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상주] "8살 열혈팬, 팀 없어진단 걸 잘 몰라… 김천 가도 응원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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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상훈 씨(39, 왼쪽), 성민준 어린이(8). 풋볼리스트


[풋볼리스트=상주] 허인회 기자= 사랑하는 우리 동네 팀이 왜 이사가야 하는지, 어린이 축구팬이 이해하기에 '어른들의 사정'은 너무 복잡하다. 

상주상무는 올해 해체되지만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단은 그대로 김천상무로 옮겨 간다. 상주 홈구장에서 보기 드문 한 어린이 팬의 가족은 선수단에 대한 애정 때문에 김천도 응원하기로 결정했다.

17일 오후 2시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25라운드에서 상주가 대구FC를 2-1로 꺾었다. 4위 상주(승점 41)는 맹렬하게 뒤쫓던 5위 대구(승점 35)의 추격 의지를 한풀 꺾었다.

상주는 역사상 마지막 홈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올시즌 남은 2경기는 모두 원정으로 치를 예정이다. 올해 상주시, 한국프로축구연맹, 국군체육부대 간의 3자 연고협약이 마무리되면서 상주 홈구장은 K리그 무대에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상주상무 제공


상주는 마지막 홈경기를 관중과 함께 하며 의미를 더했다. 지난 11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전환에 따라 프로연맹은 제한적 관중을 허용했다. 유료관중 666명이 이날 경기장을 찾아 힘찬 박수 응원을 보냈다.

특히 성민준(8) 어린이는 경기 전 문선민의 8월 '이달의 선수', 게토레이 G MOMENT AWARD 랜선시상식에 직접 참여하면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상주는 지난달 SNS를 통해 랜선시상자를 모집했다. 성민준 어린이가 '랜선시상자로 선정돼야 하는 이유 및 문선민에 대한 애정 증명하기' 미션에서 1등을 차지하며 마지막 홈경기에서 랜선시상자로 나섰다.

성민준 어린이는 영상을 통해 문선민의 수상 축하와 함께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안녕하세요. 문선민 선수의 G MOMENT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남은 시즌 부상 없이 건강하게 마무리 잘 하시고 행복 축구하면서 관제탑 세리머니 많이 보여주세요. 문선민 파이팅! 상주상무 파이팅!"이라며 불끈 쥔 주먹을 들어올렸다.

경기 종료 뒤 '풋볼리스트'는 성민준 어린이와 부친 성상훈(39)씨를 만났다. 성민준 어린이는 가장 좋아하는 축구선수로 문선민을 꼽았다. "산책골 넣는 것 보고 좋아졌어요. 상주랑 문선민 둘 다 좋아요." 문선민은 지난 5월에 50m가 넘는 거리를 질주해 득점한 일명 '산책골'을 기록했다. 당시 성민준 어린이의 스케치북 응원이 전광판에 비쳤는데 문선민이 직접 고마움을 표한 바 있다.

성민준 어린이는 부모와 함께 상주를 열렬히 응원하는 '찐팬'이다. 가족 전체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시즌권을 구매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환불받았다. 홈에서 열린 제한적 유관중 두 경기는 모두 직접 관람했다. 부친 성 씨는 "상주 홈경기가 있는 날엔 집에서 랜선 응원을 펼쳤다. 민준이가 선수 이름으로 3행시 짓기, 예상 첫 골 주인공, 스코어 맞추기 등을 통해 받은 경품만 수십개다. 싸인볼, 인형, 마스크 등을 받았고 응원봉은 10개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성상훈 씨 제공


상주가 올해를 끝으로 해체되는 사실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성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직접 본 경기가 적다. 상주가 사라진다니 아쉬움이 크다. 개인적으론 상주시에서 약속을 저버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자체 장이 바뀌면서 프로팀 창단이 힘들어졌다니..."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성민준 어린이는 "상주가 이제 앞으로 더 잘했으면 좋겠어요"라며 해맑게 웃을 만큼 상무팀 연고지 이전 사실을 온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내년부턴 김천시가 상무를 유치해 K리그2에서 시작한다. 성 씨는 "민준이가 상주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계속 보고 싶어 한다. 김천이 집에서 멀긴 하지만 계속 응원하자고 했다. 민준이를 위해 최대한 갈 계획이다. 상주는 가족이 다 같이 주말을 함께 보낼 수 있게 해준 팀이다. 덕분에 더 화목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성 씨는 "민준이는 한국에서 상주를 가장 좋아하는 어린이라고 볼 수 있다. 상주와 함께 한 추억이 가득하다. 남은 원정경기들도 집에서 지켜볼 예정이다.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선수들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고, 시즌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사진= 풋볼리스트, 상주상무 제공, 성상훈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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