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대표 신약마저…K바이오 잇단 악재에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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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3.31. 오후 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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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인보사 판매중단

1년만에 2600여건 시술
의사처방 막아 파장 커질듯
20여개국 공급계약 등 차질

식약처, 부작용 없다지만…
환자들 "1년 치료했는데" 당혹

한미약품 FDA신청 철회이어
의약품 기술수출 먹구름


미국에서 인보사에 대한 임상 3상이 진행되던 중 기존에 신고한 것과 다른 세포물질이 발견되면서 국내에서 인보사를 시술받은 환자나 병원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에서는 임상 단계이지만 국내에서는 임상을 끝내고 이미 시판 중인 상태여서 미국에서 발견된 다른 세포물질이 함유된 제품이 국내에서는 투여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와 코오롱생명과학에 따르면 인보사의 주성분 중 2액은 유전자 삽입 동종 유래 연골세포(TGF-β1)로 허가받았지만 미국 임상 중에 2액 세포가 허가받은 세포와 다르다는 것이 확인됐다. TGF-β1 유전자는 신장세포를 사용해 생산되는데 원래는 신장세포로부터 TGF-β1 유전자를 분리·정제한 뒤 연골세포에 삽입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분리 정제가 미비해 신장세포 일부가 혼입되면서 당초 만들려던 연골세포를 신장세포로 대체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식약처는 국내에서 사용된 2액 세포가 미국에서 시험한 것과 같을 경우 인보사가 치료제로서 기능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판매 중지라는 긴급 처방을 내린 것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까지 이상반응 102건이 보고됐지만 대체로 주사 부위 통증이나 다리 부종 등에 불과해 안전성이 우려될 수준의 부작용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며 "허가 당시 제출된 독성시험 결과에 특이사항이 없었고 제조과정에서 해당 세포에 방사선을 조사해 체내에서 잔존하지 않도록 안전성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자 입장에서 우려가 커질 수 있는 만큼 향후 정밀한 원인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식약처 측은 "안전성·유효성에 대해 철저히 확인할 계획"이라며 "미국 임상에서 쓰인 제품과 국내 시판 제품은 제조소가 다르며 오는 15일께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국내 판매 중인 인보사의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회사 관계자는 "인보사는 국내에서 임상 등 개발 단계부터 현재까지 물질을 변경한 적이 없다"며 "문제된 2액의 경우 당초 개발 시 투여 2주가 지나면 체내에서 사멸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부작용 등이 발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오롱생명과학이 적극 추진해온 해외 진출은 당분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시작된 미국 임상 3상은 다른 세포물질이 발견되면서 중단됐고, 글로벌 제약사인 먼디파마와 인보사의 일본 판매 등을 위한 기술수출 계약도 현지 임상 등을 앞두고 있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치료제가 10여 개에 불과할 정도로 판매승인이 나기 힘든 가운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임상 절차를 강화할 경우 궁극적으로 인보사 판매 허가 역시 지연될 수 있다.

또 중국 하이난성을 비롯해 홍콩 마카오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등 20여 개국과 공급계약을 체결했지만 실제 수출로 연결되는 데 시간이 더 소요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공급계약은 각 권리지역에서의 인허가가 완료되어야 이행되는 조건부 계약'으로 돼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번 중지 사태가 계약 파기나 판매 중단으로 당장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라는 희귀의약품인 데다 미국 임상을 진행할 정도로 기술력을 검증받았고, 시판 중인 국내에서도 꾸준히 판매 호조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코오롱생명과학에 따르면 인보사 시술 건수는 지난해 12월 기준 2600건을 넘어섰다. 2017년 11월 출시된 지 1년여 만에 매달 200건 이상의 시술을 기록하는 등 병원과 환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판매 후 투여 건수는 지난달까지 3403건에 달한다. 이로 인해 인보사를 처방하는 국내 치료기관이 900여 곳으로 늘어났고, 올해 1000개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기술수출을 체결한 뒤 계약금의 절반인 150억원도 지난달 초 수령하는 등 인보사에 대한 해외 기술신뢰도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낙관론이 팽배하던 한국제약바이오(K바이오)에 교훈을 주는 사건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지난달 중순 한미약품이 기술수출한 신약이 미국 FDA 허가를 앞두고 신청을 잠정 취하하는 등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병호 기자 /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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