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엠스플 탐사] 대한체육회장 “석희야, 내가 조재범 돌아오게 해줄게”…심석희 가족 “큰 충격 받았다”

기사입력 2019.01.12. 오전 08:55 최종수정 2019.01.12. 오후 06:42 기사원문
-심석희 향해 “조재범 돌아오게 해줄게” 약속한 대한체육회 회장
-심석희 가족 “이 회장 얘기 듣고, 석희가 큰 충격에 빠져”
-체육계 인사 “이 회장이 심석희 감정을 자기 멋대로 판단했거나 조재범이 폭행 가해자인지 몰랐을 것”
-대한체육회 “회장님은 전명규 부회장, 심석희와 함께 만난 적도,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다” 전면 부인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사진=엠스플뉴스)
 
[엠스플뉴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폭행 피해자인 심석희를 앞에 두고 폭행 가해자인 조재범 코치를 “돌아오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는 증언이 입수됐다. 이 자리엔 전명규(한국체육대학교 교수) 당시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심석희 가족은 엠스플뉴스에 이기흥 회장이 지난해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전명규 부회장과 (심)석희를 불러놓고서 ‘조재범 코치 문제는 내가 해결해줄게. 잠잠해지면 돌아오게 해줄게’라고 약속했다 이 회장의 얘길 듣고 석희가 큰 충격에 빠졌고 털어놨다. 
 
대한체육회 회장이 폭행당한 선수의 2차 피해방지나 보호에 나서기는커녕 피해자 앞에서 ‘잠잠해지면 (폭행 가해자를) 돌아오게 해줄게’라고 약속했다는 점에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심석희 앞에서 “조재범이 돌아오게 해줄게”. 대한체육회 회장의 이해할 수 없는 약속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사진=엠스플뉴스)
 
심석희 가족에 따르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 심석희가 자릴 함께 한 건 ‘조재범 폭행 사건’이 터진 뒤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을 대표하는 심석희가 자신을 오랜 시간 지도한 코치에게 맞아 선수촌을 이탈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체육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전 부회장과 심석희를 함께 불렀다면 대한체육회 내부 누군가는 반드시 기억할 것”이라며 “사건이 더 커지는 걸 막으려고 이 회장이 두 사람을 불렀다는 얘기를 나도 들은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 회장의 문제 발언이 나온 건 그때였다. 이 회장은 전 부회장과 심석희를 앞에 두고서 조재범 코치 문제는 내가 해결해줄게. 잠잠해지면 돌아오게 해줄게라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체육회장이 폭행 피해자를 향해 “폭행 가해자를 돌아오게 해줄게”라고 약속한 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발언이었다.
 
과연 사실일까. 심석희의 아버지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했다.
 
집이 강릉이고, 당시 쇼트트랙 대표팀 숙소가 집 주변이었다. 석희 상황이 좋지 않아 저녁마다 잠시라도 숙소 앞에서 아이 얼굴을 보고 돌아왔다. 그날(이 회장과 만난 날)도 석희와 만났는데 안색이 좋지 않았다. 아이가 ‘아빠,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할 거 같아’ 하면서 내게 그 얘길 들려줬다. 석희가 (이 회장) 얘길 들으면서 두렵기도 하고,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을 한 모양이더라. ‘네네,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심석희 가족은 이 일로 큰 충격을 받았다. 대한체육회장이 폭행 가해자를 벌하겠다고 약속해도 시원찮을 판에 ‘돌아오게 해주겠다’고 공언했으니 당연히 두려움과 공포를 느꼈을 것이라는 게 빙상인 대부분의 생각이다.
 
심석희 가족이 올림픽 기간 중이고, 아직 심석희가 학생 신분인 점을 고려해 이 회장 발언에 대응하지 않으면서 이 일은 심석희 가족의 아픔으로만 남아 있었다.
 
대한체육회 “이 회장은 그런 만남이나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다.” 전면 부인  
 
지난해 대한체육회는 “러시아 투멘에서 곰 퇴치를 위해 출동하는 고려인 한인회장의 권유로 선수촌장 일행이 (곰 퇴치에) 동행하게 됐다“며 “선수촌장 일행이 곰을 직접 포획했다거나 곰 요리를 먹었다는 증거는 확인할 수 없으며, 성매매를 했다는 정황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재근 선수촌장이 러시아 투멘 지역에 머문 건 2017년 10월 27일부터 11월 3일까지였다. 이 기간은 정확히 투멘 지역의 곰 사냥 허용기간이었다. 대한체육회의 자기 식구들에 대한 감사는 ‘감사(監査)’가 아니라 ‘감사(感謝)’의 표현일 뿐이다(사진=엠스플뉴스)
 
그렇다면 어째서 이 회장은 심석희를 향해 “조재범을 돌아오게 해줄게”라는 비상식적인 발언을 한 것일까.
 
이 회장을 잘아는 체육계 관계자는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밝혔다.
 
이 회장이 그런 발언을 했다면 둘 중 하나일 거다. 심석희가 조재범 코치에 대한 연민의 정을 느끼고 있다고 판단했거나 조재범 코치가 폭행 가해자인지 전혀 몰랐을 거나. 전자라면 ‘심각한 상황 판단 미스’이자 ‘월권’, 후자라면 ‘직무유기’이자 ‘무관심’이란 비난에 직면하게 될 거다.
 
이와 관련해 대한체육회는 이 회장은 전 부회장, 심석희와 만남을 함께 한 적도, 함께 한 자리에서 그런 말을 한 적도 없다고 답변했다. 
 
이 회장은 10일 “조재범 코치의 폭력 사건, 성폭력 의혹 사건과 관련해 용기를 내준 심석희 선수에게 깊은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하며 이로 상처를 받은 피해자 가족들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도 깊이 사과드린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회장은 지금이라도 심석희에게 어떤 발언을 했는지 정확히 밝혀야 한다. 심석희에 대한 진정한 위로와 사과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는데서 출발한다. 이번만은 어물쩍 넘어가지 않길 바란다. 정부도 이번만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한민국 스포츠를 부정의한 정글로 만든 대한체육회를 철저히 조사하기 바란다. 
 
박동희, 유재학 기자 dhp1225@mbcplus.com
 


ⓒ <엠스플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공 스포츠춘추

현장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
기사 섹션 분류 가이드

이 시각 많이 본 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