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용기 제작에 쓰이는 ‘비스페놀A’, 간에도 적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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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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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양에도 음주자의 지방간 수치
로션 바른 후 영수증 만지지 않아야

환경호르몬의 일종인 ‘비스페놀A(BPA)’는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플라스틱 용기, 젖병, 캔 내부 코팅제, 영수증 종이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비스페놀A가 함유된 용기에 뜨거운 음식을 담거나 데워 먹을 때, 영수증 종이를 손으로 만질 때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실제 비스페놀A가 사람 10명 가운데 9명에서 검출됐다는 보고도 있다.

국내외 연구를 통해 비스페놀A가 생식기관, 비만, 당뇨, 뇌 발달 등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임신부가 비스페놀A에 노출되면 뱃속 태아에게 영향을 줘 생후 소아청소년 시기에 비만해질 확률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이런 비스페놀A가 간 건강에도 유해하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다.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신경과 안상준 교수와 융합과학교실 양윤정 교수팀은 제3기 국민환경보건 기초조사(2015~2017년)를 바탕으로 3476명의 소변과 혈액 샘플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환경건강 및 예방의학)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대상자들의 지방간 지수(HSI)에 따라 비알코올성 지방간 그룹과 일반인 그룹으로 나눠 오줌 속 비스페놀A 농도를 측정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마시지 않거나 적은 양만 마시는 데도 술을 마시는 사람들과 비슷하게 간에 지방이 쌓여 손상이 초래된 경우를 말한다.

연구 결과 비알코올성 지방간 그룹의 소변 속 비스페놀A 농도는 리터(ℓ)당 2.56마이크로그램(㎍)으로 일반인 그룹(2.44㎍/ℓ) 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았다. 비스페놀A 농도가 가장 높은 그룹은 낮은 그룹에 비해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자가 22.8% 많았다. 간수치(ALT)에 이상이 있는 사람 수도 28.3% 더 많았다.

안상준 교수는 “체내에서 일종의 에스트로겐(여성 호르몬) 역할을 하는 비스페놀A가 여러 기관에 영향을 주는데, 간에도 염증 및 산화반응을 일으키는 걸로 추정된다. 정확한 기전 파악을 위해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비스페놀A가 들어간 플라스틱 용기를 쓰거나 뜨거운 캔 음식을 먹을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또 손 소독제나 로션을 바른 손으로 영수증 종이는 되도록 만지지 않는 것이 좋다. 손 소독제, 핸드크림에 들어있는 에탄올과 보습 유연 성분(프로필렌글리콜 등)이 비스페놀A의 피부 흡수를 촉진한다는 사실이 연구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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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사회부에서 보건의료, 의학, 과학 보도를 맡고 있습니다. 암 등 질병예방, 금연, 자살 예방, 생명 윤리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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