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대 태블릿, 1만원대 무선 이어폰…중국산 저가 기기가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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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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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한 성능에도 가격은 3분의 1,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 중…해외 직구 시 사기 피해 주의보[비즈니스 포커스]



“원 플러스 원에 3만원대예요. 개당 1만1000원대. 역대급입니다.”

지난 9월 초 삼성전자의 신상 무선 이어폰인 ‘갤럭시 버즈2’가 출시됐을 때 한쪽에서는 1만원대 저가 무선 이어폰이 대란을 일으켰다. 주인공은 중국의 음향 기기 브랜드인 QCY가 선보인 무선 이어폰 ‘T13’이다.

이 제품은 1만원 후반대의 제품으로 판매 중이나, 최근 1만원 초반대 특가에 풀리자 주문 폭주로 배송이 마비되면서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추천한다”, “소액으로 큰 만족도를 느낄 수 있다”며 구매 행렬에 동참했다. 이른바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들이 몰려들면서 제품은 순식간에 품절됐다.

그간 가격만 저렴할 뿐 성능이 뒤떨어져 ‘깡통 제품’으로 불리기 일쑤였던 중국산 정보기술(IT) 기기들이 한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세계 시장 조사 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23%로 1위다.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35%에서 12%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2위는 샤오미다. 7%에서 10%로 3%포인트 올랐다. 삼성전자는 3위로, 현재 7%다. 전년 동기 대비 1%포인트 상승했다. 이어 JBL·제이랩·QCY 등이 한 자릿수에서 경합하고 있지만 샤오미가 선전한 ‘가성비’ 방식으로 QCY가 점유율을 늘려 갈지 주목된다.




저가 제품의 공습, 점유율 확대

8월에는 10만원대 태블릿이 단연 화제였다. 중국 IT 업체인 레노버의 ‘P11’이란 제품이 해외 직구를 통해 10만원 초반대에 풀리면서 가성비족들을 열광하게 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출시된 이 제품은 메모리와 저장 공간에 차이가 있지만 정가 49만9000원에 팔리고 있다. 크기 차이를 감안해도 가격 차가 5분의 1 수준이다. 저가형 태블릿임에도 디스플레이 품질이 높아 사용자 만족도도 높았다. 퀄컴 스냅드래곤 662 모바일 프로세서를 탑재했고 11인치 크기 2K 고화질 디스플레이는 넷플릭스 HD 인증을 획득했다. 한국에서 대표적인 저가 태블릿으로 꼽히는 삼성의 갤럭시탭 A7과 비교하면 프로세서는 동일한데 화면 크기와 카메라 성능, 메모리, 배터리 용량 등에서 레노버 제품이 오히려 우세하다. 가격은 3분의 1 수준이다.

레노버는 가성비를 앞세우며 애플과 삼성의 뒤를 잇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2021년 1분기 점유율 37%를 기록하며 독보적인 성장세를 이어 갔고 삼성은 2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2위 자리를 지켰다. 이어 레노버는 3위로, 9%의 점유율이다. 지난해 3위 사업자인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인해 판매량과 점유율이 하락하면서 이로 인한 반사 수혜를 얻은 것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관계자는 “글로벌 태블릿 시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재택근무와 온라인 학습용 큰 화면의 모바일 기기에 대한 수요 증가에 따라 과거 장기 침체기를 벗어나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중”이라며 “비슷한 제품군을 갖춘 삼성과 레노버가 화웨이 제재의 반사 수혜를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가성비의 대표 주자이자 중국 IT 기업인 샤오미도 최근 신제품 라인업을 공개하며 한국 시장에서의 영역 확대에 나섰다. 특히 7년 만에 한국 시장에 태블릿을 선보이며 태블릿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대표 제품은 ‘샤오미 패드5’다. 이 태블릿은 최대 2.96GHz의 속도에 도달하는 퀄컴 스냅드래곤 860 프로세서로 구동되고 대형 8720mAh 배터리, 몰입형 쿼드 스테레오 스피커를 장착했다. 출시 가격은 44만9000원으로, 같은 용량 기준으로 애플의 프리미엄 태블릿인 ‘아이패드 프로(100만원대)’보다 반값, 삼성전자의 ‘갤럭시 탭S7 FE(70만원대)’ 제품보다 저렴하다. 출시 직후엔 30만원대 금액으로 선보이며 이른바 대란을 일으켰다. 스티븐왕 샤오미 동아시아 총괄매니저는 “앞으로도 계속 뛰어난 제품을 놀라운 가격에 제공하면서 한국 시장에서의 채널을 확대하고 샤오미만의 포트폴리오를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 몰리자 유통 업체들도 중국발 가성비 IT 제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쇼핑 사이트인 G9는 지난 9월 3일 직구 전문관을 오픈하고 해외 직구 서비스를 한층 더 강화했다. 가성비 높은 중국 해외 직구 상품을 엄선한 전문관으로, 샤오미를 비롯해 디베아·QCY 등 직구족에게 특히 인기가 높은 중국 브랜드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인 것이 특징이다. 1만원대 상품인 퍼커시브 마사지 건, 샤오미 드로잉 패드(10인치)QCY T13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 등 가성비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정소미 G9 해외직구팀장은 “샤오미 등 가성비 높은 중국 해외 직구 상품에 대한 고객 선호도가 높아짐에 따라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품질 불량 및 미배송 사고 주의

