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은 외지인]④ 서울 아파트 구매 10명 중 4명 ‘2030’…‘영끌’에 30대 부채증가율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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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3.02. 오전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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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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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생집망'·'영끌하자'...불안한 2030 아파트 구매 행렬

"여름의 매매가가 겨울의 전세가가 되는 현실" 지난해 12월 경기도에서 아파트를 구한 신혼부부가 인터넷에 올린 글입니다. '집주인이 5억 원에 내놓은 매물을 며칠새 5억 5천만 원으로 올렸다, 6억 천만 원 매물은 6억 3천만 원으로 올린단다'며 분통을 떠뜨립니다.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지금이라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하자,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 사기는 망했다)"와 같은 자조섞인 토로들이 쏟아졌습니다. 아파트값 고공행진에 전세난까지 겹치자 20, 30대 젊은 무주택자들이 대거 아파트 구매 행렬에 뛰어들었습니다.

■ 30대가 처음으로 40대 추월...'패닉 바잉'에 큰 손으로 나섰다

어느 정도일까? 한국부동산원 부동산거래현황 데이터를 통해 현황을 분석해봤습니다. 매입자 연령대별 데이터는 2019년 1월부터 공표돼, 분석 기간은 2020년 12월까지 2년간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정구 등 기초자치단체에 일반구가 있는 경우는 구별로 분리해서 250개 시군구를 기준으로 살펴봤습니다.

아파트 구매자들, 그동안은 40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는데요. 30대 비율이 오름세를 나타내더니 지난해 12월에 가서는 40대를 처음으로 추월했습니다. 30대가 27.4%로 최고치를 경신하며, 40대(27.2%)를 제쳤습니다.


20대 이하 비율(6.7%)까지 합치면, 이른바 20, 30대 '영끌세대'의 비중은 34.1%를 기록합니다. 지난해 말 전국 아파트 구매자 3명 중 1명은 '영끌세대'라는 이야기입니다.

새해 들어서도 이런 기조는 계속돼, 지난달 30대가 아파트를 사들인 비중은 26.6%로 40대 (26.5%)보다 앞섰습니다. 더 늦으면 내 집 마련이 영영 어려울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아파트값 상승을 기대하는 심리에 아파트 구매를 늘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 서울 아파트 구매자 10명 중 4명은 '영끌세대'...1년 새 5.5%p↑

광역자치단체별로 보면, 지난해 '영끌세대' 구매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로 37.3%를 기록했습니다. 서울 아파트를 구입한 10명 중 4명은 30대 이하였습니다.


서울에 이어 울산(33.4%), 세종(30.5%), 경기(30.4%), 제주(29.7%) 순으로 '20, 30세대' 비중이 높았는데요. 가장 낮은 곳은 강원도로 23.1%였습니다.

'영끌세대' 비중이 1년새 어디가 많이 늘었나 봐도, 서울이 1위였습니다. 2020년 들어
젊은 세대의 아파트 구매 비중은 전년에 비해 5.5%포인트나 올랐습니다. 이어 제주가 2.1%포인트, 세종 2.0%포인트로 뒤따랐습니다. 전남은 전년보다 3.6% 포인트가 떨어지면서 최하위권이었습니다.

■ '2030세대' 많이 산 지역은 어디?...서울 비강남권 상위

영끌세대가 아파트 많이 산 지역은 어디일가? 시군구별로도 살펴봤는데요. 연간 거래 건수가 50건 이하인 지역은 제외하고 비율을 따져봤습니다.


광역단위로 봤을 때 서울의 2030세대 비중이 높았던 만큼, 시군구 단위로 봐도 서울의 자치구들이 상위권에 많이 올랐는데요. '영끌세대'가 아파트를 사들인 비중이 가장 높았던 곳은 서울 성동구로 49%를 기록했습니다. 성동구에서 아파트를 산 사람의 절반은 30대 이하였습니다.

