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이재용 사면 청원 거부 ...삼성, 총수 공백 장기화로 투자 위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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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5.02. 오후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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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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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의 석가탄신일 사면·복권이 무산되면서 삼성그룹의 경영 공백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인수·합병(M&A)이나 신사업 투자는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재계에서는 총수 공백에 따른 투자 위축이 삼성그룹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사면 가능성을 두고 고심을 거듭했으나 최근 사면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마지막 국무회의가 3일 열리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사면을 위해서는 이날 오후 법무부 사면심사준비위원회가 열렸어야 했다. 그러나 이날 사면심사준비위는 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의 사면·복권이 무산되면서 삼성측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 분기 최대 실적을 발표했지만, 미래 성장 전망을 두고는 시장의 분석이 엇갈렸다.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굵직한 M&A나 대규모 투자가 없는 상황에서 이런 호실적이 계속 유지될 수 있냐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원자재 가격 및 물류비 상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인플레이션 등의 악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반도체 부문에선 파운드리 수율 문제가 이어지고, 스마트폰 부문은 GOS(게임 최적화 서비스) 사태로 곤혹을 치렀다. 삼성전자가 미국 테일러시에 170억달러(20조원)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한 것과 삼성SDI(006400)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하기 한 것을 제외하면 최근 몇년간 눈에 띄는 투자는 없다.

이 부회장의 부재로 미래 산업 투자의 핵심인 M&A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M&A는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전무하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전문 경영인 체제를 잘 갖추고 있지만 M&A와 같은 대규모 투자는 이를 책임질 수 있는 오너의 의사 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지 못하는 한 대규모 투자는 당분간 진행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총수 리더십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이유로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이 부회장의 사면·복권을 청와대와 법무부에 청원했다. 삼성전자 협력업체 모임인 ‘협성회’도 지난달 29일 이 부회장의 특별사면복권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청와대와 법무부에 제출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찬성 의견이 많았다. 이날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12명을 대상으로 사면 찬반 의견을 물은 조사에서(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이 부회장의 사면에 찬성 응답은 68.8%, 반대 응답은 23.5%로 나왔다. 찬성 의견이 3배에 육박했지만, 문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과 함께 이 부회장까지 일괄 사면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사면·복권 무산과 더불어 사법리스크가 계속되는 점도 삼성그룹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부회장은 2017년 3월부터 지난 달 29일까지 총 126회의 재판을 받았다. 이 부회장은 현재 매주 목요일 삼성 불법승계 의혹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 3월부터는 3주에 한 번씩 주 2회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3주에 한 번 금요일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심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하반기부터는 매주 2회 공판을 열자고 재판부에 요청한 상태다.

대규모 해외 투자나 대형 M&A를 결정하려면 장기 해외 출장이 필수인데, 주 2회 재판을 받게 되면 해외 출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부회장은 현재 가석방 신분으로 법무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해외로 출국할 수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경제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라 총수가 있는 대기업들도 위기 대응을 위한 비상 계획을 짜고 있다”며 “이런 위기감에 재계가 이 부회장의 사면·청원을 복권한 것인데, 정치적인 요인으로 무산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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