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미래형 매장 봇물 ‘언택트’ 기반으로 ‘콘택트’ 붙였더니 ‘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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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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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청량리 롯데백화점 1층에 위치한 ‘아모레 스토어’. 겉으로만 보면 다른 화장품 매장과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매장 안에 들어서면 상반된 풍경이 연출된다.

매장 앞 ‘언택트존’에서는 고객이 들어와도 별다른 호객행위가 없다. 화장품을 만져도 지그시 바라볼 뿐이다. 한 젊은 여성 고객이 ‘설화수’ ‘프리메라’ 등 제품을 사용하는 동안 응대에 나서는 직원은 보이지 않는다. 반면 바로 옆 ‘카운셀링 존’은 정반대 모습이다. 50대 여성 2명이 자리에 앉자마자 직원이 바로 다가와 상담을 시작한다. 브랜드별 화장품 특징을 친절히 설명하고 피부 타입에 맞는 상품을 직접 가져다준다.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구매’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와 직원의 상세한 1:1 설명을 원하는 장년층을 고려해 만든 매장이다. 두 고객층에게 모두 호평을 받으며 청량리점 명소로 자리 잡았다”고 자랑했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 중 하나가 오프라인 매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0년 상반기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 발표에 따르면, 상반기 오프라인 유통업계 매출은 지난해 대비 6% 감소했다. 편의점을 제외한 백화점(-14.2%), 대형마트(-5.6%), SSM(-4%)이 모두 매출이 줄었다. 편의점만 1.9%로 겨우 선방했다.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액이 같은 기간 17.5% 늘어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위기는 기회라 했던가. 최근 새로운 ‘미래형 공간’ 실험에 나선 매장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업종에 따라 시도하는 형태도 다르다. 다양한 고객 수요에 맞춰 기능을 더하거나, 경영 효율을 높일 목적으로 영업에 필요한 핵심만 남긴다. 체험을 거쳐 소비자가 물건을 자연스럽게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점도 특징이다. 또 데이터를 활용해 비용을 낮추고 매출은 올리는 것은 기본이다.

청량리 롯데백화점 아모레 스토어는 ‘AR 메이크업 키오스크’를 통해 비대면으로 화장 전후 비교가 가능하다. <최영재 기자>


▶‘언택트’와 ‘콘택트’의 융합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아모레 스토어’

청량리 롯데백화점 아모레 스토어는 여러 기능을 ‘더한’ 사례다. 비대면 무인 화장 체험 공간과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를 합쳤다. ‘언택트’와 ‘콘택트’를 합친 셈. 덕분에 같은 매장에서도 상반된 광경이 드러난다. ‘언택트존’에서는 직원 도움 없이 방문객이 제품을 자유롭게 체험한다. 화장 후 모습도 ‘AR(증강현실) 메이크업 키오스크’를 통해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카운셀링 존’에 들어가 자리에 앉으면 직원이 고객을 맞이한다. 고객 성향을 분석한 후 알맞은 화장품을 들고 오면 상담사가 1:1로 설명해준다. 고객이 원하면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화장도 직접 도와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젊은 고객에게 맞추려면 ‘언택트’ 위주로 매장을 구성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백화점 고객은 중·장년층이 많다. 이들은 ‘응대 서비스’를 선호하고 언택트 매장은 부담스러워한다. 두 고객층 수요를 잡기 위해 고민한 결과 복합 매장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성과도 발군이다. 다른 아모레 매장보다 매출이 15~20% 높다. 롯데백화점은 향후 성과를 더 지켜본 뒤 다른 화장품 매장에도 변화를 줄 계획이다.

▶영업에 필요한 핵심만 남긴다

▷BBQ 천호점

서울 강동구 천호역 인근에 위치한 BBQ 천호점은 ‘BSK(BBQ Smart Kitchen)’라 불리는 포스트 코로나 맞춤형 매장이다. 내점 판매 없이 배달과 포장 영업에 특화했다. 매장 크기는 12평 정도로 줄이고, 위치도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에서 임대료가 저렴한 골목으로 옮겼다. 천호점을 비롯한 BSK 매장 임차료는 대부분 월 100만원을 넘지 않는다. 배달은 배달대행업체에 맡겨 인건비를 최소화했다.

