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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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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폭스 로고

파이어폭스는 모질라 재단에서 만든 웹브라우저다. 2003년 혜성같이 등장한 이 웹브라우저가 추구하는 목표는 하나다. 인터넷이 가진 개방성을 웹브라우저에서 느낄 수 있도록 기술을 지원하는 것이다.

1 MS의 독주를 멈추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00년대 PC 시대를 이끌면서, 당시 많은 기술들이 MS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인터넷도 예외가 아니었다. 인터넷 사용자 중 대부분이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를 사용했다. 웹 기술 정보를 공유하는 ‘W3스쿨’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2002년 9월 전체 웹브라우저 점유율 중 83.5%가 IE, 8%가 넷스케이프, 4.5%가 AOL(아메리카온라인)이었다.

넷스케이프는 오픈소스 웹브라우저 프로젝트 ‘모질라’를 출시하고, 좀더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웹브라우저를 만들려고 준비했다. 하지만 이후 넷스케이프가 AOL에 인수되고, 웹브라우저를 만들던 인력들은 정리해고됐다. 이 인력들을 주축이 돼 모질라재단이 설립됐고, 자체 웹브라우저 제작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2 피닉스, 파이어버드, 파이어폭스

모질라 프로젝트에서 개발한 웹브라우저 이름은 처음엔 ‘피닉스(Phoenix)’였다. 피닉스는 불사조라는 뜻을 가진 단어인데, 모질라 프로젝트에선 이를 통해 ‘불’이 가진 의미를 강조했다.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웹브라우저라는 걸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회사와 상표권 문제가 불거지며‘파어이버드’로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이 역시도 이미 다른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 기술 이름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모질라재단은 최종적으로 ‘파이어폭스’라는 이름으로 정했고, 로고에 여전히 불을 강조했다. 지구 모양도 로고에 넣었다. 글로벌 서비스라는 점을 내세우기 위해서다.

파이어폭스 시작 페이지

2003년 11월, 모질라가 만든 웹브라우저 점유율은 7.2%. 이 때문에 넷스케이프와 IE 점유율은 소폭 하락했다. 2004년 11월에는 점유율이 더 올랐다. 모질라 웹브라우저는 점유율 16.5%를 차지했고 IE는 76.2%, 넷스케이프는 1.7%로 낮아졌다.

공식적으로 ‘파이어폭스1.0’이 나오면서 그 인기는 껑충 뛰었다. 2005년엔 파이어폭스 점유율이 20%를 넘기도 했다. 파이어폭스는 탭브라우징 환경, 부가기능 관리자, UI, 검색 기능을 장점으로 내세웠고 좀 더 가볍고 호환성이 높은 웹브라우저로 자리잡았다.

파이어폭스가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우선, 파이어폭스는 IE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 웹브라우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 당시에는 파이어폭스 뿐만 아니라 ‘오페라’ 같은 대안 웹브라우저가 관심을 받았다. IE의 불편함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사용자가 꽤 많았던 모양이다. 또한 인터넷이 전세계로 확장되면서 미국 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와 유럽 등 전체 웹브라우저 사용자도 늘었다.

또 다른 이유는, 일반 사용자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오픈소스 웹브라우저라는 점이다. 당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개발자를 위한 기술로, 일반 사용자들에겐 낯선 개념이었다. 리눅스가 아무리 인기가 있더라도 기술에 관심 없는 사람이 리눅스를 배워가면서 사용하긴 쉽지 않았다.

파이어폭스는 개발자뿐만 아니라 일반 사용자들이 쓰기에도 어렵잖은 제품이었다. 설치 파일만 받아 실행하면 되고, 북마크 기능같이 일반 사용자를 위한 메뉴도 부족함이 없었다. 이러한 장점을 내세워 파이어폭스는 사용자 수를 대폭 늘릴 수 있었다.

이후 모질라재단은 <뉴욕타임스>에 광고를 내는 등 마케팅에도 적극 힘을 쏟았다. 모질라재단은 사용자들에게 기부금을 받기도 했는데, 기부자 명단을 신문광고에 명시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자 파이어폭스는 IE 대안이 아닌, IE를 뛰어넘는 웹브라우저로 자리잡았다. 특히 2009년부터 일부 IE 버전의 점유율을 넘어서기 시작했고, 시장점유율은 46%에 이르렀다.

3 거대한 경쟁자, 크롬

파이어폭스가 웹브라우저의 강자로 올라서나 했더니, 이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했다. 구글 ‘크롬’이다. 2010년만 해도 크롬 점유율은 19%, 파이어폭스 점유율은 44%로 2배 이상 차이났다. 하지만 2011년에는 크롬 점유율은 32%, 파이어폭스 점유율은 38%로 격차가 대폭 줄었다. 2012년이 되자 크롬 점유율은 46%로 파이어폭스를 넘어섰고, 2013년에는 54%, 2014년에는 60%까지 올라갔다. 현재 2014년 파이어폭스 점유율은 23%로 추락했다.

하지만 현재 파이어폭스는 사용자 수에 크게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물론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웹브라우저를 만들고 싶진 않을 거다. 하지만 현재 모질라재단 정책을 보면 많은 사용자를 모으는 것보다 여전히 열린 웹을 위한 기술에 투자하는 쪽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파이어폭스OS나 파이어폰 같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개방형 기술에 두루 투자하는 식이다. 웹이 가진 의미와 개방성을 알리는 캠페인도 적극 진행하고 있다.

