 폐쇄될 예정이다. 50억달러의 부채에 시달리던 토이저러스는 작년 9월 파산 보호 신청을 내고 채무 재조정을 시도했지만 결국 사업 청산을 결정했다.

토이저러스의 작년 매출은 110억달러. 미국 장난감 시장(270억달러)의 40%를 차지하는 ‘장난감 왕국’이었다. 토이저러스의 사망과 함께 미국과 영국의 일자리 3만6000여개가 사라질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보도했다.

토이저러스가 망한 이유는 온라인과 모바일로 급속히 이동하는 시장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한 때문이다. 특히 아마존의 등장이 결정타가 됐다는 지적이 많다.

토이저러스는 2000년 아마존에 10년간 온라인 판매 독점권을 주는 등 돈독한 협력 관계를 맺었지만 결국 장난감 시장의 주도권을 아마존에게 빼앗겼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리오그퍼스트데이는 “토이저러스는 아마존 때문에 망한 27개번째 대기업"이라고 했다.

세계 최대 장난감 기업 토이저러스가 미국과 영국에서 사업을 접기로 했다./사진=블룸버그


◆ 다음 희생양은 누구냐? ··· ‘아마존 이펙트’ 공포

“아마존은 현대 기업의 모든 규칙을 파괴하고 있다. 모든 산업의 대기업들이 아마존에게 전례없는 위협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아마존의 사업 영역이 서적, 전자 제품 판매를 넘어, 소포, 음식 배달, 슈퍼마켓, 의류, 트럭, 자동차 부품, 의약품 판매, 부동산중개, 화장품, 공연 티켓 판매, 금융 등 거의 모든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마존의 진출설 만으로도 해당 산업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고 주주들이 패닉에 빠지는 ‘아마존 이팩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실제 아마존이 작년 6월 홀푸드를 인수하자 월마트(-7.1%), 타깃(-12.4%), 크로거(-16.7%) 등 유통 대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했다. 두 달 뒤 아마존이 홀푸드 가격을 인하하자 월마트 등의 주가는 또다시 추락했다.

올해 들어 아마존의 영역 확장에 가속이 붙고 있다.

지난 1월20일 아마존이 제이피모건, 버크셔 해서웨이와 건강 산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월그린, 유나이티드 헬스그룹, CVS, 익스프레스 스크립트 등의 주가가 3~11%씩 하락했다.

지난 2월9일(미국 현지시각) 아마존이 택배 사업을 시작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페덱스, UPS 등 글로벌 택배 시장을 지배하던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했다.

2월 27일(현지시각)에는 아마존이 가정용 방범 카메라 기업 ‘링’을 인수했다는 소식으로 보안 카메라 산업과 관련 기업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3월12일 아마존이 소기업 크레딧카드 사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주가가 급락했다.

아마존의 다음 타깃이 주문형 의류업, 가구, 가전 산업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해당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페덱스 물류센터. 아마존의 택배 사업 진출 소식에 페덱스 등 글로벌 물류회사 주가가 폭락했다./사진=블룸버그


◆ “성장 가능성 무궁무진" ··· 낮은 이익률, 규제 리스크

아마존이 무서운 이유는 신사업은 물론 주력 산업인 유통에서 조차 미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아마존의 작년 매출 증가율은 25%(홀푸드 제외)나 된다. 최근 3년 만에 두 배나 됐다.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의 작년 매출 증가율은 3%에 불과하다.

아마존의 매출은 1800억달러로 5000억달러인 월마트에 비해 턱없이 적다. 아직은 오프라인 매장이 소매업 매출의 90%를 차지하지 때문이다.

온라인 유통 시장이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는 추세를 감안하면 아마존의 매출은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아마존의 미국의 온라인 유통 점유율은 44%나 된다.

덕분에 2010년 98위에 불과하던 아마존의 기업 가치는 2016년 6위로 올라섰고, 지난 2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추월하며 3위로 올라섰다.

아마존의 앞날에는 밝은 빛만 비추고 있을까?

블룸버그 통신은 “아마존 역시 2.7%에 불과한 낮은 매출 이익, 전 세계 판매 네트워크 구축 하기 위한 막대한 비용 등 사업 자체의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아마도 워싱턴, 뉴욕, 브뤼셀의 권력자들이 아마존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이 가장 큰 위험 요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 등이 반독점법 위반 등 규제를 가할 경우 아마존이 현재 누리는 무소불위의 사업 확장에 한순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방성수 기자 ssba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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