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적기 날개 꺾이나…항공업계 상반기 피해액만 7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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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코로나19 영향 분석
한국 운항 -57%, 승객 -2900만명
‘제주행 5000원’ 살아남기 안간힘
“항공 살려라” 독일 무제한 금융지원
한국은 LCC에만 3000억 대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외 하늘길이 막히면서 항공업계의 미래가 어두워지고 있다. 지난 6일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 멈춰선 여객기.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 민간 항공업계가 입을 손실이 상반기에만 최대 7조2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국제연합(UN) 산하 전문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분석이다.
각국 국적기 생사기로…글로벌 항공 구조조정 번질라
이미 대한항공을 비롯한 국내 모든 항공사가 명예퇴직, 순환 휴직, 자산매각과 같은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다. ICAO의 추정이 현실화하면 기업 차원의 구조조정이 아니라 민간 항공업계의 글로벌 구조조정으로 번질 전망이다. 국적 항공기의 생사가 갈림길에 설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과 달리 전 세계가 자국 항공업계에 대해 사실상 무제한 지원을 하며 국적 항공기의 소생에 나선 이유다.

ICAO는 최근 '코로나19가 민간 항공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분석 자료를 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V자 모양으로 회복할 때와 U자 형태로 회복할 때를 가정해 그 피해 규모를 추산했다. V자형 회복은 5월부터 회복 기미를 보일 경우다. U자형은 오는 6월까지 위축 국면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코로나19로 고사위기 처한 국내 민간 항공 (노란 삼각형은 V자형 회복 시 감소분, 빨간 삼각형은 U자형 회복 시 감소분) 자료=ICAO
한국 여객 감소 2900만명…대한항공 작년 수송 규모 넘어
ICAO 분석에 따르면 한국 민간 항공업계는 V자형으로 회복한다고 해도 올해 상반기에만 49억 달러(5조9500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측됐다. U자형으로 회복하면 이보다 더 심각해서 59억 달러(7조1700억원)의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항공 운항은 48~57% 급감한다. 수송 승객은 예정된 여객 대비 2400만~2900만명 줄어든다. 1분기 손실액만 최소 15억 달러(1조8200억원), 최대 17억 달러(2조6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대한항공의 매출(호텔·여행 포함)은 12조원, 당기순이익은 -5687억원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은 매출 6조원에 당기순이익 -7629억원을 기록했다. 경영 사정이 악화한 상황이다. 이를 고려할 때 ICAO의 추정대로라면 자칫 상반기에 두 항공사가 거덜 날 판이다. 상반기 수송 여객 수 감소분만 봐도 대한항공이 지난 한 해 동안 수송(2735만명)한 인원보다 많다.

갈수록 뚝 떨어지는 국내 민간 항공사의 여객 수송. 자료=ICAO
회사 명맥 유지하려 제주행 대한항공 2만2000원, LCC는 5000원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운항 상황은 지난해 평균 대비 10%도 안 되는 한 자릿수 운송률"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승객이 없어 제주행 편도 항공이 2만2000원에 나오기도 한다. 저비용항공사(LCC)에선 승객이 없는 오후 2~3시 사이에 5000원짜리 항공권도 내놓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기름값도 안 되는 가격으로 승객을 수송하는 셈이다. 적자를 감수하면서 운항을 하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 회사의 명맥만은 유지하려는 발버둥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민간 항공, 생사기로. 각 대륙별 V자형 회복(왼쪽)과 U자형 회복(오른쪽) 시 민간 항공 업계 손실 추정 규모. 자료=ICAO
전 세계 항공업계, 상반기에만 151조 손실
국내 항공사만 어려움을 겪는 게 아니다. ICAO에 따르면 U자형으로 회복할 경우 올해 상반기 동안 유럽의 민간 항공 업계는 최대 442억9000만 달러(53조8200억원)의 손해를 볼 것으로 봤다. 이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398억2000만 달러(48조3800억원), 북미 145억6000만 달러(17조6900억원), 중동 114억5000만 달러(13조9200억원), 남미 71억8000만 달러(8조7200억원), 아프리카 68억5000만 달러(8조3300억원) 순으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민간 항공 업계의 총 피해액은 1241억5000만 달러(150조9500억원)에 달한다. ICAO가 2032년까지 전 세계 항공 운송 시장이 연평균 4.6%씩 성장하리라던 전망이 무색할 정도다.
각국 사활건 국적기 살리기…한국만 뒷짐
이 때문에 세계 각국 정부는 항공업계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은 74조원을 지원하고, 싱가포르는 16조5000억원, 프랑스는 60조5000억원을 항공업 지원 예산으로 꾸렸다. 심지어 독일은 무제한 금융지원을 하고, 이마저도 모자란 듯 세금 납부까지 유예했다. 그러나 한국이 내놓은 지원책이라고 해야 저비용항공사에 3000억원의 대출 지원을 해주는 게 고작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가별 항공업계 지원 방안.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노조, "제발 살려달라" 호소…노사정 모였지만 빈손
대한민국 조종사노동조합 연맹과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 조합원들은 14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위기의 항공산업, 정부 지원 촉구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항공·공항 산업은 직접 고용 8만명, 연관 종사자 25만여 명에 달하는 국가기간산업"이라며 "정부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대대적인 지원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14일 오후 3시 '코로나19 위기극복 항공산업 노사정 간담회'를 열었다. 전국연합노조연맹의 요청으로 열렸다. 정부에선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업계에선 항공협회와 공항공사 등이 참석했다. 이날 간담회는 항공 산업의 어려움을 공유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정부는 구체적인 계획 등을 내놓지 않고, 향후 어려움을 파악한 뒤 지원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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