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판사는 원 부장판사에 대해 “철저히 법리적으로만 구속 여부를 따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원 부장판사는 성 착취물을 제작해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ㆍ구속)에 대해 30여 분 만에 심사를 끝내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반면 또 다른 대화방 ‘주홍글씨’ 관리자 송모 씨에 대해선 관여 정도가 낮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시민위가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하면 15명의 심의위 위원도 그 때 결정된다. 법조인ㆍ언론인ㆍ교수 등 150명~25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비공개 풀단에서 15명을 무작위 추첨하는 식이다. 위원장인 양창수 전 대법관은 심의위 회의는 주재하지만, 질문이나 표결에 참여하지는 않는다. 15명의 심의위원은 수사 기록과 검찰ㆍ변호인단의 브리핑을 각각 30여분 간 듣고 이 부회장 기소 여부를 검찰에 권고한다.
설령 수사심의위가 소집되더라도 영장이 발부되면 ‘구속 기소’로 의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수사 단계에서 구속까지 된 피의자를 불기소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의 논리에 외부 시민들이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된다. 때문에 이 부회장 영장이 발부된다면 삼성 측에서 먼저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을 철회할 수도 있다.
반대로 법원이 혐의 소명 부족을 이유로 기각한다면 검찰은 부실 수사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된다. 1년 반 동안 삼성 경영진 30여 명을 100차례 이상 소환하고, 20차례 이상 압수수색 했음에도 이 부회장 등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볼 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얘기다. 수사심의위에서도 ‘불기소’ 결정을 내릴 여지가 커진다.
특히 윤 총장은 영장 청구를 승인하며 “이 정도 사안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 안 하면 다른 어떤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영장을 청구할 수 있겠느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대한 범죄로 사안을 보고 있다는 의미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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