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시켜놓고 맨발 도주…'괘씸한' 동승자 법정구속
술을 마신 채 차를 몰다 사고를 낸 운전자 보다, 단속이 없으니 괜찮다면서 음주 운전을 부추긴 동승자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그렇게 운전을 부추겼던 동승자는 사고 이후 맨발로 도망까지 갔는데,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 시켰습니다.
김태욱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해 9월 새벽, 세종시의 한 도로에서 2명이 다친 음주운전 교통사고.
경찰이 출동했을 때 사고 차량 안에는 20대 여성 운전자만 있었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110%의 만취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사고 조사 과정에서, 당시 조수석에는 30대 남성인 동승자도 함께 타고 있었고, 사고 직후 혼자 도망쳤던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법원은 음주사고를 낸 당사자인 여성 운전자에게 벌금 8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운전대는 잡지도 않은 동승자에게 더 무거운 형량인 징역 4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습니다.
함께 술을 마신 뒤 대리운전을 부르려는 운전자에게 "음주단속이 없으니 운전해도 된다", "나는 무면허이고 피곤하니까 운전하라"며 음주운전을 부추긴 책임이 더 크다는 겁니다.
사고가 발생하자 신발까지 벗어둔 채 맨발로 도망쳤던 이 남성은, 이후 SNS를 통해 "방조한 사실이 걸리면 큰 일이다" "CCTV 확인해도 경찰이 자신을 모를 것"이라며 운전자에게 허위 진술을 요구했던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재판부는 이 동승자가 "이미 3차례 음주운전 전과로 집행유예 기간인 상황에서 사고가 나자 도주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며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차승환/대전지방법원 공보판사]
"단속을 안 하니 음주운전을 해도 된다는 식으로 적극적인 방조 행위를 한 경우에는 무거운 형사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데 이 판결의 취지가 있습니다."
이번 법원의 판결로 동승자 역시 음주 운전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고, 더불어 그 의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습니다.
MBC뉴스 김태욱입니다.
(영상취재: 양철규(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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