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족발 먹고 '횡령' 고소당한 알바생 "착각했다"…법원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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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6.16. 오전 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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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법원 "도시락 처럼 생긴 '반반족발세트', 폐기시간 착각할 수 있어 횡령 고의 보이지 않아"]

반반족발세트/사진=GS25 페이스북

즉석식품 폐기시간을 착각해 판매 중인 상품을 매대에서 꺼내먹은 편의점 아르바이트 점원이 재판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6단독 강영재 판사는 업무상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은 40대 여성 A씨에게 지난 13일 무죄를 선고했다.

강 판사는 "피고인의 고의를 단정지을 수 없게 하는 유력한 정황이 존재한다"고 판시했다.

서울 강남의 한 편의점에서 주말에만 오후·저녁 근무조 아르바이트 점원으로 일하던 A씨는 편의점주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판매시간이 남은 상품을 고의로 폐기등록하고 취식했다는 이유에서다.

사건 당시 해당 편의점에서는 유통기한을 넘겨 폐기 대상이 된 즉석식품을 아르바이트 점원이 취식할 수 있다는 내용이 A씨 등 아르바이트 점원에게 전달 혹은 교육됐다.

또 점원들은 △도시락 저녁 7시30분 △냉장식품 밤 11시30분 등으로 적힌 표에 맞춰 냉장 매대 등에 진열된 즉석식품을 폐기해야 했다.

OO편의점 시간대 별 폐기상품 표. 유통기한일에 다다른 도시락은 오전 7시30분, 오후 19시30분에 폐기하고, 그외 일반 냉장식품은 23시30분에 폐기하도록 돼 있다.

이 가운데 A씨는 근무 6일차였던 2020년 7월5일 밤 11시30분에 폐기되어야 할 5900원짜리 즉석식품 '반반족발세트'를 같은날 저녁 7시40분쯤 꺼내먹었다는 이유로 업무상횡령 혐의로 고소됐다.

점주가 제출한 CCTV 영상에는 A씨가 '반반족발세트'를 저녁 7시40분경 계산대로 가져가 폐기 대상으로 등록한 뒤 먹으려고 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에서도 A씨는 도시락 폐기시간인 오후 7시30분 이전에 취식하진 않았다. 폐기시간대를 지난 지 10여분 뒤에 냉장매대에서 꺼내와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어 폐기한 뒤 취식한 것이다.

정식재판에 앞서 법원은 검찰(담당검사: 박상수)의 약식기소를 받아들여 지난해 8월 A씨에게 20만원의 벌금형 약식명령을 이미 내린 바 있다.

그러나 A씨는 약식명령에 불복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한 뒤 국선변호인(담당변호사: 서상엽)의 조력을 받아 "횡령한다는 고의가 전혀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해 정식 재판이 열리게 됐다.

A씨가 폐기 대상상품으로 알고 취식한 해당 편의점에서 판매하던 '반반족발세트'는 고기·마늘·쌈장·채소 등이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돼 있었다. 포장 상태가 일반적인 '편의점 도시락'과 유사한 모양이었다.

강 판사는 법정에 증거로 제출된 사진을 보고 "꼭 쌀밥이 있어야만 도시락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A씨가 '반반족발세트'의 품목을 도시락으로 생각하고 폐기시간대를 저녁 7시30분으로 봤을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점주 측이 도시락·냉장식품의 의미와 종류를 상세히 미리 교육한 증거나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르바이트 6일차였던 A씨가 '반반족발세트'에 대해 미리 '냉장식품'이라는 교육을 받은 게 아니라면 도시락인 것으로 착각했을 수 있다는 취지다.

아울러 A씨에게는 자신이 근무하던 편의점에서 5일간 최소 15만원 이상의 돈을 들여 상품을 구입한 기록이 있었다.

강 판사는 구매기록에 대해서도 "근무일수가 5일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라고 봤다. 편의점 상품 중 사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본인 돈으로 구매했던 A씨가 5900원짜리 '반반족발세트'만 유독 횡령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단 것이다.

강 판사는 "피고인이 5900원짜리 반반족발세트를 정말 먹고 싶었다면 돈을 내고 먹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A씨가 폐기대상이 돼 먹어도 되는 제품인 것으로 판단해 먹은 것으로 보일 뿐, 횡령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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