중국 IT 업체들의 무차별 습격, 하지만 가성비의 달콤함 이면에는 덫도 있다. 해외 직구로 제품을 구매할 때 애프터서비스가 불가할 뿐만 아니라 배송 사기에 휘말리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2019년 한국소비자원은 2017년부터 2019년 6월까지 접수된 해외 직구(구매·배송대행 포함) 무선 이어폰 관련 소비자 불만은 총 155건으로, 2017년 8건에서 2018년 28건, 2019년 6월까지 총 119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소비자 불만 내용을 분석한 결과 ‘품질 불량’과 관련된 불만이 66건(42.6%)으로 가장 많았고 미배송·배송 지연 등 ‘배송 관련’ 45건(29.0%), ‘사업자 연락 두절·사이트 폐쇄’ 24건(15.5%) 등의 순이었다.

최근 인기를 얻은 T13, P11 제품도 장기간 배송 지연으로 해외 배송 유통 업체에 항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배송 관련 불만은 미배송 또는 배송 지연·파손·오배송 등이 있고 물품 분실 피해를 봤다는 응답도 나왔다.

당시 소비자 불만 중에선 거래 금액이 ‘5만원 미만’인 44건 중 35건이 중국 전자 제품 제조 회사인 ‘샤오미’와 ‘QCY’ 제품과 관련됐다. ‘15만원 이상’인 34건 중 16건은 미국의 ‘애플’ 제품 관련 불만이었다.

업계에선 앞으로 다가올 글로벌 최대 쇼핑 시즌인 중국 광군제(11월 11일)와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11월 29일)에 사기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소원 관계자는 “IT 제품의 해외 직구 관련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쇼핑몰을 이용하고 제품에 하자가 발생하면 근거 자료를 확보하고 즉시 사업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계약 미이행, 가품(소위 ‘짝퉁’) 배송, 미배송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증거 자료를 모아 신용카드사에 차지P11백 서비스(국제 거래에서 소비자가 피해를 본 경우 신용카드사에 이미 승인된 거래를 취소 요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신청할 것”을 당부했다.

해외 직구 구매시 세 가지를 기억하세요
1. 해외 온라인 쇼핑몰, 신뢰할 수 있는 사이트인지 확인
포털 사이트 검색을 통해 피해를 본 소비자가 없는지 찾아보세요. 사이트 내에 사업자 연락 정보가 있는지 확인하세요. 국제 거래 소비자 포털에서 사기 의심 쇼핑몰 리스트를 확인하세요.

2. 주문 시 쇼핑몰의 반품 기준 등을 꼼꼼히 확인
해외 온라인 쇼핑몰은 반품 기한이 서로 달라요. 제품의 포장이 훼손되면 반품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포장재와 박스를 꼭 보관하세요.

3. ‘차지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가급적 신용카드 사용
차지백 서비스는 해외 거래에서 소비자가 피해를 본 경우, 카드사에 승인된 거래를 취소 요청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거래 내역, 사업자와 주고받은 e메일 등 객관적인 증거 자료를 제출해야 환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다만, 모든 해외 직구 피해를 차지백 서비스로 해결하기 어려우므로 최종 구매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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