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둘이 대화, 아이가 결정하게 해
오히려 가족 관계 좋아지는 듯”
내년에도 영상물 계속 제작 예정
여기서 최 회장은 박귀정 SK E&S 과장과 워킹맘의 고충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박 과장은 “회사가 육아하는 직원을 많이 배려해주는 편”이라며 “특히 우리 아이는 나보다 더 엄마가 SK에 다닌다는 점을 자랑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고개를 끄덕인 뒤 “좋은 현상입니다”라며 웃었다. 이어 박 과장은 “회장님한테 궁금한 게 있다”며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 건가”라고 물었다.
최 회장은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어리지만,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게 만드는 방법을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최 회장은 “학교 진학이나 유학이나 이과·문과를 선택하거나 할 때 자기 선택이 중요하다는 점을 가르쳤다”며 “단 둘이서 대화를 하는 시간을 낸 뒤, 결국 아이가 (본인 진로를) 선택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가 고민을 할 수밖에 없고, 자기가 독립적으로 결정·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것 같았다”며 “이를 통해서 오히려 가족 관계가 좋아지는 것 같았다”고 얘기했다.
최 회장이 ‘말을 잘 안 듣는다’고 소개한 자녀는 딸 둘과 아들 하나다. 큰딸 윤정(31)씨는 중국 베이징 국제고와 미국 시카고대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SK바이오팜에서 일하다가 현재 미 스탠퍼드대에서 바이오인포매틱스(생물정보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둘째 딸 민정(29)씨는 중국 베이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014년 해군 사관후보생으로 입대해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전투 병과인 ‘함정’ 장교로 2015년 청해부대 소속 충무공 이순신함을 타고 6개월간 아덴만에 파병됐다. 지난해 SK하이닉스 대리급으로 입사했다. 셋째인 아들 인근(25)씨는 SK E&S 전략기획팀에 올해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미국 브라운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SK는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권위적으로 비치는 대외 이미지를 해소하고, 내부 소통 활성화를 위해 내년에도 최 회장이 등장하는 영상물을 계속 제작할 예정이다. SK 관계자는 “참석자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와 콘텐트 구성만 사전에 정하고 구체적인 대본은 없이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최 회장도 프로그램 도입부에서 “웬만한 연기력을 갖추지 않은 사람이 대본을 가지고 진행하면 어색해지기만 한다”며 ‘무(無)대본 토크’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 최 회장이 요리한 메뉴엔 최 회장의 아버지인 고(故) 최종현 회장(1929~1998)이 즐기던 ‘수원식 육개장’, 그리고 최종현 회장이 현역 시절 경기도 이천에 조성한 밤나무숲에서 딴 군밤 요리 등이 포함됐다. 수원식 육개장은 양지머리 육수와 양념 고기 무침이 따로 나오는 방식이다. 이를 본인 취향에 맞게 국물에 풀어 먹는 요리다. 최 회장은 “옛날 경기 중부지방에서 이렇게 먹었다”고 소개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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