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기간 지역난방공사와 그랜드코리아레저(GKL) 주가는 40% 넘게 하락했고 강원랜드, 한전KPS는 30% 이상 내렸다. 이들 종목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 공기업이란 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들 기업 중 하락률이 가장 컸던 곳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한국전력(-50.9%)이었다. 지역난방공사는 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17년 5월 8일 7만800원이던 주가가 28일 3만9150원으로 44.7% 급락했다.
비실댄 곳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카지노를 운영하는 GKL(외국인용)과 강원랜드(내국인용)도 각각 40.9%, 35.8% 내렸다. 같은 기간 한전KPS(-31.8%)와 한국가스공사(-13.3%), 기업은행(-13.3%)도 약세를 보였다. 원자력 발전 설계 업체인 한전기술(264.8%)만이 유일하게 올랐다. 세계적인 '탈(脫)탄소' 기조에 따라 원전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매수세가 몰렸다.
공기업 주가가 대체로 부진한 건 정부의 과도한 개입 탓으로 분석된다. 익명을 원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당수의 상장 공기업이 정부의 가격 통제가 들어가는 전력·에너지 분야"라며 "정부가 전기요금 인하·동결 같은 선심성 정책을 펴면서 비용 부담을 공기업에 떠넘겼고, 그에 따른 부진한 실적이 주가에 직결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전력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졌다.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등 전기 생산에 들어가는 연료비는 치솟는데, 전기 요금까지 묶으면서 실적 악화를 부채질했다. 2017년 4조9532억원 영업이익을 냈던 한전은 올해 영업손실이 4조3845억원(자체 추산)에 달할 전망이다.
한전 소액주주인 이모(40)씨는 "정부가 손을 댈 때마다 주가가 내렸다"며 "개미지옥에 빠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도 가스요금 동결 여파로 부담이 가중돼 왔다. 정부는 지난해 7월 가스요금을 내린 이후 18개월째 동결 상태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요금 정상화로 한전의 비용이 3조원 이상 절감될 전망"이라며 "한전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 측면에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다만 좀 더 두고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주가가 싸다는 장점은 있지만, 내년 새 정부의 정책 노선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최근 증시 환경을 고려해도 정부 규제를 받는 공기업은 투자 매력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기업에 투자할 땐 주가가 정부 정책 방향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실적도 개선세가 더딜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