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코인 거래소…“신고 요건 충족한 곳 전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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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건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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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메이저, 한 달 내 충족할지 주목
중소 거래소는 이미 상당수 영업 중단
코인 가격은 소폭 상승하며 영향 ‘無’


최근 암호화폐 가격이 반등하면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거래량도 다시 꿈틀대는 중이다. 하지만 거래소는 ‘울상’이다.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자 신고 등록기한(9월 24일)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제대로 요건을 갖춘 국내 거래소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 16일 가상자산 사업자 현장 컨설팅 결과를 발표했다. 현장 컨설팅은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했거나 심사 중인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25곳을 대상으로 지난 6월부터 한 달간 시행됐다.

컨설팅 결과 신고 수리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업자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대 거래소를 포함해 단 한 곳도 없었다. 특금법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업자는 ISMS 인증 획득·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사업자 대표에 대한 벌금 이상의 형이 끝난 지 5년 초과 등을 충족해 오는 9월 24일까지 금융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컨설팅 결과 드러난 미비점은 신고 시까지 보완할 수 있도록 각 사업자에 전달했다. 이대로라면 기한 내 신고가 가능한 사업자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미등록 거래소가 갑작스럽게 폐업하거나 횡령 등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거래소 줄폐업이 가시화되는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79개 거래소 중 상당수가 이미 사실상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빗과 코인투엑스, 비트포인트플러스는 아예 사이트 접속이 불가능하고 CM거래소는 접속만 가능할 뿐 더 이상 암호화폐 거래가 불가능하다. 뉴드림거래소는 지난 8월 12일 기준 24시간 거래량 0원, 케이덱스는 1억2000만원 수준에 불과해 사실상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이른바 ‘4대 메이저 거래소’도 상황은 좋지 않다. 다른 중소 거래소와 마찬가지로 신고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컨설팅 결과를 받았고 은행과 실명계좌 계약 연장에 성공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트래블 룰’ 이슈까지 불거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중이다.

트래블 룰이란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코인을 다른 거래소나 지갑으로 이전할 때, 보내는 이와 받는 이의 정보를 파악할 것을 요구하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규정이다. 개정된 특금법 시행령도 각 가상자산 거래소가 트래블 룰을 갖출 것을 명시했지만 관련 시스템 구축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업계 주장이 받아들여져 내년 3월까지 적용이 유예됐다.

하지만 최근 NH농협은행이 빗썸과 코인원에 ‘트래블 룰 구축 전까지 타 거래소로 코인 입출금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빗썸과 코인원 측은 현실적으로 당장 코인 입·출금을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농협은행 요구를 마냥 무시하기도 어렵다. 당장 농협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 계약 연장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요구한 신고 요건을 충족한 곳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가 업계에 높은 수준의 잣대를 들이댔다는 방증이다. 투자자 보호도 중요하지만 대다수 거래소가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줄폐업하게 된 현재 상황은 매우 유감스럽다. 정부가 신산업 육성을 외면하고 규제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 같다”고 한숨 쉬었다.

한편 거래소 폐쇄 위기 소식에도 불구하고 국내 암호화폐 거래 가격은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분위기이다. 17일 오전 11시 6분 기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전날보다 0.76% 오른 5427만4000원에 거래 중이다. 지난 13일 5500만원대로 올라선 이후 5300만~5400만원대에서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나건웅 기자·문지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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