전세계 주요 웹브라우저 점유율 <자료: W3스쿨 통계자료>

4 파이어폭스가 웹 개발에 미친 영향

모질라재단은 웹 개발 생태계를 위한 다양한 개발도구도 만들고 있다. 특히 파이어폭스는 오픈소스 SW인 덕분에 전세계 여러 개발자들과 협업해 개발도구를 만들고 이를 파이어폭스에 추가하고 있다.

대표적인게 ‘파이어버그’다. 파이어버그는 HTML, CSS, 자바스크립트를 변경하고 모니터링하는 걸 도와주는 무료 오픈소스 플러그인이다. 2014년엔, 파이어폭스 탄생 10주년을 맞이해 아예 개발자 전용 브라우저 ‘파이어폭스 디벨로퍼 에디션’를 내놓기도 했다.

기존 플러그인으로 제공했던 개발자도구를 웹브라우저에 통합해 좀 더 높은 수준의 웹 개발을 할 수 있게 돕는 도구다. 이외에도 여러 비영리단체와 협업해 HTML5 표준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적극 기여했다.

파이어폭스 출시 1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파이어폭스 디벨로퍼 에디션’

5 파이어폭스 10주년, “개인정보를 보호하자”

2014년 11월, 파이어폭스는 출시 10주년을 맞이했다. 시간이 지난만큼 파이어폭스가 추구하는 가치도 변했다. 최근 강조하는 가치는 ‘개인정보 보호’다. 2014년 10월 해리스폴이 인터넷 사용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 7천여명 중 74%가 ‘인터넷 기업 때문에 개인정보가 침해받고 있다’라고 말했으며, 54%는 ‘잊힐 권리를 온라인에서 행사하길 힘들다’고 답했다.

파이어폭스는 이런 여론을 반영해 ‘추즈 인디펜던트(Choose Independent)’ 캠패인을 벌이고 있다. 독립적인 웹브라우저를 선택하자는 캠페인이다. 모질라재단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산업, 이사회, 이윤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라며 “그런 의미로 항상 독립적인 웹브라우저였다”라고 설명했다.

모질라재단이 진행 중인 ‘추즈 인디펜던트’ 캠페인

모질라재단이 캠페인을 통해 강조하는 기술을 살펴보자. 우선 ’DNT(웹사이트 추적 방지)’ 기능이 있다. 일반적으로 검색업체나 광고업체는 사용자의 검색 기록과 쿠키, 다녀간 웹사이트 주소 등을 가져가 기술 개발이나 마케팅 활동에 참고한다. DNT는 웹사이트 추적을 중지하도록 요청하는 기술이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 기능을 강화한 검색엔진 ‘덕덕고’와 제휴를 맺고 검색엔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포겟(Fortget)’이라는 버튼을 새로 추가하기도 했는데, 이를 누르면 웹브라우저에 쌓인 개인정보를 손쉽게 지울 수 있다.

‘잊힐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능이다. ‘라이트빔’이라는 도구도 눈에 띈다. 내가 방문한 웹사이트에서 내 정보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쉽게 볼 수 있는 시각화 도구다. 파이어폭스는 사용자 스스로 웹 데이터를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웹브라우저를 만드는 데 더 힘쓰는 모습이다.

파이어폭스 ‘포겟’ 버튼

6 파이어폭스와 한국

파이어폭스 사용자 점유율이 40%를 넘었을 때도 국내에선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한국 웹 기술은 특히 IE에 대한 종속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모바일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IE 외에 새로운 웹브라우저가 주목받고 있지만, 과거에는 액티브X나 비표준 태그 기술로 파이어폭스에서 볼 수 없는 웹페이지들이 많았다.

현재도 금융, 쇼핑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일부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국내에 여러 개발자와 블로거의 재능 기부로 모질라재단과 파이어폭스 소식을 국내에서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커뮤니티 중심으로 파이어폭스 한국 사용자와 개발자를 위한 다양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7 나라별로 달리 적용하는 검색엔진

파이어폭스는 검색엔진 자체를 개발하지 않고 웹브라우저 기술만 지원했다. 파이어폭스 기본 검색엔진은 여러 검색엔진 업체와 제휴해 제공했다. 이러한 검색 제휴는 모질라재단에 실질적인 운영 자금을 모을 수 있도록 도왔다.

지금까지 파이어폭스 기본 검색 서비스는 구글로 설정돼 있었다. 하지만 2014년 12월부터 조금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모질라재단이 파이어폭스 기본 검색엔진을 나라별로 다르게 적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야후, 러시아에선 얀덱스, 중국에선 바이두가 기본 검색엔진으로 설정될 예정이다. 모질라재단은 11월19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각 나라에 맞게 유연하게 파트너십을 구축하려 한다”라며 “파이어폭스는 특별히 선호하는 검색엔진이 있는 게 아니라 모두의 웹브라우저”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파이어폭스 기본페이지 설정 메뉴. 왼쪽이 미국, 가운데가 러시아, 오른쪽이 중국 웹브라우저에서 보일 새로운 페이지다. <출처: 모질라재단 블로그>

모질라는 전세계 61개 검색엔진 업체와 제휴를 모색할 예정이다. 이들 검색엔진은 전부 88개 언어를 지원해 각 나라별로 인기 있는 검색엔진과 웹사이트를 파이어폭스에서 이용하기 편리해질 전망이다.

예를 들어 중국 파이어폭스 웹브라우저에서는 바이두를 기본 검색엔진으로 설정하는 동시에 구글, 빙, 요다우, 덕덕고, 타오바오닷컴 등을 기본 홈페이지로 설정할 수 있게 추가 메뉴를 지원한다. 이번 변경은 12월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 발행일2014. 12.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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