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0.92명 ‘사상 최저’…“이대로면 올해 인구 자연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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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2.26. 오후 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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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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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합계 출산율(0.92명)이 사상 최저치를 다시 썼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전년에 이어 유일한 '출산율 1명대 미만' 국가다. 저출산 대책에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계 출산율 사상 최저치 경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OECD 꼴찌 출산율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2019년 인구동향조사 출생ㆍ사망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92명을 기록했다. 출생통계 작성(1970년) 이래 최저치다.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 낳을 것으로 기대하는 평균 출생아 수가 한명도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출생아 수는 30만3100명으로 전년 대비 2만3700명(-7.3%) 줄었다.

무엇보다 출산율 하락 속도가 가파르다.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1971년 4.54명을 정점으로 1987년 1.53명까지 떨어졌다. 1990년대 초반에는 1.7명 수준으로 잠시 늘었지만 이후 다시 빠르게 줄기 시작해 2018년(0.98명) 처음 1명 아래로 떨어졌다.

보통 인구를 현상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합계 출산율은 2.1명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OECD 회원국 평균(1.65명)은커녕 초(超)저출산 기준(1.3명)에도 못 미치는 압도적인 꼴찌다. 마카오ㆍ싱가포르 등이 1명 미만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들은 한국과 동일 선상에서 비교가 힘든 도시 국가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 과장은 “OECD 국가 중 (합계 출산율) 1.3명 미만을 경험한 국가는 한국·포르투갈·폴란드 정도”라고 설명했다.

예산 30조 넘겼지만 ‘역부족’
인구 자연증가율(12월 기준), 첫 3년 연속 '마이너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문제는 이런 인구 감소가 우리 경제·사회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줄면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고령화에 따른 복지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경제 성장과 내수 및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인구구조 변화로 잠재성장률이 2000~2015년 연평균 3.9%에서 2016~2025년 1.9%, 2026~2035년에는 0.4%까지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저출산 분야 예산은 매년 늘었다. 2018년 26조3189억원에서 지난해 32조3559억원으로 증가했다. 제1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시작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입된 예산은 약 185조원이다. 올해는 37조6107억원 수준이다. 7세 미만 아동에게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어린이집 종일 보육을 지원하는 등 복지 정책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출산한 뒤 복지를 늘리는 방식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란 지적이 나온다. 출산 자체를 장려하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베트남 정부의 인구 정책 자문가인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인력·자본 등 모든 자원이 서울에 집중되면서 청년들이 과도한 심리적·물리적 경쟁에 노출된 것이 저출산의 이유”라며 “정부가 지난 10년간 보육시설을 확충하는 등 100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건, 저출산이 단순히 복지가 부족해 나타난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출산율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지방의 도시개발, 인구이동 정책을 종합해 수도권 자원 집중과 경쟁을 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성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많은 예산을 쏟았다고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출 규모를 고려하면 1% 남짓”이라며 "GDP의 3~4%를 인구대책으로 투자하는 유럽의 경우도 10~20년에 걸쳐 효과가 나타난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女 평균 출산연령 33세
여성 출산 연령은 더 늦어졌다. 여성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따지는 모(母)의 연령별 출생률은 4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감소했다. 20대 후반이 41명에서 35.7명으로 가장 크게 줄었다. 주 출산 연령인 30대 초반에서도 91.4명에서 86.3명으로 낮아졌다. 평균 출산연령은 33세로 전년보다 0.2세 올랐다. 안정된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결혼을 미루는 만혼(晩婚)이 일반화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빠르면 올해부터 전체 인구가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전체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인구 자연증가 건수는 올해 처음 1만 명 밑으로 내려앉았다. 월별 자연인구 감소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구는 전년동월보다 5628명(1.3%) 감소해, 처음으로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연간) 인구 자연증가 건수가 8000명이라는 것은 거의 '0'에 가까운 숫자”라며 “이런 추세가 지속하면 2020년 자연감소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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