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쩌다 이 지경 됐나…외지인, 강원도 원주 아파트 싹쓸이 나섰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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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8.22. 오후 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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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득세 중과 풍선효과로
1억미만 매물에 투기수요

420가구 세경3차 아파트
올들어 가구 40% 손바뀜
현지 실수요자들만 피해


원주 전경.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2018년 촬영. [김호영 기자]
"올해 초부터 투자용 아파트를 찾는 외지인이 부쩍 늘었어요. 서울과 수도권뿐 아니라 제주도에서도 집을 보러 오세요."

강원도 원주시 단계동에 위치한 '세경3차' 아파트는 420가구 소단지다. 그런데 이달 1~20일 전체 가구 수의 10%에 달하는 41건이 매매됐다. 전용면적 59㎡ 매매가가 9800만원인데 전세가 는 8000만원 수준이어서 단돈 1800만원만 있으면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 통화한 원주의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대표는 "작년부터 외지인들이 집을 보지도 않고 매물을 쓸어 담고 있다"며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는 취득세가 중과되지 않고 적은 돈으로 여러 채를 살 수 있어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올해 들어 전체 가구의 40%에 달하는 177건이 손바뀜됐다.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에 대한 투기 수요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정보를 나누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1억원 미만 아파트 성지 찾기'가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경기도 평택, 안성 등의 공시가격 1억원 아파트 단지명과 현지 분위기, 투자 노하우가 담긴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공시가 1억원 미만은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취득세 중과 규제를 받지 않는 데다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하다. 여유자금 1억원으로 매매가와 전세가 차액이 1000만원 수준인 저가 아파트 10채를 사들인 후, 아파트값이 오르면 단기간에 시세차익 수억 원을 얻는 방식이다. 집값이 한 채당 조금씩만 올라도 쏠쏠한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어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젠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밖에 답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공시가가 1억원 미만인 아파트가 많고 규제지역에서도 제외된 강원도가 먼저 타깃이 됐다. 특히 원주는 기업도시, 혁신도시가 있어 외지인들의 갭투자처로 인기가 높다. 세입자를 구하기 쉽고 시세차익을 기대하기도 좋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강원도뿐만 아니라 경기도, 대구시, 광주시, 부산시 등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시가가 1억원 미만이고 매매가와 전셋값 차이가 적은 아파트들이 주요 대상이다.

해당 지역 실수요자들은 오르는 집값 때문에 아우성이다. 갑자기 비싸진 집값에 집을 마련하려던 계획이 어긋났다는 원주 시민 A씨는 "전셋값이 급등해 집을 사려고 알아보던 중이었는데 집값이 너무 빨리 오르는 바람에 매수 기회를 놓쳤다"며 "이 동네에 오래 산 주민들만 피해를 보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징벌적 세금 정책을 피하려는 욕구가 이 같은 기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본다. 세금으로 다주택자와 투기 세력을 잡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거꾸로 투기를 부추기고 서민층만 피해를 보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권한울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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