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 송영길 “주한미군 주둔비 오히려 받아야” [원희복의 인물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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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2.21. 오후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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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제11차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방위비분담금이란 1991년 한국과 미국 간 체결한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에 따라 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일부를 우리가 부담하는 것이다. 미국은 2020년 분담금 규모를 2019년 1조389억원의 5배가 넘는 ‘50억 달러’(약 6조원)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일부 진보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는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며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야당은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자’는 입장이었고, 여당은 정부의 눈치를 봤다. 사실 여당 정치인 입장은 미묘하다. 미국의 압력에 수세적 입장인 정부를 비난할 수도, 미국에 각을 세우는 것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분명한 목소리를 내는 국회의원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56)이다. 그는 과도한 방위비분담금 요구를 거절하는 것은 물론, 거꾸로 우리가 미군 주둔비를 받아야 한다는 지론을 펴고 있다. 12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그를 만나 지론의 배경을 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 권호욱 선임기자


반대로 우리가 미군 주둔비 받아야

-한·미 간 방위비분담금 협상 진행 상황을 듣고 있었나. 우리 대표단이 잘한 것인가.


“우리 측 대표단 정은보 단장은 기재부 차관 출신으로 나도 잘 아는 사이다. 협상 기간 나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고, 뚝심 있게 잘 버틴 것 같다. 이번 협상은 일종의 프레임 대결이었다. 우리는 미국에게 방위비분담협정(SMA) 체제 내에서 구체적 증액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는데 미국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여야 47명 의원이 미국의 과도한 인상 요구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이 성명을 주도한 이유는 무엇인가.

“100여 명의 서명을 받을 수 있었는데, 시간이 없어 47명밖에 못 받았다. 국회에서 이리 세게 나와야 우리 협상팀에게 ‘우리 국회 분위기가 이러니 비준이 안 된다’는 말도 할 수 있다. 외교부 관계자로부터 이번 성명이 시의적절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지난해 방위비분담금 국회비준에도 반대했다. 왜 반대했나.

“지난해 8.2% 인상도 과도한 것이었지만 매년 1000억원 이상 남고, 1조원 이상 쌓여 있지만 회계감사권이 우리에게 없다. 특히 미군은 고용하고 있는 1만여 명의 노동자(군속)에 대해 근로기준법도 지키지 않고 있다.”

-지난해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과도한 증액도 문제지만,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비용 중 전기·가스 비용과 위생·세탁 심지어 폐기물 처리비용까지 우리가 부담하기로 했다. 이는 방위비분담금 취지에 맞지 않는다. 또 협상 유효기간도 3년에서 1년으로 줄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왜 그리 많은 양보를 했을까.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지난번 협상으로 주일미군 비행기 정비비용 일부도 우리가 부담하게 돼 있다. … 나는 문재인 대통령 문제라기보다 지금 외교부·국방부가 약하다고 본다. 국방부 장관이나 외교부 장관은 그냥 관료일 뿐이다.”

사실 국제협상에서 특히 미국과 협상에서 일사불란한 의견 통일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좋고, 특히 큰 반대 목소리는 ‘수세적’ 협상에서 유리한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해 전체 국군 의무·보건·복지향상비는 3708억원으로 주한미군 주둔비 1조389억원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 돈이면 우리 국군의 보건·복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주한미군을 위해 우리가 직·간접 부담하는 비용은 이보다 훨씬 많은 5조5000억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사실 방위비분담금은 패전국에 주둔하는 승전국 군인에 대한 일종의 ‘전쟁배상금’ 성격이다. 독일과 일본이 미군 주둔비를 부담하는 이유도 제2차 세계대전 패전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은 외국군대 주둔비를 대는 것은 ‘굴욕적’이라며 1971년부터 미국산 무기구매로 대체했고, 일본은 주일미군 주둔비를 대지만 자국이 집행하고 있다. 패전국도 아닌 우리가 미군 주둔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1991년 ‘쌍끌이 재정적자’에 시달리던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수하려 하자, 이를 주저앉히기 위해서였다. 미군 없으면 안보가 불안하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독일·일본은 패전국으로 주둔비 부담

-공신력 있는 세계기관은 우리의 군사력은 세계 7위이고 북한은 15위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전쟁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력은 북한이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도 우리 야당과 보수층, 군부는 ‘안보가 불안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우리 국군 능력으로 북한을 이기지 못한다는 장관이나 참모총장이 있다면 당장 해임해야 한다. 그런 무능한 장관·장군에게 어떻게 우리 안보를 맡길 수 있나. 지금 국방부 장관은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우리 미사일 현무 1·2·3은 북한보다 훨씬 성능이 좋다. 현무 3은 크루즈(순항) 미사일인데 한반도는 물론 중국 일본까지 커버한다. 세종대왕급 이지스함은 미국 다음으로 뛰어나고, 우리 전차도 최첨단이다. F-35A까지 도입되면 공군력은 북한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이제 주한미군은 북한의 남침을 억제하는 역할보다 대중국 봉쇄용으로 봐야 하지 않나. 그래서 미국이 주한미군 철수 운운할 때 ‘갈 테면 가라’고 한 것인가.

“그렇다. 보수언론이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안보가 불안하다’고 하는 것은 우리의 교섭력을 무너뜨리는 보도다. 이제 한·미관계는 재정립이 필요하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군사이익을 지키는 일종의 GP인데 우리보고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문제다. 주한미군을 미국의 협상무기가 아닌, 우리의 협상무기로 바꾸는 프레임이 필요하다.”

