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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픽 두 명 배출’ 이여상, 딸 이름 담고 걷는 지도자의 길 [오!쎈 인터뷰]

기사입력 2019.02.27. 오후 03:02 최종수정 2019.02.27. 오후 03:02 기사원문


[OSEN=이종서 기자] “여기 오는 사람들의 꿈이 이뤄졌으면 좋겠네요.”

벌써 햇수로 3년이 됐다. 2017년 이후 프로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은 이여상은 서울 잠실동에 위치한 한 야구 연습장에서 연일 아이들과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성실함으로 1군 무대에서 꾸준하게 모습을 보였던 그는 이제 아이들의 길을 열어주는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었다.

이여상은 은퇴 후 근황에 대해 “지도자로 좋은 제의도 들어왔었는데, 해설 준비하고 있어서 거절을 했다. IB스포츠에서 연락이 오고 경험을 쌓는 차원에서 고교야구 해설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머릿속에서 번쩍 생각이 들었다. 많은 고교야구 선수들이 있는데 빛을 못 경우가 많다는 것을 느꼈다”라며 “선배 한 명이 연습장을 열려고 준비를 하는데, 많은 고민을 했다. 결국 이끌리듯 내가 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연습장을 열 당시 이여상은 대전에 집을 구해놓은 상태였다. 이여상은 “집 계약을 하고 일주일 정도 지났을 때였다. 장모님의 옆집으로 이사를 가려고 했는데, 연습장을 꼭 열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밀어붙였다”라며 “항상 내 편이 돼주던 아내였는데, 이번만큼은 말렸다. 그러다가 확신이 있으면 하라고 해서 장모님 집을 우리 집으로 옮기고, 그 집을 내놓고 서울로 왔다. 아직도 아내와 장모님께 죄송하고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연습장의 이름은 ‘이루리 야구교실’. 딸의 이름을 연습장 이름으로 지었다. 이여상은 “딸에 대한 사랑도 있었고, 선수들이 꿈을 이뤄주는 야구 교실이 됐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 또 딸의 이름을 내건 만큼, 진실되게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지었다”고 설명했다.

이여상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연습생 출신으로 프로에 입단한 만큼, ‘생존’을 위해서 누구보다 고민을 많이 하고, 노력했던 그였다. 절박한 아이들의 마음을 읽었고, 여기에 프로 시절 팬들을 즐겁게 해줬던 입담까지 더해지면서 '골목 야구장'이 돼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야수 출신인 만큼 투수 파트를 전담하는 ‘동업자’도 생겼다. 롯데 출신의 안태경. 안태경은 부산고 시절 에이스로 활약한 뒤 2008년 텍사스 레인저스와 계약을 맺은 유망주 출신이다. 그러나 각종 부상으로 빛을 못 보았고, 이여상 코치와 함께 아이들 육성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이여상은 “성실함에 반했다. 또 미국에서 도전을 하면서 많은 야구를 배웠고, 스스로도 공부를 많이 한 코치다. 성실하고 똑똑한 만큼, 투수 파트는 전담으로 맡겼다”고 믿음을 보냈다.

이여상은 “아이들에게 못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라고 많이 이야기해준다. 좋은 기술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실력이 안 나오는 것이지, 충분한 노력이 있다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로 시절 가장 좋아했던 말도 작심삼일이다. 좋지 않은 뜻이지만, 3일 하고 하루 쉬고 이것이 반복된다면 충분한 성과가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프로에 입단한 선수도 생겼다. 그것도 1,2라운드에 지명된 ‘대형 유망주’다. 올해 롯데의 1라운드 지명을 받은 고승민과 2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한 송승환이 그 주인공이다. 이여상은 “3학년 올라가는 겨울부터 훈련을 함께 했는데 내가 잘했다기 보다는 원래 좋은 선수들이었다. 단지 프로에서 뛸 수 있는 체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움을 줬을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그러나 송승환과 고승민 모두 이여상과 함께 한 훈련에 대해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여상도 ‘제자 자랑’을 덧붙였다. 이여상은 “(송)승환이는 힘든 훈련을 받아도 악을 쓰면서 한다. 또 고승민은 키고 큰데 유연하고, 발도 빠르다. 차세대 대표 유격수로 손색없는 기량을 갖췄다”라며 “아무래도 현장에 있는 코치님들로 부터 좋은 이야기가 들려오면 흐뭇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야구 교실이 조금씩 커가는 사이 이여상의 책임도 커졌다. 둘째가 나온 것. 이여상은 “이제 5개월을 조금 넘겼다. 아무래도 둘째가 생기다보니 더욱 책임감도 커졌다. 또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보는 눈도 넓어지기 시작한 것 같다. 부모 마음도 알게되네 허투루 가르치지 못하고 한 번 더 보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만큼, 이여상은 ‘사랑’으로 가르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물론 아이들을 혼낼 때도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되지 않으려고 한다. 아이들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아이들이 낯간지러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진심으로 사랑으로 함께 하고 싶다. 안태경 코치에게도 ‘감정적으로 하지 말고 진심을 전하자’고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왕에 시작한 일인데 최고로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많은 사람들이 ‘잘 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 말이 어울리게 지금 내가 주어진 환경에서 1위의 위치에서 아이들의 미래를 밝혀주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bellstop@osen.co.kr

기사제공 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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