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1대가 멧돼지 10마리 로드킬? 차주가 밝힌 사연 보니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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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0.20. 오후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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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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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배드림 캡처


주행 중인 아우디 차량 한 대에 멧돼지 10마리가 부딪혀 죽었다는 보도에 대해 차주가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19일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이번에 울산 아우디 멧돼지 10킬(?) 한 당사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저는 이번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아우디 원샷 10킬 당사자가 되어버린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이번 일을 겪으면서 소위 요즘 말하는 가짜뉴스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어떻게 소비되는지 직접 경험하고 보니 전국 뉴스에 나오는 모든 정보들이 모두 진실은 아니구나(라고 깨달았다)"라고 했다.

앞서 18일 주요 언론들은 17일 밤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국도에서 아우디 차량이 줄지어 도로를 건너던 멧돼지 10마리를 치어 죽게 했다고 보도했다. 주요 지상파 방송사를 비롯해 주요일간지도 모두 같은 내용을 전했다.

그러나 A씨의 설명은 다르다. 그는 당시 사고 당일에 대해 "회사 본부에서 간담회를 마치고 오랜만에 만난 직원들과 카페에서 담소를 나눴다.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았다"며 "시간이 길어져 11시가 되어서야 자리가 파하게 되었고, 집이 울산이라 기장에서 울산으로 문제의 14번 국도를 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A씨는 사고가 난 도로에 대해 "양면이 산이고 가로등 하나 없는 길이 주욱 이어진다. 밤에는 정말 칠흑같은 어두움에 휩싸여 과속을 할 수도 없는 곳"이라면서 "국도를 달리던 도중 완만한 커브길이 나왔고, 정말 갑자기 헤드라이트 불빛이 떨어지는 단 몇 미터 앞에서 멧돼지 2~3마리의 엉덩이가 보였다.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눈앞의 멧돼지를 치고 말았다"고 밝혔다.

또 "충격으로 실내 에어백이 터져 순간 패닉 상태가 오더라. 멧돼지 한 마리가 밑에 깔려 있는 것 같았고 실내는 화약연기로 가득차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너무 무섭고 끔찍해 한참을 그대로 앉아 있었다"고 토로했다.

A씨는 그러면서 로드킬을 당한 멧돼지 10마리 중 일부는 다른 차량들이 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옆 2차선을 지나던 차들이 연속해서 남은 멧돼지들을 치더라"며 사고 차량들의 차종까지 밝혔다.

이어 "보험사에 전화를 해 이야기하는 도중 다른 사고 차주들은 그냥 현장을 떠나버렸다. 저는 에어백도 터지고 멧돼지가 바퀴에 깔려 혼자 남게 됐고, 차 안에 앉아 비상 깜빡이를 킨 채 한참을 기다렸다"고 회상했다.

A씨는 블랙박스 영상에 대해서는 "충돌 순간의 영상은 충격으로 녹화가 되어있지 않고, 충돌 직전 주행 영상과 사고 직후 제가 신음하는 영상만 녹화가 되어 있다. 경찰에 직접 확인해도 좋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차량이 멧돼지 10마리를 치여 죽게 했다는 보도를 보고 황당했다면서 "일부러 밟아 죽인 싸이코패스" "다음에 너도 멧돼지로 태어나라" 등 악성 댓글을 접했다고 토로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A씨는 언론의 취재 행태에 대해서도 개탄했다. 차량 정비소에 가보니 이미 한 방송사에서 카메라로 차량을 촬영하고 있었고, '왜 찍느냐'고 물었더니 되려 고압적인 태도로 카메라를 들이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또 한 기자는 A씨가 정비소에 타고 온 부인의 차량에 있는 전화번호로 자신의 부인에게 연락을 시도해 블랙박스 영상을 요구하기도 했다며 "너무 질려버리더라. 저녁에 전국에 방송이 나가는걸 봤다. 이렇게 기사가 만들어지는구나 싶었다"고 황당해했다.

A씨는 파손된 자신의 아우디 차량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 차가 정말 멧돼지 10마리를 즉사시킬 정도로 세게 친 차로 보이냐"고 반문한 뒤 "뉴스에서 세게 부딪혀 완전히 부서졌다는 왼쪽 범퍼는 중앙분리대를 박고 부서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기레기라는 말이 그저 남의 직업을 폄하하는 말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의 기자들은 팩트가 아닌 정말 얼마나 더 자극적인가, 얼마나 더 대중들의 흥미를 끌수 있는가를 더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구나라는 것을 모든 과정에서 치가 떨리게 교훈을 얻었다"고 분노하기도 했다.

이 글은 20일 낮 12시 현재까지 13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댓글란에는 "나도 뉴스보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기레기 아웃" "언론들 정말 쓰레기다" 등 비판이 이어졌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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