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9일 대전구장에서 만난 김인식 한화 감독은 현재 자신의 팀이 처한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했다(사진=오성일)
“김인식을 대통령으로!” 3월 25일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준우승을 거둔 한국 야구대표팀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한 야구팬이 외친 소리는 그랬다. 농담이 아니었다. 그만의 생각도 아니었다.
당시 김인식(62) 감독은 ‘난세의 영웅’이자 ‘불세출의 지도자’였다. 그가 미국땅에서 던진 ‘위대한 도전’이란 메시지는 한창 경제위기로 어깨가 움츠러들었던 전 국민에게 희망 그 자체였다.
그러나 영원한 9회 말이 없듯 찬사도 오래가지 않았다. 채 반년이 되지 않아 김 감독은 ‘난세의 영웅’에서 한화의 난세를 부른 장본인이 됐다. 어쩌면 꼴찌팀 감독이 당연히 감내해야할 비판인지 모른다.
<스포츠춘추>가 김 감독을 찾아 꼴찌팀 감독의 속내를 들었다. 질문은 네이버 <미투데이>를 활용했다. 야구팬들의 마음을 김 감독에게 가감 없이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요즘 건강은 어떠세요.
괜찮아. 시간이 갈수록 더 좋아지는 것 같아. WBC 때랑 지금 또 다르거든. 건강이 들쭉날쭉하면 모르겠는데 꾸준히 좋아지니 다행이지 뭐야.
감독님을 보고 많이 이가 용기를 얻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늘 건강하시길 빌겠습니다. 그나저나 ‘WBC 후유증’이 상당합니다. 많은 WBC 참가 선수가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감독님도 예외는 아닐 듯합니다.
글쎄. 무슨 영향이 있을까. (한참 생각하다가) WBC를 마치고 귀국했을 때 코치진에게서 이것저것 보고를 받았다고. 그걸 참작해서 시즌 운영을 짰는데. 시즌이 흐르면서 ‘아, 이건 아닌데’하는 부분이 조금씩 나오지 뭐야. 보완을 하고 싶어도 시즌 중이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니까. 처음 구상했던 것에 비하면 거의 모든 게 완전히 빗나갔다고 봐도 무방하지. 그게 WBC의 후유증까지는 아니더라도 영향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어.
처음 구상과 비교해 가장 많이 빗나간 부분은 역시 마운드가 아닐까 싶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래도 그렇지.
시즌 전 마운드 구상은 어떠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젊은 투수들이 좀 해줄 걸로 봤어. 베테랑 투수들도 어느 정도는 제 몫을 해주리라 예상했고. 사실 정민철은 좀 기대를 했다고. 스프링캠프에서 공이 좋았다니까. 문동환도 올 시즌엔 나오는 게 아닌가 봤고. 그런데 (정)민철이 공이 높은 쪽에 형성되다 보니까 계속 맞아 나가는 거야. (문)동환이는 참, 그래서 부상이 무서운 거야. (혼잣말을 하듯) 갑자기 5명이 떨어져 나가니 수가 없지.
5명이요?
정민철, 문동환, 송진우, 구대성 이렇게 해도 4명 아니야. 여기다 최영필이 포함하면 5명이라고. 갑자기 5명이 빠지고 새로운 투수들이 올라왔으니 물갈이를 했다고 보면 돼. 헌데 물갈이 폭이 너무 넓었다고. 1년에 한두 명 교체되면 모를까 한꺼번에 5명은 너무 많았단 말이지. 그래도 젊은 투수들이 잘했으면 좋은데 한 경기 잘 던지면 서너 경기는 죽을 쑤니….
한화의 젊은 투수들은 다른 팀 투수들과 비교해 많은 기회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아직 좋지 않습니다.
냉정하게 말해 우리 팀 투수들 능력이 다른 팀 투수들보다 조금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 물론 이유는 있지. 유원상, 김혁민을 보라고. 지금껏 풀타임으로 뛴 선수들이 아니지 않아? 어느 정도 착오가 있을 수밖에. 능력을 기르는 과정이라고 봐야지.
![]() 신인 황재규의 역투 장면. 야구계에는 '무슨 무슨 사단'하는 말이 있다. 김인식 감독도 예외는 아니다. '김인식 사단'이 있다. 그러나 다른 감독의 '사단'에 비하면 그 수가 적은 게 사실이다(사진=한화) |
일부 야구팬은 한화 스카우트팀의 능력에 의문을 품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밭이 좋아도 씨앗이 나쁘면 어쩔 수 없다는 지적인데요.
스카우트 부분은 내가 뭐라 말할 처지가 아닌 것 같아. 다만, 최근 5, 6년 동안 우리가 1차 지명한 선수들을 잘 보란 말이지. ‘재질이 있다.’ ‘앞으로 잘 키우면 된다’하는 소릴 듣고 입단한 선수가 과연 누구였는지 찾아보라고.
