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NFT 뜨는데 저작권 안전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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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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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진위·원작자 동의 확인 없이
거래소서 무단 거래… 분쟁 소지 커
이중섭·박수근·김환기 작품도
NFT로 경매하려다 무산되기도
사진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코빗’이 지난달 31일 운영 개시한 ‘NFT(대체불가능토큰)’ 마켓. 코빗 홈페이지 캡처

‘NFT(대체불가능토큰)’를 기반으로 한 창작물 거래가 본격화하면서 원본 진위와 원작자 동의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채 무단 도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차 창작물 발행은 소유권자뿐만 아니라 저작권자 동의까지 구해야 하는데, NFT 방식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일단 발행되면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어 저작권 분쟁이 불붙을 소지가 큰 것이다.

캐릭터 디자인 A스튜디오의 김모(31) 대표는 이미 저작권 등록을 마친 자신들의 캐릭터가 지난달 세계 최대 NFT 거래소 ‘오픈씨(opensea)’에서 팔리는 것을 발견했다. 신원 불상의 NFT 제작자는 동의 없이 캐릭터를 무단 도용해 NFT 1개당 0.045이더리움(약 14만원)에 팔고 있었다. A스튜디오가 캐릭터 홍보를 위해 SNS에 올려둔 20여개의 작업물을 무단 도용해 제작했다.

A스튜디오는 무단 도용 제작자에게 연락이 닿지 않자 오픈씨에 요청해 문제의 NFT를 거래소 품목에서 내려 달라고 했다. 2주 동안 세 차례 요청한 끝에 지난 2일 해당 NFT를 거래소에서 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판매에 따른 피해는 이미 발생한 뒤였다. 무단 도용된 캐릭터로 만들어진 NFT를 구매한 2명의 미국인이 A스튜디오 SNS로 연락해 NFT 진위와 추가 구매 가능 여부를 물어온 것이다. 이 중 1명은 5개의 NFT를 구매했다.

NFT가 가상자산 분야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거래소들이 무단 도용, 저작권 침해를 막을 안전장치를 갖추지 않아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NFT는 그림, 음악, 영상 등 디지털 파일·자산에 블록체인 기술로 만든 토큰을 꼬리표로 붙인 가상자산이다. 해당 디지털 저작물에 대한 소유권을 위변조가 불가능한 방식으로 보장받는다. 암호화폐(가상화폐)에 쓰이는 것과 동일한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자료 분실 걱정 없이 영구보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은퇴한 바둑기사 이세돌씨가 인공지능(AI) 알파고를 무너뜨린 대국 장면을 담은 NFT가 지난달 18일 60이더리움(당시 기준 약 2억5000만원)에 팔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문제는 NFT 발행이 매우 단순해 기존 저작물의 무단 도용 피해가 발생하기 쉽다는 데 있다. 이미지와 이름(저작물 제목)만 있으면 온라인상 이미지로 1분도 안 돼 만들 수 있다. 관련 분쟁은 국내에서도 본격화하고 있다. 마케팅업체 워너비인터내셔널은 지난달 31일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등 한국 근현대 미술사 3대 거장의 작품을 최초로 NFT 예술품으로 만들어 온라인 경매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저작권자들이 반발해 이틀 만에 취소했다.

김환기 화백의 저작권을 관리하는 환기재단의 관계자는 3일 “저작권 사용 승인을 받아야만 NFT 제작이 가능한데, 우리 쪽에 사전 연락이나 요청이 들어온 것은 없었다”며 “(NFT를 통한 미술품 거래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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