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저금리…일본 엔화, 20년만에 최저

입력
수정2022.04.14. 오후 5:27
기사원문
방성훈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1달러=126엔대 진입…2002년 5월 이후 최저
미국 등 전세계 중앙銀 긴축전환…일, 금융완화 고수
미국 등 다른 국가들과 장기금리 격차 확대
엔화 팔아 투자자금 이동시키려는 경향 뚜렷해져
"심리적 저항 130엔 머지 않아"…일각선 150엔 전망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 엔화 가치가 올해 3월 이후 지속 하락해 20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전세계적 긴축 기조 속에서도 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진=AFP)


14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전날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1달러당 126.26엔까지 떨어졌다. 이는 2002년 5월 이후 약 2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지난 2월 말까지만 해도 1달러당 115엔 전후였으나 3월 이후 10엔 이상 폭락했다.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13일 오후 6시 기준 최근 한 달 동안 8엔(6%) 하락했다. 닛케이는 주요 통화 중 가장 큰 하락폭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엔화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한 것은 일본만이 ‘나홀로’ 저금리·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 대응 등을 위해 지난 달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3년 만에 본격적인 긴축 정책으로 돌아섰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도 연준의 금리인상에 따른 외화 유출을 방지하고, 자국 내 치솟는 물가를 억제하기 위해 속속 긴축 기조로 전환했다. 일부 국가는 지난 해부터 선제적으로 금리인상을 단행해오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말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 등 원자재 가격과 국제유가가 급등,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은 더욱 심화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행은 지난 달 18일 단기금리를 마이너스(-)0.1%로 동결했다. 장기금리 역시 10년물 국채 금리를 0%로 유도하도록 무제한 장기국채를 매입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10년물 국채 금리 상한을 0.25%로 정하고 이 이상 오르면 무제한 사들이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일본의 장기금리는 지난해 말 0.07%에서 최근 0.23%로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반면 미국의 장기금리는 같은 기간 1.5%에서 2.7%대로 올랐다.

최근엔 미국 이외 다른 국가들과도 장기금리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독일 장기금리는 지난 해 말 일본보다 낮은 -0.1%대였으나 유럽중앙은행(ECB)이 금융완화 정상화를 서두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최근 0.8%대까지 상승했다.

호주 장기금리도 작년 말 1.6%대에서 최근 3%대로 올라섰다. 호주중앙은행이 올해 중반 이후 금리인상을 예고한 영향이다.

일본과 다른 국가들 간 장기금리 격차가 확대하면서 투자자금을 일본에서 다른 국가로 이동시키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엔화를 팔려는 투자자들이 많아지면서 통화가치도 떨어지게 된 것이다.

닛케이는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자원부국들의 통화가 상대적으로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자원 빈국인 일본에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시장에선 일본은행이 엔저를 용인하고 있다면서 1달러당 150엔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 증권의 수석 외환전략가는 “심리적 지지선인 1달러당 130엔까지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내다봤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