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접종률 세계 100위인데도 文대통령 또 백신 자화자찬

입력
수정2021.08.23. 오전 8:54
기사원문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SNS를 통해 "50%가 넘는 국민들이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2차 접종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진도"라며 "9월 말까지 2차 접종도 50%에 육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백신접종을 독려하는 의미로 한 말이라면 이해할 수 있으나 접종속도는 현실과 동떨어진 한가한 얘기다. 애초 백신 조기확보 실패로 인해 늦춰 잡은 백신 진도보다 빠르다고 해서 자랑할 수는 없는 거고, 세계 주요국의 2차 접종률은 이미 50%를 넘어섰다.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따르는 강도 높은 영업제한을 할 수밖에 없는 것도 결국은 2차 접종완료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이 '위드 코로나'를 선언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높은 백신 접종률이 받쳐주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2차도 아닌 1차 접종률이 50%를 넘었다고 자랑한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의 지난 18일 집계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대비 접종완료비율은 19.3%로 세계 103위였다. 아워월드인데이터 통계를 봐도 한국의 접종률은 전 세계 평균에도 못 미쳤다. 20일 기준 세계 평균 2차 접종비율은 24.3%인데 반해 한국은 22.31%에 그쳤다. 당연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 회원국 중에서도 꼴찌다. 백신 확보에 뒤늦게 나섰지만 물량과 공급순위에서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22일 김부겸 총리가 모더나사로부터 향후 2주간 700만회 분의 백신을 공급받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이 또한 내세울 게 못 된다. 당초 정부 도입 일정대로라면 이미 2000만회분이 확보돼 있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은 외국에 남는 백신을 '구걸'하는 신세가 됐다. 정부는 루마니아로부터 45만회분을 공급받기로 했다고 한다. 국민 생명을 지키는데 수단방법을 가릴 형편이 아니지만 국민 자존감이 상처입는 것은 어떻게 보상할 건가. 정부가 백신확보를 제대로 했다면 이런 굴욕은 당하지 않아도 됐다. 문 대통령은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들도 확산세가 강하다며 우리의 낮은 접종률과 4차 대유행에 따른 국민고통을 희석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문 대통령은 백신수급 실패에 대해선 제대로 된 사과 한번 한 적 없다. 접종률이 세계 100위에도 못 드는데 백신 자화자찬을 하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오피니언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