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초읽기…섣부른 투자보다 관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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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의 눈 - 황현 랜드스타에셋 대표

정비사업 일반분양분 많지 않아
공급 줄며 주택값 폭등 가능성
다음달 ‘주택법 시행령’ 개정을 앞두고 부동산시장은 갈팡질팡하는 분위기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기준이 크게 낮아져서다. 정비업계는 이미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단지도 상한제를 소급 적용하는 건 위헌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분양가 상한제가 10월 초 바로 작동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경제 여건과 부동산 동향 등을 점검해 관계 부처 협의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상한제 시행에 부정적 의견을 내비친 것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야심 차게 준비한 밑그림의 강력한 추진이 어렵게 된 셈이다. 하지만 투기과열지구에선 언제든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부동산시장엔 다양한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재개발·재건축조합의 사업성이 떨어진다. 사업이 중단되거나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은 정비사업을 통한 신규 공급이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의 대부분이다. 또한 내년 일몰제를 통해 많은 정비구역이 해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2012년 1월 31일 이전 구역 지정된 곳들은 내년 3월까지 조합설립인가 신청을 하지 않으면 해제된다. 서울의 주택 공급 감소는 장기적으로 무주택 서민들에게 더 큰 시련이 된다.

상한제는 실수요자에게 내 집 마련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에서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정상적인 시장 상황에 맞춰 충분한 주택 공급이 가능할 때의 이야기다. 정부는 ‘로또 아파트’를 내세워 무주택 서민의 희망을 키우고 있다. 현실은 다르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2500만 명이다. 전국에서 청약 1순위 대상자는 1300만 명, 서울은 350만 명가량이다. 3인 가족 기준으로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 가입기간 10년을 채워도 가점은 40점대 중반이다. 현재도 서울에선 가점이 60점은 넘어야 아파트 당첨권에 드는데 상한제가 시행되면 당첨 가능 점수는 더 높아질 게 뻔하다.

이 때문에 서민에게 분양가 상한제는 ‘희망고문’일 수 있다. 게다가 원래부터 정비사업은 일반분양분이 많지 않은 편이다. 대부분 물량을 조합원들이 가져가기 때문이다. 얼마 되지 않는 일반분양 물량마저 줄어들어 주택 공급이 크게 감소한다면 가격 폭등이란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분양가 상한제와 연동해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 청구권도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상한제의 부작용으로 전셋값 상승 등의 부작용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어서다. 전·월세 상한제는 임대료 인상률을 연 5% 이내로 묶는 것이다. 계약갱신 청구권은 세입자가 재계약을 요구하는 경우 강제로 갱신이 가능한 제도다. 임대시장 가격마저 정부가 통제하려 들 경우 임대인들은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전세 공급 물량 또한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조치들에도 부동산시장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더 강한 규제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대출을 더 조이거나 양도소득세율 인상, 재건축 연한 40년 환원 등이다. 국내외 정치와 경제 상황이 혼란스러운 상황이어서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더 필사적으로 잡으려 하고 있다. 무조건 시장에 뛰어들기보단 차분하게 시장을 관망할 때다.

사이클은 순환하고 기회는 항상 다시 찾아온다. ‘정부가 어떻게 해주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결코 투자로 성공할 수 없다. 현재의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바라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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