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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4장. 미스터H(4-7/5)...'리버스' : 북미동맹과 한중동맹

4장. 미스터H(4-7/5)...'리버스' : 북미동맹과 한중동맹2018.08.02.

자네는 시진핑이 요구하는 '포괄적동반자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나. 문정민 교수의 음성이 3년전 킨텍스 면접장의 주승우를 현실로 불렀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마주 앉은 문 교수와 3년전 면접관인 그가 오버랩됐다. 주승우는 순간 어지러움을 느꼈다. 무슨 생각을 하나. 중국이 요구하는 포괄적동반자관계 말이야. 자네 생각을 듣고 싶네. '카프리(CPAPRI)' 말씀이시군요. 언론에서는 카프리라고 하더군. 카프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슈에 관한 포괄적 동반자 관계(Comprehensive Partnership for Asia Pacific Regional Issue)'의 줄임말이다. 앞글자를 따 카프리라고 불렸다. 한중동맹을 돌려 말한 것입니다. 아태지역 이슈는 중국 입장에선 일대일로를 말합니다. 인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미국의 재균형 전략과 충돌하는 핵심 개념입니다. 미중 패권전쟁의 골자로 볼 수 있습니다. 미중 패권전쟁에서 어느 편을 들지 선택을 하라는 얘기지. 자네가 면접 당시 말한 시나리오가 3년이 지나 현실화 하고 있네. 북한과의 혈맹관계가 사실상 해체됐으니 중국은 우리를 끌어들이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입니다. 북미수교와 원산항 개항은 결국 북미동맹을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2018년 9월9일 종전선언을 기점으로 북미 관계는 전환점을 돌았다.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핵 관련 리스트를 제공하면서 핵 폐기 수순에 돌입했다. 트럼프는 통큰 대가를 지불했다. 북한을 IMF에 가입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달러 자금이 대규모로 북한에 투자되는 구조를 만들었다. IMF 가입은 김정은이 북한 경제의 민낯을 트럼프에게 내보이는 것이었다. 김정은은 체제보장의 대가로 경제와 안보 양쪽에서 벌거벗은 모습으로 트럼프 앞에 선 셈이었다. 미국의 대북 투자 첫단계는 원산 리조트 타운 건설에 집중됐다. 원산 갈마지구에 건설된 트럼프월드는 북한 개방의 상징이었다. 트럼프는 2019년 4월7일 항공모함 레이건호를 타고 트럼프월드 착공식에 참석했다. 1년 뒤인 2020년 4월7일엔 트럼프월드 오픈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역시 레이건호를 타고 원산항을 통해 입북했다. 김정은은 생각보다 영리했어. 원산 개항이 미국 항공모함의 기항을 의미한다는 것을 당시엔 국제사회가 눈치채지 못했네. 미국 핵항모의 원산 기항은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빅카드였다. 원산항에 정박한 레이건호에서 스텔스기가 뜨면 트럼프가 햄버거 하나를 먹어치우는 동안 베이징 상공에 진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6.12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 게 김정은이 원산개항을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란 게 워싱턴 조야의 정설입니다. 트럼프도 그 조건을 듣고 김정은의 개방의지를 믿게 됐다고 하지 않습니까. 중국에겐 서쪽 신의주를, 미국에겐 동쪽 원산을 내줌으로써 교묘한 경쟁구도를 만든거지. 나진항을 누구에게도 내주지 않은 건 신의 한수였네. 김정은은 북한의 개혁개방에 미중 패권전쟁을 최대한 이용했다. 중국과 접경한 압록강 유역은 중국과의 경협지역으로 만들고, 원산엔 미국을 필두로 한 자본주의 바람이 불게 했다. 양쪽이 제일 탐내는 건 내주지 않은 것입니다. 나진항은 중국에겐 태평양으로 나가는 출발점이고, 미국에겐 중국으로 들어가는 관문이 될 수 있으니 양쪽 모두에게 요충지 아닙니까. 마지막 카드는 남겨둔 셈이죠. 양쪽의 상투를 틀어쥐자는 심산입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한중동맹에 대한 요구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아니겠나. 한중동맹을 맺는다는 건 미국과 일본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야. 문재인 정부는 미궁에 빠졌네. 길을 찾겠다고 생각하면 미궁을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그게 무슨말인가. 다이달로스가 미궁을 설계한 것은 길을 찾는 지혜를 시험하기 위한 게 아니었습니다. 미노스왕의 아내 파시에파가 수소와 바람을 피워 태어난 미노타우로스를 영원히 가둬두기 위해서였습니다. 미노타우르스에게 탈출이란 희망고문이었던 셈입니다. 미궁에서 길을 찾는 것은 설계자의 의도에 놀아나는 것입니다. 옳지. 그렇다고 처음부터 탈출을 포기하는 게 정답은 아니지 않은가. 기다려야 했습니다. 나뭇잎이 떨어져 길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힘을 아껴두고 말입니다. 그만한 시간이 있겠나? 대세가 중국으로 기울었다 해도 아직은 미국의 세상일쎄. 미국이 우리를 버렸다고 해도 대한민국이 미국을 등지고 생존한다는 건 우리 시대에선 불가능하네. 기다릴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때를 앞당겨야겠죠.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우리의 효용가치가 떨어진 건 미국이 북한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김정은 체제 하의 북한을 얻은 것이죠. 미개척 시장과 중국과의 접경, 두 가지 면에서 북한은 우리보다 미국에 매력적입니다. 