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뽀 [상수/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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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9. 14.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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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일본식 정파
가격: 12,500원 (등심돈카츠 한상 정식)
좌석: 20여 석
방문: 2017/09

만뽀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14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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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이름은 전부터 여러 번 들어본 곳인데 마침 근처에서 약속이 있는 김에 여기서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대개 돈까스를 먹을 때에는 집중하느라 혼자 가는 일이 많은데, 그렇다고 무조건 혼자서만 먹는다는 주의는 아니다. 다만 사진도 많이 찍고 순간순간 맛에 집중하느라 말을 안 할 때도 있으며, 아무래도 혼자 먹을 때보다 맛에 대한 평가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기 어렵기는 하다.

 돈까스는 등심과 안심이 있는데 안심은 다 떨어진 상태였고(어차피 난 등심이지만), 그 외에 치킨까스나 덮밥류, 소바 등의 메뉴가 있다. 돈까스는 일반 정식이 있고 한상 정식이 있는데, 저녁에는 무조건 한상 정식만 된다고 한다. 등심 기준으로 각각 가격은 9,000원과 12,500원이다. 여튼 선택의 여지가 없으므로 등심돈카츠 한상 정식을 주문했다.

한상이라더니 정말 다양한 반찬이 함께 나왔다. 7첩 반상쯤 되는 것인가. 돈까스와 명란을 올린 밥, 버섯이 들어간 미소국, 양배추 샐러드, 일본식 계란말이, 가츠오부시를 올린 감자 마요네즈 샐러드, 미역, 치킨 데리야끼조림, 소스와 토핑 그리고 디저트. 일단 구성은 이렇다.

 돈까스는 일단 담음새가 약간 성의 없다. 고기는 살짝 불그스름하게 튀겼는데, 튀김옷 상태를 보면 완전 고르게 튀기진 못하고 군데군데 색이 진한 부분이 있다. 튀김옷만 봐서는 아주 살짝 과조리인데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고기는 적절하게 익혔는데 부위 자체가 기름이 살짝 적다. 최근 먹었던 만 원 이상대의 등심들과 비교했을 때 조금 아쉽다. 그래서 뻑뻑하진 않지만 퍽퍽하다고 해야할까? 12,500원이란 가격을 보면 토키야호호식당과 비슷하긴 하지만, 한상 정식엔 딸려 나오는 음식이 많으니 원래 일반 정식으로 놓고 본다면 약간 급이 아래일 수 밖에 없으리라.

 빵가루는 표준 정도. 내 취향으로는 좀 더 크고 거친 빵가루가 좋은데, 뭐 그건 진짜 취향의 영역이라 본다. 보기 드물게 돈까스 자체에 밑간이 아주 잘 돼 있어서, 소스 없이 레몬즙만으로도 먹을 수 있는 수준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

 양배추는 가격을 생각한다면 좀 아쉽다. 두껍고 뻣뻣한 편. 다만 소스가 고소한 렌치 소스 계열로 소스와 궁합은 잘 맞췄다. 여기에 만일 고마 소스를 부었다면 정말 엉망이었을 텐데 다행이랄까. 

 소스 토핑이라고 한다. 그냥 먹어도 되고 소스에 섞어 먹어도 된다는데 뭐 딱봐도 섞어 먹으라고 설계한 것 같으니 섞는다.

아래에는 이렇게 소스가 들어있다. 위에서 말했듯 돈까스 자체에 간을 훌륭하게 잘해놔서, 일반 일본식 돈까스 소스보다 소스가 부드럽고 특히 짠맛을 절제한 편이다. 다만 여기에 소스 토핑 특히 양파를 넣으니 단맛이 좀 더 강해지는데다가 퍽퍽한 돈까스와 함께 먹으면 함박스테이크와 데미그라스 소스의 느낌이 얼핏 난다. 여튼 돈까스와 소스의 궁합, 설계는 나쁘지 않다 하더라도 토핑은 의미 없는 사족이라 생각한다.

 머릿속에서 물음표가 떠나지 않는 구성들이다. "응 우리 일본 가정식이야!" 하는 느낌을 주고 싶은건 알겠는데, 이것들이 과연 등심돈카츠가 주인공인 한상에서 훌륭한 조연을 맡을 수 있을까? 답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호호식당에서 나왔던 간결한 츠케모노 3종처럼 확실한 주장을 하는 반찬은 하나도 없고 그저 가짓수 늘리기 외에는 큰 의미를 찾기 어려웠다. 달고 단 일본식 계란말이며 특히 닭고기 조림 같은건 도대체 왜 나오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물론 이것저것 많이 주면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 취향은 확실히 아니다.

 명란을 별로 안 좋아해서 무턱대고 밥에 올린 것도 그다지 기쁘진 않은데다가, 맛이 특별히 좋은 것도 아니라 생색내기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보다는 밥이 살짝 질고 뭉개졌기 때문에, 명란을 올릴 신경을 밥 짓는 데다가 좀 더 투자하는 편이 훨씬 더 좋은 한상을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라 본다. 한상 차림이라는 말을 붙인다면 그저 반찬 가짓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중심이 되는 밥에 신경을 써야 한다.

국은 안 먹으니 패스.

 디저트로 나온 푸딩(?)인데 애초에 한상에 디저트를 같이 올린 무신경함은 둘째치고, 향이 강하고 느끼하여 돈까스 한상을 먹은 후 입가심 디저트로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역시 사족.

 돈까스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았는데, 한상 차림이라고 같이 나온 것들이 죄다 내 취향에는 안 맞았다. 뭐 다다익선이라고 이런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존맛탱'일 수도 있겠지만. 차라리 9,000원짜리 일반 정식이었다면 더 좋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당연히 별 3개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2개냐 1개냐의 기로에 있는데, 그래도 돈까스 만큼은 웬만한 돈까스체인류보다 나으므로 1개를 주면 좀 야박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란 말을 떠올려 보며 한상 전체의 구성을 다시 생각하지 않으면 더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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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생각날 듯(★)

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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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ånt är liv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