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코스] 서울 양양 고속도로 개통했다면 여기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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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06.30. 오후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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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산 그리고 호수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강원도 고성

고성의 7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향하다 보면 오른쪽으로 이러한 풍경을 계속 볼 수 있다. 사진 조두현 기자


금강산 육로 관광이 활발했던 시절 강원도 고성군은 남과 북을 잇는 교두보였다. 고성은 철원처럼 휴전으로 행정구역이 남과 북으로 나뉜 고장이다. 다시 말해, 북한에도 고성이 있다. 지도를 보면 휴전선이 고성에 이르러 강파르게 올라가는 걸 볼 수 있는데 351고지, 향로봉 전투 등에서 우리 군이 승리한 덕이다. 그래서 바로 북녘땅과 맞닿아 있고, 도로 듬성듬성 금강산까지의 거리를 알리는 이정표를 쉽게 볼 수 있다. 군부대와 군용차는 길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미시령 터널을 넘어 속초만 와도 펼쳐지는 풍경이 다른데, 고성은 여기서 한 번 더 아스라이 떨어져 생경한 정취를 안겨준다. 개발이 덜 되고 자연환경이 수려해 마치 수십 년 전의 작은 바닷가 마을을 보는 듯하다. 길고 풍부하게 펼쳐진 모래사장 위로 무구한 바닷물이 쉴 새 없이 들락날락 거리고, 설악산 자락에서 뻗은 높은 고갯길은 마치 이 마을을 보호하려는 듯 심술을 부린다. 산자락과 해안 사이에는 크고 작은 호수들이 조용하고 직수굿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루면 산과 바다, 호수까지 둘러볼 수 있는 오롯한 천혜의 드라이브 코스가 있다.

고성 해변의 맑은 바닷물


7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46번 도로로 갈아타서 한 바퀴 도는 코스를 추천한다. 지도=네이버 캡처


마침 30일 서울 양양 고속도로의 전 구간이 개통돼 고성과 속초까지의 접근성도 좋아졌다. 이로써 서울에서 양양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90분으로 줄어, 길이 막히지만 않는다면 서울에서 고성까지도 두 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게 됐다.

정자에 앉아 힐링을, 청간정


청간정에서 들리는 파도 부서지는 소리는 유독 청아하다. 동쪽으론 만경창파가 넘실거리고 서쪽엔 설악산이 듬직하게 솟아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곳에 단 10분만 앉아 쉬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의 때가 없어지는 느낌이다.

청간정에서 내려다보이는 해변


청간정은 겹처마 팔각지붕의 모습으로 강원도 특유의 누( ) 양식으로 지어졌다. 정자가 정확히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전해지지 않지만, 1560년에 처음 보수한 기록이 있다. 주차장을 겸비한 지금의 현대적인 모습은 1980년 최규하 대통령의 지시로 갖추게 됐다. 현판에 걸린 글자는 이승만 대통령이 직접 썼다고 한다. 현재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32호로 등록돼 고성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손꼽히고 있다.

이렇게 물 맑은 항구가? 아야진항


아야진항의 고즈넉한 정취


아야진은 양미리, 도루묵, 꽁치, 복어 등이 많이 잡히는 어항이지만, 물이 맑아 다이빙 포인트로도 유명하다. 바닷속에서 다양한 어종과 함께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산호도 만날 수 있다. 다른 항구와 달리 두 곳으로 나누어져 있고, 바위가 많아 강태공들의 성지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먹는 물가자미와 물메기의 맛은 다른 지역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별미다.

아야진항은 물이 맑아 도로에서도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아야진의 원래 이름은 대야진이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일제가 한자 ‘큰 대’를 못 쓰게 해 이름을 아야진(我也津)으로 바꿨다는 설이 내려져 오고 있다. 애기미라는 별칭으로도 불리고 있다. 이곳에선 예부터 마을의 안녕과 자손의 번창을 위해 산신제를 지냈는데, 암서낭이 있는 남쪽 마을을 작은 애기미, 숫서낭이 있는 북쪽 마을을 큰 애기미라고 불렀다.

