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뉴스] “5세 아들 노래에 눈 뜬 폐암 말기 아내… 그렇게 생일날 떠났습니다”

입력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엄마에게 마지막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아들과 A씨의 모습.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그날, 5살 아들을 두고 떠나는 엄마의 발걸음은 차마 떨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그녀는 36번째 생일날 하나뿐인 아들의 축하를 받으며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갔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도 행복한 이별이었습니다.

A씨는 2년간 암 투병을 하던 아내를 지난 16일 떠나보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 그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가족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저희는 A씨에 직접 양해를 구하고 그의 사연을 담습니다.

이 글을 읽고 어떠한 울림을 가지고 가셔도 좋습니다. 마음에도 없는 가시 돋친 말을 던졌던 가족에게 미안함을 느껴도 좋습니다. 소중한 사람이 내 옆에 있다는 것에 새삼스러운 고마움을 느낀다면 그것도 좋겠지요. 그저 이들 가족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가슴에 닿아 큰 울림으로 남길 바라며 이 사연을 전합니다.

2016년 11월 34세 아내는 옆구리가 아프다며 병원에 갔습니다. 그곳에서 아내는 폐암 4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평소 담배도 피우지 않았던 그녀에겐 거짓말 같은 소식이었죠. 게다가 이미 뇌, 임파선, 척추, 간 등으로 전이가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아내는 아들을 두고 절대 죽을 수 없었습니다. 암과 싸워 이기겠노라고 결심했죠. 고통스러운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견뎌냈습니다. 하지만 암은 무서운 기세로 아내를 괴롭혔습니다. 항암제는 더 이상 듣지 않았고, 아내에게 시도해볼 수 있는 임상치료도 없었습니다.

A씨는 아내에게 건강식품, 건강요법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9월부터 아내의 건강 상태는 급격히 악화됐습니다. A씨는 병원에서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상황이니 호스피스 병원으로 옮기라”는 말을 듣고 맙니다.

누워있는 엄마 손을 꼭 잡고 있는 아들의 모습.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그 상황에서도 아내는 끝까지 “죽지 않겠다”며 몸부림쳤습니다. 하지만 지난 3일 A씨와 장모님 앞에서 유언 같은 한마디 말을 남기더니 그 뒤로는 제대로 말조차 하지 못하게 됐죠. 호스피스 병원으로 옮긴 아내에게는 통증 조절을 위한 마약성 진통제가 계속 투입됐습니다. 진통제 양이 늘어날수록 아내의 의식은 희미해져 갔습니다.

그리고 지난 11일 아내는 양쪽 동공의 빛 반응이 사라져버렸습니다. 갈수록 고통스러워하는 아내를 보며 A씨의 기도는 이전과 달라졌습니다. “살려 주세요”가 아닌 “제발 하루빨리 아프지 않은 곳으로 데리고 가주세요”가 되었죠.

아내의 생일을 하루 앞둔 지난 15일 A씨는 아내 귀에 대고 말했습니다. “그래. 기왕 버틴 거 내일 네가 그렇게 사랑하는 아들한테 생일 축하받고 떠나라”고요.

아내의 생일인 16일 A씨는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조각 케이크를 준비해 아내가 있는 병실로 갔습니다. 그리고 초에 불을 붙여 아들과 다른 가족들 모두가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습니다. 아들은 “사랑하는 엄마의 생일을 축하합니다”라며 엄마 볼에 뽀뽀를 했습니다.

A씨는 아내의 손을 잡고 “이제 행복하지? 그만 아프고 이제 편한 곳으로 가자”고 속삭였습니다. 그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5일간 의식조차 없었던 아내가 눈을 뜬 겁니다. 마지막으로 아들의 얼굴을 보고 싶었던 걸까요.

깜짝 놀란 A씨는 아들에게 “엄마 눈떴다”며 다시 처음부터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러자 아내는 아들한테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입을 벌렸습니다. 하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목소리조차 낼 힘도 없는 상황에서 아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한마디도 하지 못한 아내는 점차 거친 숨을 내뱉기 시작했습니다.

A씨의 아들이 "꽃 냄새가 좋다"며 엄마의 영정사진에 꽃을 대주고 있는 모습.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아들에게 엄마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었던 A씨는 아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 줬습니다. 그리고 A씨가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내는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났습니다.

A씨는 “아내는 자기가 낳은 아들의 생일 축하를 받고 떠나기 위해 그 끔찍한 고통 속에서 몇 날 며칠을 참았던 것 같다. 떠나기 전 아들의 생일축하 노래를 듣고 가겠다는 엄마의 힘이었나 보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A씨는 먼저 떠나보낸 아내에게 편지를 남겼습니다.

“하늘에 있는 사랑하는 여보. 내 나이 37에 5살짜리 개구쟁이 혼자 키우게 생겼어. 아직 하고 싶은 것, 할 것도 너무 많은데 무심하게 벌써 떠나니… 나 최선을 다해서 우리 아들 엄마 없다는 소리 안 듣게 잘 키울게. 지켜봐 주라. 11개월째 휴직 중인 회사 다음 달에 드디어 복직한다. 회사에는 너 살려서 복직하겠다고 큰소리치고 휴직계 냈는데, 결국 이렇게 떠나보내고 복직하게 됐구나. 올해가 널 만난 지 10년 되던 해였는데… 연애 5년, 결혼 5년 참 짧네. 아들은 엄마 하늘나라 갔다니까 그럼 언제 오냐고 묻네. 갔으니까 다시 오는 건 줄 아는데… 몇 년이나 지나야 네가 떠난 걸 이해할 나이가 될지 모르겠구나. 잘 지내라. 사랑한다”

[사연뉴스]는 국민일보 기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접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는 코너입니다. 살아 있는 이야기는 한 자리에 머물지 않습니다. 더 풍성하게 살이 붙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반전하기도 합니다. 그런 사연의 흐름도 추적해 [사연뉴스 그후]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연뉴스]는 여러분의 사연을 기다립니다.

강문정 인턴기자

[네이버 메인에서 채널 구독하기] [페이스북]
[취재대행소 왱!(클릭)]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