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는 지난해 10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뒤 전 세계로 퍼졌다. 지난 6월 미국질병통제센터(CDC)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우려 변이’로 지정했다. 26일 기준 국내에서도 검출률이 48%까지 올랐다. 이미 2명 중 1명은 델타 변이에 감염되고 있는 셈이다. 방역당국은 이번 주 안에 국내에서도 델타 변이 검출률이 과반이 됐을 것으로 추정하며 이미 우세종이 됐다고 보고 있다.
'스치기만 해도 전염된다'는 소문처럼 전파력이 강해 세계적으로 4차 대유행을 유발한 주범으로 꼽힌다. 기존 코로나19보다 약 2.4배, 영국에서 유래한 알파형보다도 1.64배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진자가 입원할 위험 역시 2.26배 높다.
바이러스는 이론적으로 유행 기간이 길어질수록 전파력은 강하고 치사율은 낮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비롯한 숙주를 감염시키는 방법으로만 번식이 가능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대개 기침이나 재채기, 콧물, 설사 등으로 바이러스를 다른 이에게 퍼뜨리는데, 치사율이 너무 높아서 빨리 사망하면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그만큼 번식 효율이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역시 결국은 전파력은 강하고 치사율은 낮아지는 쪽으로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르면 2~3년 내 길게는 5~10년내 계절성 독감처럼 바뀔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전문가들도 있다.
유진홍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대한감염학회 회장)는 "델타 변이가 기존 코로나19보다 치명적인 것 같지는 않지만, 이보다 약하다고 말하기도 조심스럽다"며 "백신 접종율이 늘어나면서 치명률이 줄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좀 더 증거가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끼리의 전파력과 중증 입원율, 치명률을 비교하려면 동등한 조건에서 해야 한다"며 "그간 백신 접종이 시작됐기 때문에 그 이후 유행하기 시작한 델타 변이와 기존 바이러스를 곧바로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단 델타 변이가 전파력이 강하다는 것은 밝혀진 사실"이라면서도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예방효과가 다소 떨어지더라도 중증이나 사망에 이를 위험을 현저히 낮춰주기 때문에 델타 변이 자체의 치명률 아직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서 백신을 맞지 않은 연령층인 10~30대가 코로나19에 대한 치명률이 원래 낮은 것도 델타 변이와 이전 코로나19와의 비교 분석을 어렵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최근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국가에서는 젊은 감염자들이 중증으로 번지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하는 만큼 대중이 과도한 공포감을 갖지 않도록 인식 개선이 필요하지만 아직은 경계심을 늦추는 건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김봉영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는 여전히 고위험군에게 위험하므로 어느 정도 컨트롤해야 한다"며 "결국 코로나19와 공존해야 하는 방향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추후에는 계절성 독감처럼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있는 바이러스', '정기적으로 백신을 맞아 예방 가능성을 높여야 할 것' 등으로 인식이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과 감염 후 완치로 코로나 19에 대한 집단면역이 인구 대비 50% 이상 이뤄지면 감기, 독감처럼 코로나와 공존하는 '위드코로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 시기가 되면 매년 독감 백신처럼 고령자와 만성질환자 등은 정기적으로 코로나 백신을 맞고, 코로나에 걸리더라도 가벼운 증상을 겪다가 나을 수 있다.
김우주 교수는 "위드코로나(코로나와 함께 살아가기)가 가능해지려면 코로나19에 대한 백신과 항바이러스제를 흔히 구할 수 있어야 하고 마스크 착용 의무 없이도 확산이 되지 않아야 한다"며 "지금 당장 대중의 인식을 바꾸자 논하는 것은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