부드러운 모래밭, 백도 해변


백도 해변은 수심이 얕고 땅이 평탄해 가족 단위로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다


백도 해변의 백미는 모래다. 맨발로 모래를 밟으면 발가락 사이를 파고드는 감촉이 아주 보드랍다. 디저트로 즐기는 무스(mousse) 한 덩이를 밟으면 이런 느낌일까? 백사장 길이는 200m, 폭은 50m로 광활하지 않지만 고성에 워낙 해변이 많아 한적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수심도 1.5m로 깊지 않고 해변은 민틋해 가족 단위로도 많이 찾는다.

아야진항에서 백도 해변으로 가는 길


해변 북동쪽엔 실제로 백도(白島)라는 섬이 있다. 위도상으론 삼포해수욕장과 위치를 나란히 하고 있다. 갈매기의 하얀 배설물로 섬이 뒤덮여 백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멜랑콜리한 송지호


송지호의 일몰. 세상과 단절된 듯 고요한 정취가 일품이다


송지호는 모래톱이 길게 가로막아 형성된 고성의 석호 중 하나로 경치가 낭만적이다. 곱게 다져진 모래 위엔 해당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호수 주변엔 울창한 소나무들이 두텁게 둘러쳐져 있다. 송지호(松池湖)라는 이름도 여기서 비롯됐다. 소나무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을 걷다 보면 넓게 펼쳐진 호수가 한눈에 보인다. 바람의 방향과 결을 같이 둔 호수는 고요하고 아늑하다.

송지호의 또 다른 매력은 울창한 소나무숲이다. 그늘에 산들산들 부는 바람과 솔향이 더위를 식혀준다


장마철에는 송지교를 통해 황어, 숭어 등의 바닷고기도 들어와 민물고기와 함께 어울린다. 그래서 낚시터로도 유명하다. 또한, 겨울 철새인 고니의 도래지이기도 하다. 고니는 한국전쟁을 기점으로 자취를 감추었다가 1970년대부터 송지호에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호수 중앙에 모였다가 한꺼번에 날아가면서 흩어지는 모습은 장관이다. 7번 국도는 송지호와 바다의 경계를 이룬다.

전설의 고갯길, 진부령과 미시령


진부령 정상에서 바라본 구불구불한 고갯길


7번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달리다 상리교차로에서 46번 도로로 갈아타면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설악산의 품으로 들어간다. 구불구불한 고갯길을 한참 오르다 보면 높이 529m의 진부령에 당도한다. 고갯마루에 있는 미술관엔 향로봉 전투의 전적을 기리는 기념비도 있다. 진부령은 강원도 관동 지역과 영서 지역을 잇는 주요 길목으로 고성과 인제를 연결한다. 겨울엔 유독 춥고 눈이 많이 내려 명태를 말리는 황태덕장이 많다.

미시령 터널 요금소를 지나면 뒤로 울산바위가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맞이한다


고갯길을 내려와 다시 동해로 향하면 미시령과 마주하게 된다. 설악과 금강의 경계를 이루는 미시령은 높이 826m로 한계령과 함께 내설악과 외설악을 가른다. 그런데 넘어가는 길이 험해 고려 시대엔 아예 폐쇄했다가 조선 성종 때 길을 다시 열었다고 한다.
https://youtu.be/sAY8vHbj86U

지금의 미시령옛길이라고 부르는 도로는 1960년에 개통했는데, 1971년 한계령 도로가 넓게 만들어진 뒤 대부분 한계령을 이용했다. 2007년엔 지금의 미시령 터널이 뚫려 통행 시간과 거리를 단축했다. 그래도 짜릿한 운전의 재미를 맛보고 싶다면 옛길을 이용해보시라. 극강의 다운힐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고성=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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