이 같은 전략 덕분에 BSK 매장 창업비용은 5000만~6000만원이면 충분하다. 기존 BBQ 점포 창업비용의 절반 수준이어서 자본이 부족한 2030세대의 창업 문의가 잇따른다. BSK 매장 계약 점주의 70%가 2030세대다.

BBQ 관계자는 “6월 22일 처음 BSK 매장을 공개한 이후 한 달 동안 계약만 70건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언택트 소비가 대세인 만큼 향후 출점을 더욱 확대해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마트 월계타운점에서는 레고를 비롯한 장난감을 체험할 수 있다. <최영재 기자>


▶체험·체류로 소비 유도

▷이마트 월계타운점

이마트 월계타운점은 ‘체험’과 ‘체류’에 방점을 두고 만든 ‘미래형 매장’이다. 상품 판매에 집중한 다른 곳과 달리 고객이 자연스럽게 상품을 사용해보고 매장에 체류하면서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2층에 들어선 ‘아크앤북’이 대표 사례다. 책만 진열된 기존 서점 판매대와 달리, 레고를 비롯한 장난감을 갖고 놀 수 있도록 별도 체험 공간을 제공한다. 맞은편에는 ‘레고스토어’와 ‘토이킹덤’을 배치해 고객이 체험 후 바로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테넌트(입점매장) 구성도 다른 마트와 차별화된다. 일반적으로 마트는 상품 진열 공간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월계타운점은 이 공간이 전체 매장의 30%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는 음식점·카페·놀이공간 등 브랜드 매장으로 채웠다. 리뉴얼 후 2개월 만인 지난 7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2.9% 늘었다. 과일·채소·가전 등 품목별 매출이 고루 상승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오프라인 업체들은 단순히 가격경쟁력만 내세우면 온라인 쇼핑몰 상대가 되지 못한다. 온라인 업체들이 할 수 없는 서비스로 승부해야 한다. 바로 ‘체험’과 ‘체류’다. 고객이 물건을 체험하고 자연스럽게 구매로 이어지도록 유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 결과 현재의 월계타운점을 구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 청계을지로3가점은 데이터를 활용한 보안시스템이 적용됐다. 신원을 인증해야만 매장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데이터 활용해 운영 효율 UP

▷세븐일레븐 청계을지로3가점

세븐일레븐 청계을지로3가점은 처음 ‘거리’로 나온 무인 편의점이다. 그동안 무인 편의점을 시도한 곳은 많았지만 보안상의 우려로 건물 내부나 공장 안 등 특수 상권에만 출점했다.

청계을지로3가점이 거리로 나올 수 있던 비결은 ‘데이터’다.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보안을 강화한 ‘시그니처 DDR(Dual Data Revolution)’ 시스템을 적용했다.

신원이 확인되면 문이 열리고 매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매장 내 고객의 동선은 바닥에 설치된 ‘ETS(Electronic Tracking System)’를 통해 실시간으로 기록된다. 어느 상품 앞에 머물렀고, 어떻게 움직였는지 기록이 남는다. CCTV도 다른 매장에 비해 화질이 좋아 영상만으로 얼굴 구별이 가능하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설령 상품을 훔쳐가더라도 신상이 다 확인될 만큼 바로 추적이 가능하다. 그래서인지 개점 이후 특별히 문제가 될 만한 사건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비대면 소비 트렌드와 부합한 무인편의점은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았다. 코로나19 이후 을지로 상권 유동인구가 줄었는데도 7월 매출이 지난해보다 10% 늘었다. 세븐일레븐 측은 시범 운영 결과를 토대로 향후 ‘시그니처 DDR’ 매장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반진욱 기자 half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72호 (2020.08.19~08.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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