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못한 편지
김대현, 최호승, 정성일, 줄여서 ‘현승일’.
겉으로 봤을 때 공통점 하나 없어 보이는 세 사람이 모여 하나의 그룹을 결성했다.
editor 나혜인 place 모락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웃거나 울거나, 아주 작은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마저 지치는 순간이 있었다. 그러던 와중 만난 뮤지컬 <미오 프라텔로>. 본 공연은 애달픈 짝사랑으로 눈물 쏟게 만들더니 앙코르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유쾌한 웃음을 안겼다. 그러니까 비유하자면 종합 비타민. 비타민이라는 게 큰 병을 치료해주진 않지만 삶을 활기차게 만들어주지 않는가. 작품 하나로 지친 삶을 재충전 할 수 있다면 힘든 시기를 통과하는 우리에게 이보다 더 필요한 것이 있을까. 그리고 그 무대를 완성하고 있는 배우 김대현, 최호승, 정성일. 이들은 작품이 가진 에너지를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었다.
다양한 캐릭터로 무대에 오르고 계세요. 각자 자신이 맡고 있는 캐릭터를 소개해주세요.
정성일 먼저 써니보이, 플로렌스, 미겔레, 리차드, 그리고 조지, 나탈리아까지 맡고 있어요. 중점이 되는 인물은 써니보이와 플로렌스고요.
김대현 저는 3명이에요. 치치, 플로렌스의 아버지, 마피아 히트맨. 마지막 에필로그 속 히트맨은 재미를 위한 캐릭터죠.
최호승 저는 스티비, 스테파노, 치치와 써니보이의 아버지인 루치아노, 루치아노의 반대파인 감비노, 그리고 써니보이 패밀리 안에 있는 롸코, 써니보이가 고용한 파울로를 맡고 있습니다. 어, 왜 한명이 없지? 스티비, 스테파노...아! 술 취한 부랑자가 있습니다. 총 7명!
플로렌스 같은 경우 여성 캐릭터이기 때문에 가발과 드레스를 착용하고 등장하죠. 여성 복장을 한 배우라는 시각적 판단을 내리기 전에 인물 자체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정성일 여성 복장에 웃음이 나오는 분들도 있으실 거예요. 하지만 작품을 보러오시는 관객들은 어느 정도 스토리를 알고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라 여성 캐릭터로 인지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은 없어요. 되려 목소리나 행동을 여자처럼 표현하려 하면 반감을 사겠다고 생각했죠. 제 자신도 그런 연기를 원치 않고요. 손짓이나 걸음 등 작은 부분을 자연스럽게 연기하려 했어요.
작품은 노란 장미가 가진 네 가지 꽃말 ‘우정, 질투, 이별, 영원한 사랑’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가장 잘 보여주는 꽃말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정성일 영원한 사랑인 것 같아요. 물론 스티비, 치치와의 우정, 플로렌스와의 한정적인 관계를 이야기하는 이별도 있을 테고요. 질투 같은 경우 스토리상 눈으로 보이진 않지만, 써니보이도 사람인지라 보체티 집안에 들어왔을 때 사랑받으며 자란 치치를 부러워했겠죠. 그래도 영원한 사랑이야 말로 앞에서 나온 모든 꽃말을 연결해주는 것 같아요.
최호승 영원한 사랑이요. 써니보이를 향한 질투, 플로렌스와의 이별 등 노란 장미가 가진 의미가 극 안에서 모두 표현되지만, 영원한 사랑이 포괄적인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김대현 겉으로 봤을 땐 질투인데 제 마음속으로는 영원한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치치는 사랑을 갈구하는 인물이거든요. 아버지의 사랑, 써니보이의 사랑. 치치가 가진 꽃말을 질투로 보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모든 근원을 사랑으로 보고 있어요.
가장 좋아하는 넘버가 있다면요?
최호승 좋아하는 넘버는 너무 많은데 굳이 하나를 꼽자면 ‘미오 프라텔로’예요. 치치, 스티비, 써니보이 모두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곡이니까요. 세 사람이 등을 돌리고 총을 겨눌 때 앞에서 쌓아온 이야기가 해소되는 느낌. 개인적으로 플로렌스와 함께 하는 ‘런던으로’나 그를 그리워하며 부르는 ‘사랑’도 좋아하지만, 두 곡은 너무 가슴 아프거든요. 극 전체를 봤을 땐 ‘미오 프라텔로’가 제일 좋아요.