(고개를 흔들며) 없어. 없다고. 올해 천안북일고가 잘하지만, 지난해까지 충청권 고교야구는 침체기였어. 서울 보라고. 몇 년 동안 그쪽에서는 1차 지명으로 괜찮은 선수들을 계속 영입하지 않았느냐고.
야구계 일각에선 코치진의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평을 하기도 합니다.
코치는 코치일 뿐이야. 아무리 잘 가르쳐도 선수가 따라오지 못하면 그만이야. 수학 성적이 50점, 60점, 70점, 80점인 학생이 있다고 쳐봐. 80점짜리가 100점 맞긴 어렵지 않아도 50점짜리가 80점 맞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거든. 코치가 50점 맞는 학생이 80점을 맞도록 도와주는 사람이긴 해도 결국 성적은 학생의 의지에 달렸다고 봐.
(잠시 그라운드를 보다가) 누굴 가르치고 하는 게 정말 힘든 거야. 좋은 선수가 많으면 일하기 수월한 게 코치지만 소질이나 실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많으면 그만큼 힘든 게 또 코치라고. 선수들이 못하면 ‘내가 정말 못 가르치는 건가?’하고 별생각을 다 한다니까.
그럼에도, 시즌 중 6월 22일 1군 이상군 투수, 조경택 배터리, 백재호 수비코치를 모두 2군으로 내리고 2군의 한용덕 투수, 김호근 배터리, 조원우 수비코치를 1군으로 승격시켰습니다.
팀에 다소 변화가 필요하단 판단을 했지.
게다가 후반기 시작과 함께 유지훤 수석코치를 재활군 코치로 내려 보내고 이용호 불펜코치를 1군 코치로 올리셨습니다. 2군에서 선수를 추천해도 감독님께 잘 보고가 안 된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만.
아까도 말했지만, 코치는 50점 맞는 선수도 80점이 맞을 수 있게끔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가능성이 없어 보여도 ‘얘는 안 돼’하고 단정 짓지 말고 되게끔 도와줘야 한다고. 우리가 그게 좀 안 됐고…. 그래 수석코치를 2군으로 내려 보냈잖아. 1, 2군 왔다갔다하면서 선수들 좀 챙기고 2군 선수들 기량을 직접 점검하라고 말이야.
1, 2군 코치진의 변동에도 장종훈 2군 타격코치의 1군행은 없었습니다.
아직 장종훈 코치는 배울 게 많아. 성급하게 1군에 오느니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충실히 경험을 쌓는 게 낫다고 판단했지.
한화 재건의 시작
![]() 한화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정민철은 시즌 중 플레잉 코치가 됐다(사진=오성일) |
코치진 개편도 개편이지만 한화는 7월 8일 정민철(37)을 플레잉코치에 임명하고 문동환, 최상덕, 외야수 윤재국, 외국인 타자 빅터 디아즈를 웨이버 공시하는 강수를 뒀습니다.
정민철은 한화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인데요. 시즌 중 실질적은 은퇴인지라 감독님이 어떻게 설득하셨을까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설득? 뭐, 그런 건 없었어. 자신이 잘 받아들였지. 말은 안 해도 선수 입장에선 착잡했을 거야. 시즌이 끝나고 해도 되는데 말이지.
정민철의 플레잉 코치 임명과 베테랑 선수들의 웨이버 공시는 구단이 주도한 것으로 압니다.
음…. 팀에선 변화가 필요하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봐.
베테랑 선수들을 영입해 그간 좋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 때문에 ‘재활공장장’이란 찬사를 받기도 했는데요. ‘한물갔다’고 평가됐던 선수들을 영입해 성공을 거뒀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다른 건 없어. 평소에 관심 있게 선수들을 보지. ‘아, 저 선수는 아직 괜찮겠다.’ ‘이 부분은 모 자른 데 이렇게 보충하면 될 거 같다’하고 감이 와.
하지만, 베테랑 선수들 때문에 세대교체에 실패했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재활공장장’이란 별명이 때론 부담될 듯도 한데요.
(강한 어조로) 중요한 게 뭔지 알아? 팀에 좋은 선수가 있으면 왜 그 선수들을 데려왔겠느냔 말이야. 팀에 뛰어난 선수가 없으니까 성적은 내야겠고 어쩔 수 없이 데려온 게 아니냔 말이지. 각 포지션에 괜찮은 선수가 있거나 좋은 선수들이 영입됐으면 나도 그런 소릴 듣진 않았을 거야. 안 그래?
그런 면에서 한화의 재건은 코치진을 개편하고 베테랑 선수들을 정리한다고 될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 다른 팀에 비해 2군 유망주가 눈에 띄지 않고, 2군에서 1군으로 승격돼도 성장속도가 느린 것은 그만큼 2군 시스템이 열악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화 2군이 훈련하는 걸 보면 ‘유랑극단’이 연상되기도 하는데요.
