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기소에 벼랑 끝 내몰린 공수처…여권서도 '무용론' 솔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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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5.13. 오전 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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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부 이첩' 논리 사실상 판정패…'1호 사건' 조희연 특채 의혹 놓고 與비난 더욱 거세
법원,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 '검찰 기소 정당성' 판단 유보 "곧바로 판단 어려워"
법조계 "공수처 이첩 원하는 이성윤·이규원 아이러니해…정치적 중립성 훼손 방증"
(사진 왼쪽부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데일리안
검찰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기소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입지가 더욱 곤궁해졌다.

공수처는 검사 사건 수사를 검찰에 넘기더라도 기소 여부는 자신들이 결정하겠다는 이른바 '유보부 이첩' 개념을 내세웠지만, 검찰이 이 지검장을 끝내 재판에 넘기면서 공수처가 사실상 판정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검찰은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 수사에 외압을 가한 혐의로 이 지검장을 기소했다. 그동안 이 지검장은 검찰의 소환조사에 4차례 불응하면서 자신의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고 강변해왔다.

공수처도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 등 검사 비위 관련 사건들은 자신들이 맡아야 한다며 검찰에 사건 이첩을 재차 요구했다. 특히 지난 7일에는 유보부 이첩을 포함한 사건사무규칙을 공포해 검찰과 정면 충돌하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는 지난 10일 이 지검장 기소에 대해 찬성 8명, 반대 4명으로 기소 권고를 의결했다. 변호사, 교수, 언론인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심위까지 검찰의 기소에 손을 들어주면서 공수처가 사건 이첩을 요구할 명분은 더욱 약해졌다.

설상가상으로 공수처는 최근 미흡한 수사력, 정치적 편향성 등 논란이 잇따르면서 입지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다. 현시점에서 공수처가 검찰의 이 지검장 기소에 항의하거나 사건 이첩을 거듭 요구할 경우 노골적으로 친정부 성향 검사 구하기에 나섰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 지검장 기소 후 공수처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여권에서조차 검사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설립된 공수처가 출범 100여 일이 지나도록 여전히 제 역할을 못 찾고 있다며 비판을 넘어 무용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온갖 출혈을 감내하며 출범시킨 공수처가 어느 순간부터 정권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아직은 시기상조지만 이럴려고 만든 공수처는 분명 아닐텐데 하는 회의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공수처가 '1호 사건'으로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특별채용 의혹을 선정한 것을 놓고는 출범 취지가 퇴색했다며 여당의 비난 수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 잡는 칼을 닭 잡는 데 써서는 안 된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전경 ⓒ뉴시스
한편 이 지검장 사건은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본부장의 김학의 불법출금 사건과 병합될 예정이다. 이에 유보부 이첩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김선일 부장판사)의 판단이 이 지검장의 거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이 검사 측은 지난 7일 첫 공판에서 "검찰이 공수처의 요구를 무시하고 현직 검사가 연루된 사건을 직접 기소한 것은 법적으로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늦기 전에 어떤 식으로든 (검찰 기소의 정당성에 대해) 판단을 제시할 것이나, 바로 판단하긴 어렵다"고 답했다.

만약 법원이 정식 재판 절차에 착수하면 사실상 검찰의 기소가 정당성을 인정받고 공수처의 유보부 이첩 개념은 사문화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법원이 검사 관련 사건에 대해 공수처가 수사·기소에 우선권이 있다고 판단해 재판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소속 구주와 변호사는 "고위공직자 입장에서는 고위공직자 범죄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공수처에서 수사를 받는 것을 꺼리는 것이 정상"이라며 "그런데 이 지검장, 이 검사 등은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아이러니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 변호사는 이어 "이 지검장 등은 공수처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수사를 해줄 것이라는 근거 있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이 이미 상당히 훼손됐다는 방증이다"고 꼬집었다.

데일리안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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