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홍콩 의회를 우회해 ‘홍콩 국가보안법’을 직접 제정하는 초강수를 두기로 방침을 굳혔다.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원칙으로 보장되는 홍콩의 자치권을 무시하고 중국 본토의 권한을 확대하는 것으로 홍콩 야권과 민주화 운동 진영의 대대적 반발이 예상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관련 업무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을 인용해 22일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을 위한 결의안’이 공식 제출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장예쑤이 전인대 대변인은 21일 밤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회기에 2020년 경제발전계획 등 9개 의안이 논의될 예정”이라며 “여기에 홍콩특별행정구의 국가보안법 제정 관련 의안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 입법회(의회)가 자체적으로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대규모 민주화 운동으로 번지며 곤욕을 치렀던 중국 정부로서는 민주화 세력을 억누르기 위해 국가보안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인대 표결을 통과한 결의안은 두 달 뒤 전인대 상무위원회의 최종 입법 절차를 거쳐 효력을 갖게 된다.
일국양제 원칙에 따라 홍콩의 법률은 기본적으로 홍콩 의회를 통해 제정되지만 전인대 역시 홍콩의 법률을 만들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홍콩 헌법인 기본법 23조는 국가전복과 반란을 선동하는 위험인물을 최대 30년의 징역에 처하게 하고 이와 관련한 법률을 제정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데 아직 완비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지난해 홍콩 민주화 운동으로 홍콩 시민들의 누적된 반중 정서가 극명하게 드러나자 중국 정부와 관영매체들은 히루빨리 국가보안법을 만들어 반중 세력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베이징 소식통은 SCMP에 “우리는 더는 국기를 모독하거나 국가 휘장을 파손하는 행위를 허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 대변인도 기자회견에서 “홍콩특별행정구는 중화인민공화국의 분리될 수 없는 한 부분으로 전인대 대표들은 헌법이 부여한 의무에 따라 홍콩의 국가안보를 지키는 법률을 제정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홍콩 범민주 진영은 강력한 투쟁을 예고했다. 우선 다음달 4일 홍콩 빅토리아공원에서 개최될 예정인 ‘6·4 톈안먼 시위’ 기념집회를 통해 홍콩 시민들의 결의를 보여주겠다는 입장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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