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클래식 칼럼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겸 비올리스트로 활동 중인 박소현입니다. 네이버 블로그의 '프로그램 노트에 담긴 클래식'을 맛있게 각색하여 올리고 있으니 원글도 많은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러시아 현대 음악의 문을 연 위대한 작곡가 중 한명인 '스트라빈스키 (Igor Fyodorovich Stravinsky, 1882-1971)'는 인상주의, 민족주의, 신고전주의, 재즈, 12음계 등 다양한 새로운 음악을 자신의 음악 세계에 접목시키며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을 창조해내었던 음악가입니다.
'불새 (Firebird)'나 '봄의 제전 (Rite of Spring)'과 같은 발레 음악들과 수많은 오케스트라와 관현악을 위한 작품들에서 이러한 면모를 엿볼 수 있죠.
스트라빈스키는 1940년 탱고 음악의 리듬과 특성을 담은 '피아노 독주를 위한 탱고 (Tango for Piano Solo)'를 작곡하였습니다. 자신의 곡들을 직접 다양한 편성의 악기 구성으로 편곡하는 작업을 손수 하였던 스트라빈스키는 이 '탱고' 곡 역시 여러 악기를 위하여 편곡하였습니다.
1941년에는 오케스트라를 위하여, 1953년에는 4대의 클라리넷, 4대의 트럼펫, 3대의 트롬본, 3대의 바이올린, 1대의 베이스 클라리넷, 기타, 비올라, 첼로, 그리고 더블베이스, 이렇게 19대의 악기를 위하여 편곡하였죠.
피아노 원곡 버전과 함께 가장 많이 연주되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편곡은 언제 작업을 하였는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스트라빈스키가 유럽 연주 투어를 함께 하였던 폴란드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사무엘 더쉬킨 (Samuel Dushkin, 1891-1976)'을 위하여 편곡하고 여러번 무대 위에서 선보인 것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https://youtu.be/pSgey1btCbc
필자가 직접 연주한 스트라빈스키의 탱고
스트라빈스키와 더쉬킨은 스트라빈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비롯하여 수많은 작품을 연주하였으며 녹음 역시 많이 남겼으나 아쉽게도 이 곡의 연주는 음원이나 연주 영상이 남아있지 않아 많은 팬들에게 아쉬움을 주고 있습니다.
3, 3, 2의 탱고 리듬과 밀고 당기는 악기의 흐름 등 아르헨티나 탱고 음악의 특성이 스트라빈스키 특유의 음형과 만나 독특하고도 매력적인 음악으로 탄생한 이 '탱고'를 듣고 있으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폭탄주인 '소맥'이 생각납니다.
폭탄주는 영어로 'Bomb Shot (폭탄샷)', 'U Boat (잠수함, 맥주와 도수가 높은 보드카 같은 술을 섞는 것)' 등으로 불리며 도수가 높은 술을 작은 잔에 담아 도수가 낮은 술을 담은 조금 더 큰 잔 안에 빠뜨려 마시는 일종의 칵테일로 볼 수 있는 술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술이라 할 수 있는 맥주와 소주를 섞어 만드는 폭탄주가 바로 소주+맥주란 의미의 '소맥'입니다.
소맥을 만드는 방법은 두가지인데, 첫째는 위의 폭탄주 제조법을 이용하여 작은 잔 (보통 소주잔)에 소주를, 큰 잔에 맥주를 넣어 맥주잔 안에 소주를 넣어 마시는 방법입니다. 두번째는 맥주잔에 소주를 어느 정도 붓고 나머지를 맥주로 채워주는 방법이죠.
보통은 소주를 3~4 비율로, 맥주를 6~7 사이의 비율로 넣어 소맥을 만들지만 취향에 따라 소주와 맥주의 비율을 5:5로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맥주를 매우 잘 마시는 사람도, 또는 소주를 매우 잘 마시는 사람도 소맥 1잔에 만취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이는 알코올 도수가 아무리 국내산 맥주에 희석시킨 소주를 섞어놓은 것이라 할지라도 꽤나 높은 편이기 때문이고, 또 맥주의 탄산이 알코올의 흡수를 매우 촉진시키기 때문입니다.
https://youtu.be/jl80gn91grA
스트라빈스키의 탱고, 피아노 솔로를 위한 원곡 버전 [출처: 유튜브]
소맥을 한잔 하고 알딸딸한 기분이 들기 시작하면 스트라빈스키의 클래식과 탱고 음악, 그리고 현대 음악의 난해함이 짬뽕된 듯한 이 '탱고' 곡을 이해하기 굉장히 편해집니다. 뭔가 기분이 몽글몽글해지는 느낌이 들면서 어지럽기도 하고, 행복해지면서도 서글퍼지는 만취 상태와도 비슷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절대 과음은 하지 말고! 오늘은 딱 한잔의 소맥과 함께 스트라빈스키의 '탱고'를 즐겨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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