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민주당 해산해주세요”…난감한 靑 답변은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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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5.02. 오전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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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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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민주당 해산! 간곡히 청원합니다"

선거제, 검찰 개혁 법안은 우여곡절 끝에 '패스트트랙' 열차에 겨우 올라탔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야 대치가 국회를 넘어 이제 청와대 청원 게시판으로 옮겨붙으면서 자유한국당을 해산시켜달라는 청원은 2일 오전 8시 기준으로 165만 명을 넘어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 중인 데다, 더불어민주당 해산 청원도 26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국민 청원에 20만 명 이상이 동참하면, 청와대와 정부는 공식 답변을 하게 돼 있는데, 두 청원 모두 요건을 채운 겁니다.

제1야당은 물론 여당도 해산해달라는 이 사상 초유의 사태에 누가, 언제, 어떤 내용으로 답변을 할지 미리 물어봤습니다.


'난감한' 국민 청원…누가 답변?

일단 청원에 답변할 후보로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김형연 법무 비서관, 강기정 정무수석, 복기왕 정무 비서관 등이 후보로 거론됩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분들이 다 청원을 답변할 후보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헌법에 따라, 정당 해산 심판 청구는 법무부 검토->국무회의 심의->대통령 재가 이 과정을 거치게 돼 있거든요. 2013년 정부가 옛 통진당 해산 심판을 청구할 때도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긴급 안건으로 보고했고, 국무회의 심의가 끝난 뒤엔 박근혜 대통령이 제소를 재가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두 정당 해산 청원 답변은 법무부 장관도 할 수 있고, 청와대 내에선 법률문제를 담당하는 민정 수석실도 관련이 있는 겁니다. 또 국회와의 소통과 협력은 정무수석실에서 담당하고 있는 만큼 그쪽도 청원 답변 후보자인 거죠.

한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로선 정무수석이 답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습니다. 헌법 8조를 보면, 정당의 목적,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 헌법재판소에 정당 해산을 제소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이번 사안이 그럴만한 사안이냐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는 게 청와대 내부 분위기거든요. 실제 제1야당, 여당이 해산될 거라고 믿는 국민들도 거의 없을 겁니다. 그래서 법무부 장관, 민정 수석실에서 나서기보다 정무수석실에서 국회 상황 등을 설명하게 될 거란 얘깁니다. 국민 청원을 담당하는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고, 현재 협의 중에 있다"면서 "적절한 분을 모시도록 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언제? "6월 21일 전, 한꺼번에 답변"

청와대는 두 청원이 결국 같은 사안인 만큼 한꺼번에 답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따로 답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청원 답변은 청원 마감일로부터 한 달 이내에 하게 돼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정당 해산 청원 마감일은 5월 22일, 더불어민주당 청원 마감일은 5월 29일입니다. 두 청원을 같이 답하려면 날짜가 더 이른 5월 22일로부터 한 달 이내, 즉 6월 21일 전까지는 답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청와대는 청원 답변을 서두르지 않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여야가 대치 중인 상황인데, 정당 해산 청원이라는 민감한 사안에 대한 답을 서둘러 내서, 괜히 국회를 자극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靑 "우리가 할 말이 별로 없지 않나..."

청와대는 제1야당과 여당을 해산시켜달라는 국민 청원에 "어떻게 답해야할지 모르겠다"면서 난감해하는 분위깁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떤 얘기를 할지 논의중이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지 않나"라면서 내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해서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정치에 대해 유권자들이 관심을 갖는다는 건, 참여 민주주의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국민들이 이해하실 만한 내용으로 답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국민 청원에 뜨거운 관심이 몰린 것은 이른바 '동물 국회'가 재연된 것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담긴 거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사안이 정당 해산을 청구할 사안은 아니라고 보는 만큼, 답변은 원론적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여야 모두 "네 탓이다" '정치' 복원 언제?

정당 해산 국민 청원을 놓고 정치권 공방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 행태에 반감 가진 분들이 혼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결집하는 것 같다"고 논평했고, 자유한국당은 "보수 궤멸을 위해 청와대 게시판을 통한 가짜 여론몰이가 진행되고 있다"고 맞받았습니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두 당 모두를 싸잡아 비판하고, 정의당은 한국당 비판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좀처럼 접점을 찾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국민들입니다. 국회는 물론 청와대가 정치력, 정무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청와대 정무수석실 관계자는 "당장 추경, 탄력근로제 이런 급한 현안들이 있어서 국회 정상화를 시킬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는 부탁을 드려야하는데, 그 시점이 언제일지, 언제쯤 말을 꺼내야 상대방이 기분나쁘지 않을까를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2014년 헌법재판소가 내린 통진당 해산 결정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두 정당에 대한 해산 청원은 헌재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표로 심판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 당 청원 숫자가 더 많다, 가짜 여론몰이다, 이런 비난에 열을 올리기보다 제1야당, 여당 모두 해산하라는 국민 청원에 담긴 따가운 민심을 먼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김지선 기자 (3rdlin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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