지금 처한 환경이 그런데 어떻게 해? 감독이 이렇게 해달란다고 하루아침에 되는 일도 아니고. 저기 어디야, 신탄진 쪽에 2군 훈련장 짓는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
2군 인프라도 그렇지만 한화는 그간 FA 영입과 무관한 팀이었습니다. 어느 야구해설가는 “팀 전력보강을 위해 이처럼 투자에 인색한 구단이 2005년 이후 지난해를 빼고 4강에 든 건 기적”이라고 하더군요. 제가 봐도 한화는 작지만 강한 프런트와 선수단이 실력 이상의 성적을 내면서 지난해까지 좋은 성적을 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올 시즌 성적이 ‘현실’이라는 뜻이겠지요. 따지고 보면 감독님이 과거에 맡았던 쌍방울과 두산도 당시에는 투자가 넉넉했던 팀들은 아니었습니다.
환경을 탓하면 뭐해. 없으면 없는 데로 팀을 이끄는 게 감독이지.
구단에 전력강화를 위해 이런저런 것들을 노력해달라는 요구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조용한 목소리로) 했지. 왜 안 했겠어. 하지만, 구단도 구단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나 싶어.
혹사 논란 그리고 예비 FA선수와 베테랑 선수들의 거취
한화 선발진의 평균자책은 6.42로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습니다. 불펜진의 평균자책 역시 5.22로 좋지 않은 편입니다. 일부 팬은 평균자책도 평균자책이지만, 한화 투수들이 ‘혹사에 시달리고 있다’며 걱정을 합니다. ‘투수 혹사’는 현장과 현장 밖의 시선이 전혀 다른 경우가 많아 서로서로 이해하는 게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혹사? 나도 듣긴 했는데 말이야. (한숨을 내쉬며) 혹사를 안 했는데 자꾸 시켰다고 하니 답답할 수밖에. 류현진 보라고. 조금만 안 좋은 기미가 있으면 경기에서 빼고 쉬게 했다고. 물론 양훈이야 중간계투에서 많이 던졌지. 하지만, 다른 팀 불펜과 비교해보라고. 양훈 역시 코치진이 꾸준히 관리를 해주고 있다니까.
류현진은 정규 시즌 이후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한 통에 피로도가 극심하다는 지적입니다.
음, 그럴 수도 있을 거야.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많이 던졌잖아. 그땐 투구 수 제한 이런 것도 없었고. 하지만, WBC에선 뭐 얼마 던졌나. 겨울에 쉬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국제대회 출전은 어쩔 수 없는 게 아닌가 싶어.
김경문 감독이 일전에 그러더군요. “임태훈이 등판할 때마다 안쓰럽다”고. 웬만해선 그런 말을 하지 않는 감독인데 그 말을 듣고 다소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감독님도 양훈을 보며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으실까 싶은데요.
임태훈은 3년째 중간에서 열심히 던지고 있잖아. 양훈이는 올 시즌이 처음이고. 아무래도 비교가 안 되지. 양훈이는 제 할 일을 다 하고 있다고 봐. 안쓰러움보다는 대견함 같은 게 있지.
지난해 마정길은 64경기에 출전해 2승 1패 7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 2.91을 기록했습니다. 명실 공히 한화 불펜의 핵이라고 봐도 무방했는데요. 하지만, 올 시즌은 6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 5.88로 부진합니다. 한편에선 “지난해 마정길이 혹사한 바람에 올 시즌 구위가 현저히 떨어졌다”고 분석합니다.
글쎄. 현장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 같은데. 올 시즌 부진을 꼭 지난해 많이 던졌기 때문이라고 단정하는 건 아니라고 봐.
‘한화의 부진이 과연 올 시즌으로 끝날 것이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올 시즌을 끝으로 FA가 되는 이범호, 김태균의 거취에 따라 한화의 운명도 바뀔 것으로 보이는데요. 현재 두 선수는 국내·외 구단들로부터 영입 1순위로 꼽히고 있습니다. 특히나 외국구단에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요.
글쎄 모르겠어. 나한테 (외국진출에 관해) 자문을 구한다면 솔직히 말리고 싶어. 내 생각에 두 선수가 외국에 진출하면 우선 몸이 못 견딜 것 같아.
몸이요?
체력적으로 월등한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아니거든. (김)태균이 같은 경우는 정상적일 때와 머릴 다치고 난 다음 차이가 많이 난다고.
차이라면?
움직임부터 좀 둔해졌어.
WBC가 끝나고 감독님께서 “우리 선수 가운데 메이저리그에 진출해도 충분히 통할 선수가 있다”고 하셨는데요. 그게 김태균을 뜻한다고 생각한 이들이 많았습니다.