김대현 우선 ‘미오 프라텔로’를 가장 좋아하는데, 치치로서는 ‘노란 장미’를 좋아할 수밖에 없죠. 치치와 써니보이의 관계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넘버거든요. 치치에게 벌어진 모든 일의 첫 번째 요인은 써니보이에게 있잖아요. 치치가 왜 써니보이를 질투하고 싫어하게 됐는지 등 둘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넘버예요.
정성일 써니보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넘버도 ‘미오 프라텔로’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여인을 떠나보낸 상황이 잘 드러나니까요. 개인적으로는 플로렌스가 부르는 ‘런던으로’가 정서적으로 제일 와닿아요. 어떤 날은 플로렌스의 감정이 너무 강하게 와서 곧 바로 이어지는 리차드 역으로 노래하는 게 힘들 때가 있죠.
오늘 함께 만두 만들기도 진행할 텐데, 쇼 스타퍼 ‘쿤만투’를 처음 접하셨을 때 어떠셨나요.
김대현 작가님께서 <올드보이>를 염두하고 만드신 부분이거든요. 군만두에 망치, 선글라스. 원래는 치치가 선글라스를 쓰고 노래를 불러야 했는데, 연출에 여러 제약이 있어서 제외됐죠. 저는 이 넘버를 할 때 영화의 느낌을 더 살리고 싶어서 머리스타일에 변화를 주기도 했어요.
최호승 처음엔 ‘어? 이게 뭐지? 갑자기 여기에 왜?’ 이랬어요. 그런데 점차 환기를 시켜줄 거면 제대로 환기를 시켜주자는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매번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정성일 저도 처음에 접했을 때 의아했죠. 다른 넘버도 보면 ‘무서운 넘버를 부르겠다’고 하고.(웃음) 사실 초반엔 <올드보이>가 지금 시대에 맞나 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초연 이후 시간이 많이 흘러서 이 장면이 가지는 의미가 관객에게 와닿을까 싶었던 거죠. 그런데 지금은 ‘쿤만투’만큼 신나는 게 없어요.
작품의 또 다른 묘미는 앙코르죠. 최근 비말을 통한 감염을 막기 위해 함성을 자제하고 있는데, 관객과 직접적으로 호흡하지 못해 아쉬움도 있을 것 같아요.
김대현 아쉬운 마음이 커요. 사실 저는 앙코르를 조금 더 길게했으면 좋겠어요. 앞서 뮤지컬 <트레이스 유>를 했기 때문에 앙코르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거든요. 그래도 최대한 재미있게 해보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최호승 관객과 호흡하고 같이 놀게 되면 저도 조금 뒤로 빠질 수 있었겠죠. 하지만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관객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은 에너지를 드리려 하고 있어요.
정성일 저는 아쉬운 것보다 마스크를 쓴 상황에서도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좋더라고요. 코로나로 인해 공연계가 많이 힘든데 공연장을 찾아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드리죠.
이와 함께 등장한 것이 손동작을 이용한 호응 유도 방식인데, 어떻게 고안하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최호승 안무 선생님과 배우들이 함께 이야기해서 탄생한 손동작이에요. 관객분들이 소리를 내지 못하니 다른 방법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같이 동작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았죠. 그런데 그 순간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기고 싶어하는 분들도 계셔요. 다 따라 하실 순 없겠지만 찍지 않는 분들도 계시니까, 함께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이디어인 거죠. 따라 해주시는 분들은 제가 다 확인하고 있습니다.(웃음) 열심히 해주시는 분들께는 손으로 따봉도 날려드리고!
최호승 배우님은 앙코르에서 주는 강렬한 인상 덕에 ‘앙코르에 진심인 배우’라는 수식어도 가지고 계신데, 평소에도 분위기를 주도 하는 편인가요?
최호승 전혀 그렇지 않아요. 평소에는 조용하고 낯도 정말 많이 가리는 편이거든요. 앙코르 같은 경우는 제 스스로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고 생각하나 봐요. 관객들의 기운을 북돋아 줄 수 있게끔, 이 공연을 보러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고 싶었어요.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함으로써 저도 정말 즐거워요.
세 분이 ‘현승일’ 결성을 발표하셨잖아요. 그동안 두 분씩 작품을 하신 적은 있지만 세 분 모두 한 무대에 서는 건 처음인데 어떻게 결성하게 되신 건가요?
정성일 연습 때부터 나온 이야기였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세 명이 한 무대에 선 적은 없었거든요. 배역도 다 다르니 ‘함께 하면 좋겠다, 이왕 하는 거 재미있게 해보자.’ 했던 거죠.
