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주요 관광지도 日人 발길 급감…상인들 "죽을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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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2.04. 오전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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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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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발 관광 혹한] 부산 단골 관광지 표정
최근 일본인 관광객의 발길이 갑자기 뜸해지면서 평소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부산 중구 남포동 비프광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자갈치시장 등 부산의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김경현 기자 view@


중국인 관광객들은 동백섬과 마린시티, 센텀시티 등 화려한 야경과 먹거리가 있는 곳을 주로 찾는다. 개별여행과 재방문 비율이 높은 일본인 관광객들은 전포카페거리와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남포동 등지로 많이 향한다. 최근 들어 일본인 관광객의 발길이 갑자기 뜸해지면서 이곳 상인들의 근심은 커져만 간다.

■“체감 감소비율은 60%”

남포동에서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박 모(58) 씨는 “일본인 단체관광객은 물론 개별관광객 숫자 또한 눈에 띄게 줄었다”며 “한한령 이후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이 끊어져 타격이 컸는데, 상처가 채 낫기도 전에 일본인마저 끊긴다면 영업 지속 여부를 고민해 봐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지자체 교류·수학여행 올스톱

자갈치·국제시장·전포카페거리

日人 선호지역 상인들 ‘죽을 맛’

대마도 등 일본행 뱃길도 썰렁

“단기처방보다 시장다변화 노력을”

일본인 대상 인바운드 여행사의 고민은 보다 구체적이다. 통계수치로 반영된 외국인 방문객 감소수치가 30%일 뿐이지, 실제 현장의 분위기는 훨씬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롯데제이티비 일본인바운드팀 최영선 소장은 “사업상 이유 등으로 부산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일본인을 제외하면 여행업계가 체감하는 순수 관광객 감소비율은 60%가 넘는다”며 “패키지 여행 문의는 자취를 감췄고 지자체나 회사 간의 정기적인 교류, 심지어는 수학여행까지 대다수가 스톱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일 국제여객선 여객수송 실적도 부산이 직면한 관광절벽의 심각성을 부각하는 요소다. 부산해양수산청이 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7~11월 부산과 일본을 잇는 항로 여객 수송 인원은 80만 9364명에 달했지만, 올해의 경우 같은 기간 18만 8824명에 불과하다. 전년 대비 76.7%나 줄어든 것이다. 대마도(-84.1%)는 거의 뱃길이 끊기다시피 했으며 시모노세키(-69.1%), 오사카(-63.8%), 하카타(-63%) 등이 뒤를 이었다.

외교 갈등이 본격화하면서 반 토막이 난 하늘길도 악순환을 낳고 있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김해공항에서 일본으로 취항하는 항공편은 11월 기준 976편으로 올해 6월 2082편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도쿄나 오사카, 후쿠오카 등 대도시는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부산과의 직항편이 일주일에 2~3번 뜨는 일본 소도시의 경우 여행을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환율 영향은 미미

환율 문제는 배제하기 어려우나 영향은 크다고 보기 어렵다. 8월 초 100엔에 1163원으로 최근 1년 새 고점을 찍었던 엔화 환율은 10월 말 들어 100엔당 1070원대로 떨어졌다. 한국에서 일본인들의 구매력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니 여행 수요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00엔당 979원을 찍은 뒤 올해 내내 원화 대비 엔화의 강세가 유지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8월 이후 환율 변동이 관광 수요에 미친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의 한 여행업체 관계자는 “일본의 분위기를 보면 한국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거나 정치·외교적 문제로 여행을 망설인다기보다는 지금 한국에 갔다가 곤란한 일에 휘말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부산시는 부산시관광협회 등과 함께 20명의 방문단을 구성해 4~6일 자매협회인 후쿠오카 관광컨벤션뷰로와 나가사키 관광연맹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일본 수출규제가 촉발한 한·일 갈등 국면에서 관광교류의 물꼬를 다시 트겠다는 게 방문의 목적이다.

방문의 목적과 의도는 좋지만,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지적하는 업계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시장이 직접 나서서 일본과의 교류 재검토 등의 의사를 밝혔던 부산시가 팸투어, 방문단 파견 정도로 엎질러진 물을 다시 쓸어담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산대 오창호 전시컨벤션관광전공 교수는 “단기 처방으로 일본인 관광객의 발길을 부산으로 다시 돌리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지역사회가 이런 사태를 대비해 시장별로 세분화된 마케팅 조직을 꾸리는 등 관광시장 다변화를 위한 노력이 있어야 했는데 그런 게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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