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는 전세시장…"급매물만 찾아요"

입력
수정2022.02.21. 오후 4:18
기사원문
이혜인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지난달 말 입주 시작한 길음동 '롯데캐슬 클라시아' 가보니

전·월세 300개씩 쌓여도 '한산'
전용 59㎡ 전세 한달새 2억 '뚝'
잔금 마련 급한 집주인들 한숨
지난달 말 입주가 시작된 서울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 클라시아'. 입주 초기임에도 전세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혜인 기자

“두 달 전 호가가 8억원까지 치솟았던 전용면적 59㎡ 전세 매물이 지금은 보증금 6억원 이하 ‘급전세’가 아니면 손님이 없어요. 단기적으로 물량이 늘어난 데다 전세 대출 규제와 금리도 올라 수요가 뜸합니다.” (길음동 S공인 관계자)

지난달 31일 입주가 시작된 서울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 클라시아’(2029가구). 보통 대단지는 입주 초기 전세 거래가 활발한 ‘입주장’이 펼쳐진다. 하지만 지난 11일 찾은 현장 중개업소에는 손님 없이 한산했다. 전셋값이 두 달 만에 1억원 이상 떨어졌지만 금리 인상과 가격 추가 하락 기대감에 전세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대단지 입주해도 전세 거래 드물어
‘롯데캐슬 클라시아’는 지하 6층~지상 37층, 19개 동, 2029가구로 대단지다. 지하철 4호선 길음역·미아사거리역, 내부순환도로, 북부간선도로 등이 가까워 도심 접근성이 좋다. 게다가 2024년 개통되는 동북선 경전철 개발의 수혜 단지로 꼽힌다. 이런 이유로 1순위 청약 당시 경쟁률이 평균 32.6 대 1에 달했다.

막상 입주가 시작됐는데 전·월세 시장에 대한 관심이 낮다는 반응이다. 전세와 월세 매물은 각각 300개 안팎이라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이 단지 전용 84㎡의 전세 호가는 한 달 새 1억원 넘게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전용 84㎡는 보증금 9억원에 세입자를 찾았지만 최근 호가는 7억5000만~8억원에 형성돼 있다. 길음동 S공인은 “전용 59㎡의 경우 6억원 이하 급전세 매물만 간간이 거래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길음뉴타운 내 다른 단지도 비슷한 상황이다. ‘래미안 센터피스’(2019년 입주) 전세 호가는 두 달 새 2억원 가까이 떨어졌다. 인근 중개업소는 “최근 집주인들이 급전세를 내놓기 시작했다“며 “전세 금액이 낮아졌는데도 거래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인근 길음뉴타운 4단지 ‘e편한세상’의 경우 전용 84㎡ 전세 매물이 최근 5억45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11월(8억원)보다 2억5000만원가량 낮아졌다.
○전세 물량 늘고 가격 내리고
성북구 전세 시장의 하락세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성북구 전세 시장은 지난해 12월 첫째주에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먼저 하락세를 보였다. 이달 첫째주에도 전주 대비 0.04% 떨어지며 8주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입주 물량이 쏟아진 게 단기적으로 시장 불안정성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3월 성북구의 입주 물량은 2494가구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입주 물량의 22.4%에 해당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입주 단지가 한 곳도 없었다. 또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임차 수요가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것도 영향이 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관측이다.

임차인이 나타나지 않아 전세 매물은 쌓이고 있다.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달 성북구 전세 매물은 두 달 전에 비해 19.2% 증가한 1571건으로 집계됐다. 월세를 낀 매물도 837건으로 25.1% 늘었다.

전문가들은 서울 강북 일대 전세 시장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잇단 금리 인상으로 전세 대출 금리가 덩달아 높아진 데다 거주하는 단지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해 재계약하는 수요도 여전히 많아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당초 오는 7~8월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된 매물이 나오면서 억눌린 전세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면서도 “전세 대출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전셋값 상승세가 주춤하다”고 말했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