현승일을 향한 관객들의 관심이 이렇게 커질 것이라 예상하셨나요?
정성일 제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던 건데 저는 예상했어요. 아, 이건 무조건 된다! 될 수 밖에 없는 조건이다! 일단 셋 다 너무 다르고요. 항상 밝은 에너지를 가진 친구들이라 같이 있으면 즐겁고, 이 두 사람과 함께하면 뭐라도 되겠다 싶었어요.
대부분의 그룹은 리더나 비주얼 같은 포지션이 있잖아요. 각자 어떤 것을 담당하고 싶으세요?
최호승 비주얼은 사실 성일이 형이시죠.
김대현 리더도 형님이신데, 아무래도 저희 둘보다는 점잖은 느낌도 있고 말도 조리 있게 잘하시니까요.
최호승 리더는 성일이 형이고, 대현이 형은 배려를 많이 해주시고, 결정권은 제가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정성일 아이디어는 거의 호승이한테서 나온다고 봐야죠. 그때 그때 뭐가 재미있을까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데, 만두 포즈 같은 경우는 거의 뭐 최호승에게 맡기는. 최호승한테 컨펌을 받아야 진행이 가능합니다.(웃음)
공연 외에도 다른 활동을 구상 중이신지 궁금합니다.
정성일 지금은 짧은 시간에만 함께 하고 있으니 제대로 셋이 만나서 재미있는 걸 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최호승 콘서트 같은 것도 좋죠. 만약에 하게 된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공연이 한 달 정도 남은 시점에서 연장을 결정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작품이 가진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최호승 저는 이렇게까지 사랑받을 줄 몰랐어요. 작품에 참여한 것 자체가 너무나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같은 시국에는 더더욱. 사랑받는 이유는 작가님이 글을 잘 쓰셔서가 아닐까요? 공연을 보기 전에는 코미디가 강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보고 난 뒤에는 작품이 담고 있는 깊은 마음들을 봐주시는 것 같아요.
김대현 배우마다 달라지는 부분이 있어서 여러 번 보시는 관객도 있으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김이담 배우와 첫 공연을 하고 난 뒤 형님(정성일)이랑 첫 공연을 했는데, 같은 써니보이를 마주하는 것이었지만 상대방의 연기에 맞게 새로운 디테일이 생겼거든요. 그것이 처음엔 낯설게 느껴진 관객분들도 계시겠지만 점점 이해하면서 재미를 찾아가시는 것 같아요.
정성일 연습 때부터 모니터링하면서 재미있다는 확신은 있었죠. 저희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이 사랑해주시니 ‘이 정도로? 이래도 되는 건가?’ 싶기도 했어요. 생각해보면 페어별로 재미가 달라서 그런 것 같아요. 저희끼리는 나이대에 맞춰 대, 중, 소라고 부르는데.(웃음) 이제는 스케줄상 페어들이 섞이다 보니 여러 색깔이 나오고 있죠.
끝으로 공연을 보러 오시는 관객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김대현 친구들과의 우정, 가족 간의 사랑 등 여러 가지를 전부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마음 한구석에 따뜻함을 가져가면 좋겠죠. 제일 마지막에는 유쾌함까지!
최호승 어려운 시기에 와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영광이에요. 감사한 마음 그대로 관객분들이 후회하시지 않게 매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분 좋은 마음으로 보러 오셔서 기분 좋게 돌아가시면 좋겠어요. 건강 꼭 유의하시고요. 저도 건강 잘 챙기고 있겠습니다.
정성일 정말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감사함을 아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있고, 어떻게든 실수 없이 좋은 공연으로 보답하려 많이 노력하고 있거든요. 코로나19 확산이 언제 끝날진 모르겠지만, 제작진들을 포함해 배우들도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으니 즐기다 가셨으면 좋겠어요.
▶︎ 현승일과 함께한 ‘만두 만들기’ 영상은 시어터플러스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하세요!
(해당 인터뷰는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전 방역 수칙 아래 촬영 되었습니다.)
ATTENTION, PLEASE
뮤지컬 <미오 프라텔로>
기간 2020년 9월 29일-2021년 1월 3일
장소 드림아트센터 1관
가격 R석 6만6천원 | S석 4만4천원
출연 이승현, 김대현, 최석진, 김순택,
최호승, 백기범, 정성일, 김이담, 김지온
제작 (주)콘텐츠플래닝
문의 1577-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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