김태균이도 좋은 선수지만 내가 보기엔 이종욱, 이용규 같은 선수들이 오히려 성공 가능성이 커 보여.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일본선수들을 보라고. 홈런 ‘펑펑’ 치는 타자들보다 이치로 같은 선수들이 성공했잖아. 결국엔 발 빠르고 어깨 좋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야.
이범호, 김태균의 거취를 두고 생각이 많으시겠습니다.
아직 모르지. 결정된 게 없으니. 만약 두 선수 가운데 누구 한 명이라도 빠진다면 공백이 확실히 크긴 클거야.
거취란 말이 나온 김에 구대성, 송진우의 거취에 대해서도 묻겠습니다. 정민철의 플레잉코치 전환 이후 시즌 종료 뒤 두 선수가 어떤 길을 갈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구대성은 지금 뛰고 있고. 한화에 원체 왼손 투수가 없잖아. 송진우는 올 시즌이 끝나봐야 알 것 같아. 내 생각엔 송진우는 앞으로 지도자 생활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
"감독생활 19년 중 올 시즌이 가장 힘들어"
올 시즌 투·타가 모두 무너졌습니다만, 희망도 없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황재규, 양승학 같은 선수들이 바로 한화의 ‘희망’이라고 보는데요.
황재규는 올 시즌 잘해주고 있지. 체인지업 의존도가 높은 투수라고. 그런데 거기(황재규)는 그것만 갖고 던지면 안 돼. 앞으로 스트라이크 코너워크를 얼마나 잘하는가가 과제일 것 같아. 양승학은 우리 팀에 신고 선수로 들어왔다고. 자질이 보여서 기용하긴 했는데 자신이 잘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자기가 지금껏 설움을 많이 받아왔으니까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걸로 봐.
선참 중에선 강동우, 이도형의 분전이 눈에 띕니다.
강동우는 시즌 전부터 가능성이 보였어. 열심히 훈련했다고. 내가 얼마 전에 그랬어. “선수생활 오래 하고 싶으면 투수들 하는 식으로 어깨 근력 강화훈련 계속 하라”고 말이지. (강)동우가 잘하고는 있는데 외야수는 역시 어깨가 강해야 하거든. 며칠 있다 웨이트트레이닝장을 지나가는데 (훈련하는 시늉을 하며) 말한 대로 하고 있더라고(웃음). 이도형도 지난해 은퇴의 갈림길에 서 있었거든. 하지만, 올 시즌 팀에 공헌을 많이 했어. 김태완도 공격에서 성장을 많이 했고.
올 시즌 한화의 잔여경기는 34경기입니다. 남은 시즌 동안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실지 궁금한데요.
여러 선수를 기용하면서 경험을 쌓게 할 생각이야. 특히나 우리 팀의 가장 문제가 내야와 투수진이거든. 이범호와 김태균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유격수부터 시작해 내야 전반을 점검할 생각이야. 젊은 투수들에게도 신경을 많이 써서 성장속도를 좀 올리고 싶어.
역시 한화의 미래는 젊은 선수들에게 달렸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지. 젊은 선수들이 잘해주면 내년은 지금보다 훨씬 좋을 거야. 하지만, 성장의 고비를 이기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으면 또 팀이 처지고 말 거야. 그런데 솔직히 ‘내년’ ‘다음 시즌’이란 말을 쓰는 게 정말 부담스럽다고.
그러실 듯합니다. 올 시즌으로 감독님의 계약이 종료되는데요.
보라고. 내년시즌 구상에 대해 말하지 않고 있으면 그럴 거 아니냐고. “감독이 말이야. 하는 날까지 팀의 미래를 생각해야지 왜 입을 다물고 있느냐”고 말이지. 또 내년시즌 이야기를 하면 “재계약이 결정된 것도 아닌데 무슨 비전을 제시하느냐”고 한소리들 할 게 아니냔 말이지. 계약 마지막 해가 이래서 제일 힘든 거라고.
1990년 쌍방울 창단 감독을 시작으로 중간에 3년을 제외하곤 줄곧 프로팀 감독을 맡으셨습니다. 1995, 2001년엔 두산 유니폼을 입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경험하기도 하셨는데요. 내년이면 프로 감독에 데뷔하신지 정확히 20년이 됩니다. 내년에도…감독님을 뵐 수 있겠지요?
글쎄. 오늘은 내 거취에 대해선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거든.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사실 올 시즌이 감독 되고 19년 중에서 가장 힘든 해라고. 일이 안 풀려도 이렇게 안 풀리나 싶어. 하지만 누굴 원망하겠어. 야구란 게 그런 게 아니야? 오늘 실수가 내일의 교훈 아니냐고. 내일 날 볼 수 있을지 보다 한화가 더 강한 팀이 될지 지켜보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감독은 유한해도 팀은 영원한 법이니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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