그 다음은 서울 강서구(46.0%), 서울 중구(42.8%), 경기 수원시 영통구(41.3%), 서울 동대문구(41.3%)등의 순이었습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30대, 20대의 주거지 마련은 서울 외곽지역이나 경기도, 5대 광역시에서 상대적으로 중저가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러한 지역들을 위주로 젊은 세대들의 거래 비중이 계속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 '영끌세대' 김포 구매건수 1년새 3.2배↑...파주, 평택도 구매 급증

최근 2030세대의 아파트 구매가 크게 늘어난 곳은 어디일까? 젊은 층의 수요가 많은 수도권을 대상으로 살펴봤습니다.

지난해 '영끌세대'의 구매가 전년에 비해 가장 많이 늘었던 곳은 경기 김포시였습니다. 2020년에 20,30대가 김포에서 산 아파트는 5,145채로 전년보다 3.2배나 늘었습니다.


경기 김포에 이어서 파주시가 3.1배, 평택시 2.9배, 고양시 일산 동구 2.8배, 군포시 2.8배 등 순으로 높았습니다. 수도권에서 상대적으로 평균 매매가격이 낮으면서도 서울 접근성이 좋은 곳들이 상위를 차지했습니다.

지난해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르고 전세난까지 가중되면서, 인근 수도권에서 내집 마련을 하기로 결정한 젊은 세대들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됩니다.

수도권 시군구 가운데 최하위는 경기 과천이었습니다. 과천은 지난해 12월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3억 원에 육박하며 크게 올랐는데요. 이 영향으로 '영끌세대' 구매는 전년에 비해 13.8%나 감소했습니다.

■ 지난해 30대 가구주 부채증가율 최고..."가계 재무건전성 악영향"

문제는 오르는 아파트값에 맞춰 대출을 늘리느라, 이들 세대의 부채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겁니다. 국회예산정책처 '경제·산업동향&이슈' (13호) 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주 부채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연령대는 30대였습니다.

지난해 30대가 가구주인 가구의 부채 증가율은 전년보다 13.1% 증가하면서 모든 연령대 중에 가장 높았습니다. 2위는 29세 이하가 8.8% 증가로 뒤따르면서, 젊은 세대들의 부채 증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부채를 활용한 주택 구입의 영향일 가능성이 있다"며 "가계 재무건전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합니다.

■ 가계빚 사상 최초 1700조...대출규제에도 1년 새 126조 급증

부동산 '영끌 대출' 에다 '빚투 열풍'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가 진 빚은 사상 처음으로 170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한국은행 가계신용(잠정)통계에 따르면, 2020년 4분기말 가계신용 잔액은 1726조 천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가계신용은 가계대출(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과 판매신용(신용카드 이용액)을 더한 포괄적인 가계빚을 뜻하는데요. 가계대출은 1630조 2천억 원, 판매신용은 95조 9천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가계신용은 전년보다 125조 8천억 원이나 늘었습니다. 연간 증가 규모는 정부가 주택 대출규제를 완화했던 2016년(139조 4천억 원)이후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엔 오히려 대출 규제를 강화했는데도, 당시와 버금갈 정도로 가계 빚이 늘어났습니다.

■ '신용대출·마이너스 통장' 사상 최대...주담대 금리 상승에 '영끌족' 부담 커져

특히 가계대출을 이루는 주택담보대출과 기타대출 모두 크게 늘었는데요.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은 67조 8천억 원 증가해, 역대 세 번째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더욱이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등을 합친 기타대출은 57조 8천억 원 늘어나면서,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신용대출, 마이너스 통장으로 많이 몰린 겁니다.

이같은 현상은 새해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1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996조 4천억 원으로, 전달보다 7조 6천억 원 늘었습니다. 1월 기준으로 2004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증가폭입니다. 한국은행은 "주택 매매 및 전세 관련 자금 수요가 이어지면서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계속 올라, 지난달 2.63%를 기록하며 1년 반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빚을 내 부동산을 사들인 '영끌족'의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향후 부동산 가격 등락에 따라 '하우스 푸어'로 전락할 위험까지 커졌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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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수집·분석: 윤지희, 이지연
인터랙티브 개발: 김명윤, 공민진
데이터 시각화: 권세라, 강준희

유지향 (nausik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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