트럼프의 눈에 우리가 보일 리 만무하죠. 그걸 누가 모르겠나. 손에 쥔 북한을 잃는다면 트럼프의 시선은 어디로 향할까요. 북한을 잃는다? 김정은을 제거하고 친중정권을 세운다면 말입니다. 김정은 참수가 가능하다면 중국이 왜 아직 가만히 있었겠나. 6.12 정상회담에서부터 지금까지 2년이 넘는 세월이야. 중국이야 말로 때를 기다린 것이죠. 때? 북한의 군부는 김정은의 개혁개방에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핵-경제 병진노선은 줄곧 경제에 방점이 찍혀있었지만 군부의 계산법은 전혀 다르니까요. 핵보유국의 군대를 꿈꾸었던 군부 실세들은 거세당한 환관의 신세와 다를 게 없습니다. 거세 직후 무기력감은 지금쯤 원한이 됐을 겁니다. 대대적인 숙청작업을 했지만 군부 전체를 제거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김정은은 여전히 화약고를 끌어 안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이 북한 군부의 쿠데타를 종용해야 한다는 말인가? 네. 북한 군부엔 친중파인 장성택과 황병서 라인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문제는 쿠데타 이후에 누구를 옹립할 것인가입니다. 북한의 인민들은 자본주이란 환각제에 아직 취해 있는 상태입니다. 김정은의 개혁개방이 인민들에겐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군부의 도발을 인민이 지지하려면 새로운 체제의 정통성이 확실히 보장돼야 합니다. 동시에 개혁개방은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합니다. 그럴 인물이 모의에 동참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 것이죠. 시진핑의 시선은 줄곧 한 사람에게 있었습니다. 김정남이 죽었으니. 백두혈통이라면 김정철 아닌가. 김여정도 물론... 김정철은 김정은과 친형제 사이여서 모의에 동참하지 않을겁니다. 권력에 대한 욕심도 없고 그만한 배짱도 없는 인물이구요. 모의 사실이 새 나갈 수도 있으니 위험합니다. 김여정도 그런 면에서는 마찬가지구요 그렇다면 백투혈통에선 한 사람 밖에 남지를 않네. 그런데 그 사람은... 문 교수는 순간 말을 뱉지 않고 커피잔을 들었다. 맞습니다. 김정남의 장자 김한솔. 김한솔이라. 어쩌면 그가 백두혈통을 계승할 최고의 적임자일 수 있지. 정상적인 경우였다면 북한의 왕좌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남 김한솔로 이어졌을테니. 김한솔 입장에선 삼촌 김정은은 아비의 원수이자 자기 자리를빼앗은 도둑이지 않은가. 그런데 그는 지금 행방이... 순간 한 가지 생각이 문 교수의 뇌리를 스쳤다. 교수님의 생각이 맞을 겁니다. 주승우는 문 교수의 표정에서 직감했다. 그가 지금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2년이란 세월이 그를 세상에서 잊혀지게 했어. 하지만 망각 또한 그가 김일성 왕가의 적통이란 사실을 변하게 할 수는 없겠지. 김한솔은 2017년 2월 아비 김정남의 시신을 수습한 뒤 바로 잠적했습니다. 당시 유튜브에 김한솔이 등장한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그의 뒤를 봐주고 있는 천리마민방위라는 조직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었죠. 겉으로는 탈북민 지원을 위한 인권단체로 포장돼 있지만 김정은 체제전복을 위한 국제조직입니다. 중국과 미국, 네덜란드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우리정부도 지원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지금 중국 또는 미국 정부의 비호 아래 있다는 얘기도 되겠군. 중국일겁니다. 미국 정부가 김한솔을 보호하고 있다면 북핵 협정 과정에서 부담이 됐을 겁니다. 김정남 암살이 CIA의 공작이라고 주장하는 중국이 김한솔의 신병을 미국쪽에 넘겼을 리도 만무하구요. 북한 군부의 쿠데타 지원과 김한솔의 옹립이라. 중국이 북한의 개혁개방을 지속적으로 지원한다면 인민들 입장에서야 큰 불만이 없겠군. 미국이든 중국이든 누구 말대로 쥐잡는 고양이가 장땡이니 말이야. 문제는 역시 미국 아니겠나. 미국이 이 사실을 알고도 가만히 있을까. 미국이 안다고 해도 중국과 직접 충돌은 쉽지 않을 겁니다. 적어도 아직은 말입니다. 시진핑은 왼쪽 뺨을 맞으면 오른쪽 뺨을 내줄 인물이 아니니까요. 시진핑을 말하는 게 아닐쎄. 문재인 정부를 말하는 거지. 미국의 우리 정부를 가만히 내버려 둘 지 말이야. 첩보라인에서 한 일들은 공식적으로 문제삼지 않는 게 국제 관례입니다. 서로 건드려봐야 좋을 게 없으니까요. 명분이 없으니 애둘러 다른 구실로 못살 게 굴겠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합니다. 정부가 그런 위험과 맞서지 않고 어떻게 국민을 보호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자네 가 지금까지 말한 것은 중국이 독자적으로도 수행할 수 있는 것 들이네.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는 말이야. 북핵평화협정 과정에서와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내용을 알고 보면 문재인 정부가 한 일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바람잡이의 역할을 한 것 외에는 말입니다. 중국이 원하는 장소에 김정은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일. 이를테면 이번 경평축구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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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이 소설은 2020년의 이야기다. 따라서 모든 스토리는 허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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