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자’(20대 남성) 표심을 잡겠다며 데려온 총선 인재 2호 원종건(27·사진)씨의 미투(성폭력 고발) 폭로로 더불어민주당 총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묻지마 영입’의 문제가 드러났다는 지적에도 민주당 지도부는 공식 사과 없이 원씨 문제는 ‘사적인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다. 당의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확산되고 있다.
원씨는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입 인재 자격을 반납하겠다”며 “당에 누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과거 원씨가 자신을 성노리개로 취급했다는 폭로 글 작성자에 대해 원씨는 “제가 한때 사랑했던 여성”이라고 밝히면서도 폭로 글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해당 여성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이번 사태의 총책임자라 할 수 있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 사안에 침묵했다. 민주당은 원씨의 사퇴 기자회견 1시간 후 아무 일 없다는 듯 인재 14호인 청년 창업가 조동인씨 영입 발표식을 진행했다. 이날 오후 고위전략회의도 열었지만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았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윤호중 사무총장이 당내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에 관련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고, 결과에 따라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만 밝혔다. 당의 여성 의원들도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민주당은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 정봉주 전 의원 등에 대한 미투 폭로로 호된 비판을 받았다. 이번에 또 다시 미투 의혹이 제기되자 민주당의 성인지 감수성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원 게시판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민주당의 이런 태도가 20대와 여성들로 하여금 당에 등을 돌리게 만든다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인재 영입 과정 및 검증 절차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앞서 원씨가 영입됐을 때 그의 사생활에 관한 좋지 않은 소문이 인터넷에 돌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원씨로부터 ‘문제없다’는 해명을 듣고 더 이상 검증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은 “사적 영역은 검증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그동안 인재영입위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최재성 의원이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극소수만 정보를 쥐고 밀실에서 영입을 진행한다는 불만이 당 지도부에서조차 나왔다. 정치인으로서 필요한 자질이나 도덕성을 엄격히 검증하기보다 ‘감동 스토리’에 기댄 이벤트성 인재 영입의 한계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야당은 일제히 민주당을 비판했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민주당의 각종 성추문과 미투의 끝은 어디인가”라며 “이런 오명은 민주당의 감성팔이식 인재 영입이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도 “피해 여성에 대한 사과 한 마디 없는 기자회견문”이라며 “검증의 기회는 충분히 있었음에도 여당 지도부가 이런 문제를 가벼이 여긴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국민일보 채널 구독하기]
[취향저격 뉴스는 여기] [의뢰하세요 취재대행소 왱]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