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차장이 또 '지상'으로 올라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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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8.02. 오전 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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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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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기정사실화해 ‘반값아파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가 커졌다. 반면 건설업계는 공급위축과 품질저하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30~40년 전 설계방식인 아파트 지상주차장이 다시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한다. 지상주차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설계변경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안전문제나 각종 생활불편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아파트 인근에 주차된 차량들. /사진=뉴스1 DB


◆고급아파트 더이상 볼 수 없나

분양가상한제 확대로 인한 아파트 품질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정부는 2007년 집값 폭등에 대응하기 위한 규제책으로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했다가 2014년 말 민간택지 적용요건을 강화해 사실상 규제를 완화했다. 현재는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만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다. 2007년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던 당시에도 건설업계 안팎에서 공급위축과 품질저하 등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분양가 규제가 사실상 완화된 2014년 이후에는 분양시장이 호황을 이루며 건설사들이 ‘고급아파트’ 경쟁을 본격화했다. 대기업건설사들은 아크로리버, 푸르지오써밋, 디에이치, 더플래티넘 등 프리미엄브랜드를 만들어 ‘고급화’를 내세웠다. 고급 내·외장재와 인테리어를 도입하고 정보기술(IT)과 사물인터넷(IoT) 등을 적용한 최첨단 주거시스템을 보편화했다. 민간 분양가상한제가 다시 도입되면 이런 고급화나 신기술은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분양가상한제는 감정평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택지비, 정부가 연 2회 고시하는 표준건축비, 건설사 이윤을 합한 금액을 분양가 상한선으로 정하는 제도다. 올해 표준건축비는 3.3㎡당 기본형건축비 644만5000원에 복리시설 건축비, 인텔리전트 설비, 분양보증 수수료 등의 가산비를 더한 값이다.

분양가상한제는 집값의 과도한 상승을 막아 주거안정을 도모하지만 1977년 첫 도입 이후 부동산경기 침체 때마다 수차례 폐지됐다가 다시 부활한 바 있다. 분양가가 떨어져 수익성이 낮아지면 사업을 진행하기가 힘든 민간 건설사로서는 설계기술이나 마감재 등의 수준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가자율화 이후 건설사들이 품질 경쟁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단가인하 경쟁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단지 전경. /사진=뉴스1 DB


◆지상주차장보다 무서운 부실설계

정부가 분양가상한제를 다시 검토하는 이유는 서울 분양가가 과열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국감정원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의 3.3㎡당 분양가 평균은 2017년 12월 2212만9800원에서 지난 7월18일 기준 2699만원으로 약 22% 뛰었다.

부동산업계는 서울 재개발·재건축사업 등에 공공택지와 동일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경우 새 아파트 분양가가 20~30% 낮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일각에선 서울에 반값아파트가 나온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017년 6월 이후 분양한 서울 강남 8개 단지를 분석한 결과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 예상되는 3.3㎡당 분양가가 2160만원으로 최근 분양가 대비 2.1배 높다고 밝혔다. 비강남 8개 단지도 최근 분양가가 3.3㎡당 평균 2250만원으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면 경실련 추산 절반 수준인 1130만원까지 내려간다. 경실련은 16개 단지가 입주자모집공고에서 공개한 택지비와 건축비를 기준으로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 예상 분양가를 산정했다. 단 고급자재나 첨단기술을 사용한 가산비는 적용하지 않았다.

건설업계는 분양가가 절반까지 떨어질 경우 수익성이 지나치게 낮아져 지상주차장을 설계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국내에 처음 도입된 지하주차장은 1986년대 서울 잠실의 아시아선수촌아파트다. 최근에는 아파트단지 내 지상을 공원화해 차량 통행을 금지하는 아파트가 많아져 안전과 환경문제를 해결했는데 지상주차장이 다시 등장하면 30~40년 전으로 회귀하는 셈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가가 낮아지면 수익이 안되니 건설자재나 설계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환경문제 등으로 없앤 지상주차장이 다시 부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요즘은 세대당 한대 이상의 자동차를 보유하는데 지상주차장 아파트는 세대당 한대 미만의 주차공간밖에 안 나와 생활불편을 초래한다”면서 “주차부족 문제로 사업성이 낮아서 미분양 리스크가 있는 것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설계나 자재변경 등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차라리 지상주차장처럼 눈에 보이는 설계변경은 불편하더라도 안전문제가 없는데 값싼 자재변경 등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형건설사의 경우 무리해서 저품질의 아파트를 시공할 가능성이 낮다는 의견인 셈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대형건설사 입장에서 보면 굳이 품질이 떨어지는 아파트를 무리해서 시공하지 않고 토목 등 다른 분야의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면서 “사업성이 좋은 강남·용산이나 지방의 일부 사업만 진행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3호(2019년 7월30일~8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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