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실종 현상' 전국으로 번져…인류 미래에 위협으로 다가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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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이 확산하면서 원인 규명과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 사실과 관계없음.


최근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양봉농가 뿐만 아니라 일반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 농작물의 70% 가량이 꿀벌 덕에 열매를 맺지만 꿀벌이 사라지면서 작황 부진 등 여러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나아가 국가적으로도 식량 생산과 수급에 문제를 초래할 수 있어 정부차원의 대책이 요구된다.

8일 양봉협회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전국적으로 '꿀벌 실종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2~3년 전부터 간간이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이 보고됐지만 올해는 제주와 전남, 경남 등 남해안 일대 중심으로 나타나기 시작해 서서히 북상하면서 전북, 충남, 경북 등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충남은 2900여 양봉농가 가운데 농가 당 평균 50% 피해를 본 걸로 추산되고 있고 전북은 2300여 양봉농가의 벌통 20만 통 중 8만 통 가량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전체 양봉 농가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경북의 피해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꿀벌이 사라지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어 양봉 농가와 관계당국의 애를 태우고 있다. 원인을 알아야 대책을 마련할 수 있지만 기관이나 전문가들도 이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꿀벌이 천적인 말벌의 공격이나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됐다면 사체가 남아있겠지만 벌통 안이나 주변에 흔적조차 없는 것도 미스터리로 꼽힌다. 

 #이상기온·꿀 섭취 부족 등 원인 놓고 의견 분분 

전문가들은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원인으로 이상기온을 꼽고 있다. 벌이 꿀을 모으지 않는 겨울엔 벌통 안에 머무는데 기온 상승으로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하고 얼어 죽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꿀벌의 먹이가 되는 꿀을 지목하기도 한다. 꿀벌이 가장 중요한 영양원인 꿀을 제대로 먹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지고 저항력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곤충면역병리학을 전공한 전남대 응용생물학과 한연수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태생적으로 벌은 꿀을 기반으로 해서 살아가지만 꿀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면 내부 병원균이 증식해 숙주를 공격해 몰살시킬 수도 있다"며 "마찬가지로 면역력이 떨어진 벌이 외부 병원균에 노출되면서 저항성 약화로 죽는 경우도 추정해 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벌에 기생하는 응애나 다양한 병원균 감염, 그리고 과도한 농약에 노출돼 벌의 생식체계에 이상이 발생해 떼죽음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아직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규명되지는 않은 상태인 만큼 보다 연구가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문제는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이 양봉 농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꿀벌은 꽃가루를 옮겨 열매를 맺게 하는데 꿀벌이 사라지면서 과일, 채소류 생산은 물론 사료작물 등의 번식과 생장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태계의 먹이사슬의 토대가 무너지면 인류 생존에도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꿀벌이 사라지는 것이 지구온난화 못지않게 인류에게 위협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꿀벌의 먹이가 되는 꿀샘식물을 조사 연구하고 채종, 육종, 보급 등 건강한 꿀벌 생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한국꿀벌생태환경보호협회'의 송인택 이사장은 "꿀벌은 화분매개를 통해 식물이 씨앗을 맺게 해주는 없어서는 안 될 곤충이자, 생태환경의 보존에 가장 기여하는 인류의 동반자"라며 "더 이상 꿀벌 생태환경이 악화되는 것을 방치하면 국내 식량과 과일 생산에 큰 차질이 발생하는 등 농업기반 붕괴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지학과 발도르프교육의 창시자인 루돌프 슈타이너 박사는 1923년 11월 괴테아눔 건축현장 노동자들을 위한 강연 '꿀벌과 인간'에서 양봉업의 기계화가  80~100년 후에 꿀벌 생태계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최근 꿀벌 실종을 보면서 1세기 전 그의 경고가 현실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보다 심층적인 연구와 대책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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