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강남 부자들 '3초'만 돈 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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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9.02. 오전 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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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S·바이오 폭락에 길 찾기
1초 - 국내외 여러 상품에 초분산
2초 - CMA 등 짧고 굵게 초단기
3초 - 한푼이라도 아끼자 초절세


은행에서 파니까 안전하다고 믿었던 파생결합증권(DLS) 일부 상품이 원금의 90%를 날리고, 초대박을 안겨줄 것이라 여겼던 바이오 주식이 15분의 1토막 나면서 '재테크 1번지'인 강남권 금융시장이 혼돈에 빠졌다. 공격적인 '묻지 마 투자'는 자제하고, 현재 보유 중인 금융 상품은 안전한지, 원금을 까먹을 위험은 없는지 묻는 등 포트폴리오를 재점검하는 '큰손'들이 늘고 있다.

돈의 향방에 민감한 강남 부자들은 이런 혼돈의 시기에 어떻게 돈을 굴리고 있을까. 전문가들이 알려주는 큰손들의 최신 재테크 트렌드는 초분산·초단기·초절세의 '3초(超)'로 압축된다. 위험을 낮추기 위해 잘게 쪼개 초분산 투자하는 글로벌 자산배분형 상품에 가입하고, 만기가 짧으면서 수익은 예금보다는 높은 단기채 상품으로 굴리고, 조금이라도 수익을 높이기 위해 절세 상품을 찾는 것이다.


◇글로벌 자산배분형 상품으로 초분산

2019년판 원금 손실 트라우마의 원인이 된 DLS는 8월 발행액이 전달 대비 반 토막 나는 등 크게 위축됐다. 홍콩H지수 등에 연계되어 수익률이 달라지는 주가연계증권(ELS) 역시 지난달 발행액이 전달보다 35% 줄었다. 안예희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지점장은 "신상품을 소개하려고 해도 '잠시 두고 보자'거나 '지금 같은 시국엔 쉬고 싶다'는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파생상품 공포증에 휩싸인 자금은 글로벌 자산배분형 상품으로 향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가 지난달 19일 출시한 '온리원(OnlyOne) 리서치랩'은 국내외 주식에 골고루 분산 투자하는데, 발매 7영업일 만에 1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달 말 내놓은 'USD 월 지급식 랩'은 상장지수펀드(ETF), 우선주, 회사채 등에 분산 투자해 매달 투자 원금의 0.4%를 달러로 돌려주는 상품이다. 달러를 월급처럼 꼬박꼬박 받을 수 있다는 매력이 부각되면서 출시 첫날에만 23억원이 유입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DLS 같은 파생상품은 확률에 베팅하는데, 상품 자체가 엉망이라기보다는 한 종목 몰빵 투자로 인한 후유증이 큰 것"이라며 "1억원을 5~10종목에 나눠 투자하면 특정 종목에서 큰 손실이 나도 다른 종목이 버텨줄 수 있기 때문에 크게 사달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짧고 굵게 굴리는 초단기 인기

일부 강남 큰손들은 주식과 부동산 시장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보고, 초단기 상품에 뭉칫돈을 맡긴 뒤 기회를 엿보고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하는 전단채 랩은 신용등급이 높은 전단채와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현재 3개월 연 2%, 6개월 연 2.2% 정도의 수익률이 나온다. 만기는 짧으면서 예금보다는 수익이 높다는 소문이 나면서 올 들어서만 2조원 넘게 팔렸다. 김성진 신한PWM강남대로 센터장은 "당분간은 금리가 높은 단기 상품에 가입해서 투자 타이밍을 지켜보겠다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거액을 맡기는 투자자는 적용 금리를 확인해 보고 더 높은 수익을 주는 유형으로 갈아타기도 한다. 같은 증권사라도 CMA는 발행어음형, MMW형, RP형 등 투자 유형에 따라 적용 금리가 연 1.2~1.55%로 다르다.

◇고수익보다는 초절세 우선

금리 인하 트렌드가 계속되면서 세금을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는 절세형 상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은행은 물론이고 2금융권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도 연 3%에 못 미치자, 세금을 조금이라도 줄여야만 수익을 0.1%포인트라도 높일 수 있어서다.

만 65세 이상 가입할 수 있는 비과세 종합저축은 원금 기준 5000만원까지 세금(15.4%)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2020년 말까지 은행·증권사 등 모든 금융회사에서 가입 가능하다. 농협·신협·수협·새마을금고 출자금은 1인당 1000만원까지, 예탁금은 1인당 3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농특세 1.4%만 부과)을 준다. 브라질 국채는 세금이 없어 강남 큰손들이 선호하는 1순위 금융 상품인데, 올 들어서만 20% 넘게 수익률이 오르자 매수 문의보다는 매도 문의가 더 많아졌다고 한다.

[이경은 기자 div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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