-내년 국방비는 올해보다 7.4%가 증액돼 처음으로 50조원이 넘었다. 게다가 국방중기계획에는 2023년까지 방위비를 270조원까지 투입하기로 했다. 그런데 지난해 4·27 남북합의에서 남북은 군비축소에 합의했다. 아무리 미국의 요구가 있다지만 이 때문에 남북관계도 꼬이고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 북한이 난리 치는 이유 중 하나가 남북이 군축에 합의하고 우리가 방위비를 ‘더블’로 늘리기 때문이다. 스텔스 전투기인 F-35A도 도입하고, 핵추진 잠수함을 만든다고 하니….”

그는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문재인 대통령 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고 현재 특별고문으로 있다. 그는 ‘북방경제·평화경제’ 전문가다. 송 의원은 “지난해 남측 기업인 100명과 함께 평양을 방문하기로 합의했다”면서 “그러나 남북관계가 답보상태가 되면서 모두 스톱돼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래도 그는 우리와 중국, 러시아를 잇는 ‘동해 크루즈’를 준비하고 있다. 송 의원은 “북한의 나진 하산 프로젝트는 유엔 제재 대상도 아니다”면서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이 만나는 자리에서 이 점을 얘기했는데, 그걸 만들지 못하는 외교력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고착된 남북관계를 타개할 방법은 문 대통령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과감하게 여는 방법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송 의원은 1963년 전남 고흥 출신으로 임진왜란 때 왜군과 첫 전투를 벌인 송상현 동래부사와 전라좌수사로 이순신 장군을 보좌한 송희립 장군이 먼 할아버지다. 초등학교 때 광주로 유학, 북성중학교를 나왔다. 이낙연 총리를 비롯해 배기선·신계륜·배기운 전 의원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 그는 광주 대동고 3학년 때 5·18 광주항쟁을 체험했다. 1981년 연세대 경영학과에 입학해 1984년 총학생회장이 됐고, 1986년 전두환 암살 음모혐의 사건으로 남산 안기부에 끌려가 한 달간 조사를 받기도 했다.

송 의원은 총학생회장이지만 당시 분파인 NL(민족해방)이나 PD(민중민주) 계열, 특히 당시 ‘운동권’에 유행하던 주체사상 계열도 아니었다. 그는 고 노회찬 의원과 함께 인천지역노동자연맹(인민노련) 계열로 인천에서 7년간 노동운동을 했다. 총학생회장 출신이 적당히 사회운동하다 정치에 입문한 것과 달랐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양김씨의 분열로 노태우가 당선되는 것을 보고 정치권에 환멸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화여대 경제학과를 다니며 학원민주화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이던 아내(남영신)와 함께 인천에서 노동운동을 하다 결혼했다. 그리고 사법시험에 도전, 1994년 제3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변호사 생활을 하던 그는 1999년 인천 계양구 재선거에 출마했지만 낙선하고, 2000년 16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이어 17·18대 국회의원 3선 연임을 거쳐 2010년 인천광역시장에 당선됐다. 그는 노동운동을 했지만 통일문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그는 다시 방송통신대에 진학해 한반도 주변국(중국어·일어) 언어를 전공하고 현재 러시아어를 배우며, 이들 나라 정치인과 교류를 넓히고 있다.

11월 15일 송영길 의원 등이 미국의 과도한 방위비분담금 요구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4선에 인천시장 경력, 관운은 없어

현 대권주자 1위로 꼽히는 이낙연 총리도 그렇지만 광역시장의 행정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핵심 문제는 관료를 장악하지 못하는 것이다. 송 의원도 지적했지만 문 대통령은 좋은 말을 계속하지만, 실행되는 것이 없는 이유도 바로 관료들이 정책을 구체화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윤석열 검찰의 이반’도 관료를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극명한 반증이다.

그 역시 인천시장을 하면서 공무원의 관행과 싸우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에게 공무원을 장악하는 방법을 조언했다. 그는 “대통령은 수석보좌관 회의가 아닌 국무회의를 통해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면서 “계속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만 보이면 장관은 껍데기가 되고 관료장악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 경험이 없는 교수 출신 법무부 장관을 기용한 것도 ‘시간만 낭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4선 의정 경험과 수도권 광역시장을 지낸 행정 경험에 비추어 정작 그는 당직이나 관운이 별로 없어 보인다. 양김씨에게 줄 서지 않겠다는 특유의 소신 때문인지 모른다. 대부분 1980년대 학생운동 세대(요즘 86세대)는 양김씨에 대충 줄 서 비교적 쉽게 정치적으로 ‘한 자리’씩 했다. 그러나 송 의원은 노동운동을 하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를 거치고 민중의당을 통해 정치에 입문했다. 그는 “그래서 ‘송영길은 세가 없다’는 평가도 있지만 나는 독자적 생명력으로 스스로 커왔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다른 86 정치인과 달리 당당하다. 그는 최근 86세대에 대한 비판에 이렇게 말했다.

“86세대는 한번도 집단적 대의로 뭉쳐보지 못했다. 학생운동을 하던 86세대는 모두 남의 스태프(참모)만 했다. 자신의 가치를 가지고 당 대표나 대권 도전에 나서지 못했다. 나는 지금까지 끊임없이 공부·진화한 축적의 시간이었고, 이제 양에서 질로 전환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다음 21대 국회에서 우리 86세대가 대의를 만들 것이다.”

원희복 선임기자 wonh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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