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와 장르 섞으면 가능성 무궁
한국인의 ‘흥과 한’ 녹여내고파
“K크로스오버로 역사 한 획 그을 것”
하지만 우승은 놓쳤다. 프로듀서 평가에서 압도적인 점수 차로 우승 1순위로 꼽히다가 시청자 문자투표에서 최종 역전당한 것이다. 14일 만난 이들은 그럼에도 희망으로 가득했다. “우승하고 싶었다”(건하)며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지만, “우승하려고 팀을 만든 게 아니라 길게 활동하려는 미래지향적인 팀이라 소신을 지켰다”(존)고 했다. “우승팀 ‘라포엠’은 팬텀의 이상 같은 음악을 보여줬잖아요. 반면 저희는 처음부터 색깔을 갖기로 했죠.”(바울) “결승에서 고민은 했어요. 월드뮤직이나 색깔이 강한 전인권 노래를 대중은 낯설게 느낄 테니까요. 그런데 도전을 버리고 인기를 택한다면 우리 색깔이 없어지는 거니까, 만장일치로 도전을 택했죠.”(존)
‘진정한 K크로스오버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도전을 택했다는 것이다. “크로스오버라 하면 보통 팝페라를 생각하잖아요. 성악 발성으로 팝을 부르는 팝페라는 한 장르일 뿐이지 그게 크로스오버는 아니거든요.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걸 찾아가려 해요.”(바울) “저도 성악을 했지만 장르와 장르를 섞으면 새로운 게 정말 무궁무진 나오거든요. 세상 모든 음악이 다 소스가 될 수 있어요. 그걸 우리화시키면 되니까요. 가요·EDM·월드뮤직·팝·라틴으로 계속 도전했던 이유죠.”(존)
자신의 말대로 고영열은 피아노 병창을 비롯해 에스닉그룹 ‘두 번째 달’과 사랑가를 부르고, 창극 ‘홍설록’ 시리즈를 만드는 등 다방면으로 활동해 왔다. 하지만 그리 주목받지 못하다가 이번 ‘팬텀’의 4중창 안에서 ‘빵’ 터졌다. “영열이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소울이 엄청나다고 생각했어요. 루이 암스트롱 느낌? 제 입장에선 맛있는 요리가 있는데 영열이는 그걸 더 고급지게 만드는 조미료 같아요. 조미료만 먹으면 맛을 모르지만 요리에 들어가면 진가를 발휘하잖아요.”(존) “영열이와 존의 1대1 대결부터 소리가 블렌딩 된다는 걸 계속 증명해 와서 우리 팀이 만들어진 거니까요. 4중창 결성할 때 프로듀서들이 저와 영열이 소리도 잘 섞일 거라더군요. 억지로 발성을 바꾸지 않아도 각자 색깔이 잘 어우러지는 것 같아요.”(바울)
팀 색깔 지킨 도전에 후회 없어
라비던스는 소위 ‘아싸(아웃사이더)’끼리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좁은 성악계에서 참가자들은 거의 아는 사이. 외로움을 타던 영열이 첫 대결 상대로 지목한 것이 역시 외로워 보이는 존이었다. “한국에서 음악을 안 해서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귀국이 늦어져 첫 녹화에 제일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다른 분들 무대도 잘 못 봤고요. 어쩔 줄 몰라 눈치 보던 상황이었는데, 저를 선택해줘서 고마웠죠.”(존)
초반 탈락 위기도 겪었던 바울은 존과 ‘바람이 되어’를 부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처음엔 오디션에 지각한 존을 보고 ‘쟤는 뭔데 저렇게 늦게 오냐’ 했죠.(웃음) 그런 존과 함께 처음으로 무대에서 팀원들과 감정을 교류하고 행복을 느꼈어요. 준비 과정에서 힘든 점을 터놓고 얘기하면서 끈끈해졌고, 그게 무대까지 이어지더군요. 그렇게 절친이 됐네요.”(바울) “바울이 울더라고요. 그만큼 간절한 무대에 제 목 상태 때문에 확신을 못 주고 있다고 생각해서 미안했는데, 저를 믿어줬어요. 무대 끝나고는 그게 고마워서 제가 울었죠.”(존)
“다채로움이 매력 … 세계로 나가겠다”
쉽지 않은 뮤지션의 길이다. 아직 대학생인 건하를 빼면 다들 우여곡절 끝에 ‘팬텀싱어’에 도달했고, 혼자서는 생각도 못했던 K크로스오버의 가능성을 넷이 모여 열었다. “고1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꿨거든요. ‘지킬앤하이드’ ‘영웅’도 꼭 하고 싶은데, ‘팬텀’ 하면서 다양한 음악에 눈을 떴죠.”(건하)
마치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대결’ 장면처럼 순식간에 벨칸토와 팝 발성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존은 “다 이유가 있다”며 비결을 공개했다. “중학교 때 한국에서 비트박스를 했어요. 비트박스는 성대를 쓸 줄 알아야 되거든요. 어떤 소리는 어떻게 내야 한다는 훈련을 그때부터 하다보니 제가 생각하는 소리를 낼 수 있게 됐어요. 뭐든 우연은 없는 것 같아요.(웃음)”(존)
바울은 독일에서 유학을 준비하다 ‘팬텀’을 위해 돌아왔다. “농구도 하고 공부도 하다가 마지막에 선택한 게 성악이었어요. 독일 유학 포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는데, 결국 코로나 때문에 입시가 다 취소됐더라고요.(웃음)”(바울)
31일과 8월 1일 갈라콘서트를 앞둔 이들은 이미 연습을 시작했다. 깜짝 놀랄만한 조합의 무대도 있다고 귀띔했다. ‘팬텀’을 떠난 라비던스는 이제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까.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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